소변검사에선 '마약' 모발 검사에선 '음성'… 한서희, 가까스로 구속 면해
  • ▲ 2017년 9월 항소심 선고 직후 뉴데일리와 인터뷰 중인 한서희. ⓒ뉴데일리
    ▲ 2017년 9월 항소심 선고 직후 뉴데일리와 인터뷰 중인 한서희. ⓒ뉴데일리
    3년 전 대마와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무색무취의 환각제)를 구매·흡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한서희(25·사진)가 최근 불시 마약 검사로 불거진 필로폰 투약 의혹을 벗으면서 집행유예 취소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지난 11일 집행유예 기간에 마약을 투여한 혐의로 입건된 한서희에 대한 검찰의 집행유예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진행한 모발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피고인이 집행유예를 취소해야 할 만큼 준수사항을 위반했다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보호관찰소 불시 검사… 마약 양성 반응 나와


    2017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보호관찰 4년, 약물 치료 강의 120시간 수강, 추징금 87만원을 선고받은 한서희는 지난달 7일 법무부 산하 보호관찰소가 실시한 불시 소변 검사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와 별도의 수용시설에 구금됐다.

    보호관찰소는 마약류 보호관찰 대상자에 대해 월 1회 이상 마약 간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마약사범들의 마약류 재사용을 근절하기 위한 취지다.

    한서희를 구금한 보호관찰소는 지난달 8일 수원지방검찰에 한서희의 집행유예 판결을 취소해달라고 신청했고, 이 신청을 접수한 검찰은 수원지방법원에 한서희의 집행유예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형법 제64조 2항에 따르면 보호관찰을 명령받은 집행유예자가 집행유예 기간 중 추가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보호관찰 준수사항 위반으로 집행유예 취소가 가능하다. 만일 집행유예 판결이 취소될 경우 한서희는 즉시 구속 수감돼 징역 3년을 살아야 한다.

    이에 성남지원 형사1단독(부장판사 김수경)은 지난달 29일 한서희에 대한 비공개 심문을 진행해 집행유예 취소 여부를 검토했다.

    국과수 모발 검사에선 음성 반응


    이 기간 한서희의 변호인은 한서희의 억울한 사정을 알리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검찰 역시 의견서와 참고자료를 내 취소 청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법원 관계자는 1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간이 소변 검사에서 마약 성분이 나왔는데 모발 검사에서는 음성 반응이 나왔다"며 "피고인 측에선 자택 변기가 아닌 공공 장소에서 소변을 채집하는 과정에 이물질이 유입됐을 가능성을 거론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7월 7일 검출된 마약 성분은 메스암페타민(상품명 필로폰)인데, 대마 등으로 처벌받은 피고인이 '필로폰 류는 해본 적도 없다'며 모발 검사를 요청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정밀 검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피고인을 석방한 게 '무죄'라는 뜻은 아니라며 "이 정도면 충분히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소변에서 마약이 검출돼 입건된 이상 이 사건은 별개로 진행된다"며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유죄가 입증돼 피고인의 집행유예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소변 컵' 건지는 과정에 필로폰 섞였을 가능성 있어"


    백기종 전 수서경찰서 강력팀장은 같은 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마약단속에는 일정한 장소가 없다"며 "통상적으로 조사 대상이 여성이면 여성 경찰 등의 입회 하에 단속 현장(인근 화장실)에서 소변을 채집하고, 입회인과 당사자가 보는 앞에서 시약 검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백 전 팀장은 "한서희 씨의 경우는 변기에 앉아 소변 샘플을 채집하는 도중 컵을 빠뜨려 이물질이 묻었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앞서 마약 중독자가 해당 변기를 사용했고, 거기에 남아 있던 극소량의 마약이 한씨가 '소변컵'을 건지는 과정에 혼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전 팀장은 "소변을 채집해 검사하는 것보다 모발을 뽑아 검사하는 게 훨씬 정확하다"며 "소변 검사에선 마약을 한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검출이 안되지만 모발 검사를 하면 6개월 전 마약을 한 흔적까지 다 잡힌다"고 말했다.

    백 전 팀장은 "게다가 한씨 본인은 필로폰에는 손을 댄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소변 채집 과정에서 어떤 혼선이 발생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력사건 전문 변호인 A씨는 "공공화장실에서 마약 검사를 하는데 하필 거기에서 다른 마약 성분이 섞여 들어갔다는 게 좀 황당하긴 하지만, 간이 검사에 쓰이는 진단키트가 손상됐거나 오염됐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 결과가 가장 정확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플리바게닝' 일환… "탑과 함께 대마 흡연" 진술


    한서희는 2013년 MBC '위대한 탄생' 시즌3에 출연해 '송지효 닮은꼴'로 눈길을 끌었던 가수 연습생이다. 이후 가수 탑(33·본명 최승현)의 전 여자친구로 밝혀져 유명세를 탔다.

    2016년 7~10월 4회에 걸쳐 대마 9g을 매수한 뒤 서울 자택에서 총 7차례 흡연한 혐의로 기소된 한서희는 검·경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도 대마와 LSD를 매수해 LSD를 2차례 복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한서희를 추가 기소한 검찰은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한서희를 상대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한서희는 '플리바게닝'의 일환으로 "2016년 10월 빅뱅의 탑과 함께 대마초를 피웠다"는 새로운 사실을 털어놨다.

    한서희의 진술로 대마 흡연 정황이 포착된 탑은 2016년 10월 6~14일경 서울 자택에서 한서희와 함께 대마를 총 4차례 피운 혐의로, 2017년 7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만2000원을 선고 받았다.

    경찰, '마약 구매 정황' 드러난 비아이 빼고 한서희만 체포


    한서희는 2016년 5월경 아이콘 출신 비아이(24·본명 김한빈)에게 LSD를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한서희는 "마포구에 위치한 '아이콘' 숙소 앞에서 비아이에게 LSD 10장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비아이의 마약 구매 정황 의혹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록까지 입수했음에도 비아이를 소환조사하지 않았다.

    또한 '마약딜러' B씨가 체포 과정에서 진술한 고객 명단에 한서희와 비아이의 이름이 모두 나왔지만 경찰은 한서희만 체포해 조사했다.

    이에 대해 용인동부경찰서 측은 "한서희가 3차 피의자 신문에서 진술을 번복했다"며 "실제로는 마약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꿔서 비아이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서희가 진술을 번복한 이유는 양현석(52)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때문이었다.

    "비아이에게 LSD 전달" 진술… 일주일 뒤 "그런 적 없다" 부인

    한서희의 공익신고를 바탕으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이 사건을 재수사한 결과, 양 전 대표는 비아이가 마약 투약 의혹을 받을 당시 비아이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던 한서희를 만나 '진술 번복'을 종용하고, 회삿돈으로 한서희의 변호 비용을 대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지난 4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보복협박·범인도피 교사 등) 혐의로 양 전 대표와 YG 관계자 4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양현석이 관련 혐의를 줄곧 부인하고 있으나 한서희의 진술이 일관되고, 진술을 뒷받침하는 간접증거 등을 통해 양 전 대표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경찰은 비아이에 대해서도 대마와 LSD를 구매하고 투약한 사실이 일부 인정된다고 판단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