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전주서 '정세균 호남대망론' 띄워… 이낙연 견제 위해 '전북-영남 연대설'도
  • ▲ (왼쪽부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후보, 김부겸 후보, 정세균 국무총리. ⓒ이기륭 기자
    ▲ (왼쪽부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후보, 김부겸 후보, 정세균 국무총리. ⓒ이기륭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표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후보가 연일 반낙(반이낙연)연대 행보다. 최근 이낙연 후보의 '노무현 저격수' 시절을 언급하며 맹공을 펼치던 김 후보가 이번에는 "전북 출신인 정세균 국무총리를 지도자로 키워야 한다"며 전남 출신인 이 후보를 자극한 것이다. 

    이낙연 앞에서 "전북은 정세균 키워야 소외 안 당해"

    김 후보는 6일 밤 전주MBC 주관으로 열린 민주당 대표후보 TV토론회에 참석해 이 후보 면전에서 "우리 민주당은 전북의 많은 은혜를 입었다"며 "전북은 이제 좋은 정치적 인물을 키워야 한다. 예를 들면 정세균 총리"라고 말했다. 전북 진안이 고향인 정 총리를 총리 이상급 인물로 키워내야 한다는 의미다.

    김 후보는 이어 "(지역에서) 훌륭한 지도자를 키워낼 때 경제성장도 함께 이뤄진다는 좋은 교훈이 있다"며 "정부의 지원, 여러분의 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그림, 정치지도자라는 삼박자가 맞을 때 전북의 소외는 확실히 극복되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또 정 총리를 "고맙고, 잊을 수 없는 분"이라고 표현하며 "정 총리가 (2005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였을 때 제가 원내수석부대표로서 호흡을 맞췄고, 열린우리당 창당과 다양한 개혁입법들을 통과시켰다"며 정 총리와 자신이 각별한 관계임을 강조했다.

    이에 이 후보는 "그동안 전북을 많이 다니고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자주 다니기만 했지, 네가 해놓은 게 뭐냐' 이런 꾸지람을 듣는다"며 "부족함을 느낀다. 야단 맞더라도 더 자주 오겠다. 많은 말씀을 듣고 부족한 것을 채워 나가도록 하겠다"고 대응했다. 

    호남대망론…전북 '4선' 정세균 vs 전남 '4선' 이낙연

    김 후보가 이 후보 앞에서 '정세균 지도자론'을 꺼내 든 것은 이 후보와 정 총리가 호남대망론의 맞수로 꼽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라는 공통점을 지닌 이 후보와 정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 총리는 1996년 전북 무주-진안-장수에, 이 후보는 2000년 전남 함평-영광에 출마해 내리 4선을 했다. 시기와 선수는 정 총리가 앞서지만 두 사람 모두 정치1번지인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던져 당선됐다는 점도 비슷하다. 

    특히 정 총리는 정치인으로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대표, 입법부에서는 국회의원 6선과 국회의장, 행정부에서는 산업자원부장관을 역임하고 국무총리에 취임하는 등 사실상 대권 도전만 남은 상황이다. 전남지사와 국무총리를 지낸 이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당대표에 도전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의 차기 대선 지지율이 휘청인다. 김 후보가 이 틈을 타 '정세균 호남대망론'을 띄운 것이다. 

    두 사람은 부인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가 김 후보를 민다는 '정(세균)-김(부겸) 연대론'이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전북 출신 정 총리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전남 출신 이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영남 출신 김 후보와 손잡는 것이 서로에게 실보다 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만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당대회까지 3주… 김부겸 '반낙' 행보에 박차

    하지만 이 후보의 당대표후보 지지율은 김 후보에 비해 압도적이다. 미디어오늘이 지난달 28~3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민주당 지지층 382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5.0%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한 결과, 이 후보의 지지율은 69%로, 김 후보(11%)보다 58%p 높은 6배 이상의 지지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김 후보가 이 후보를 따라잡는 것은 아직 역부족으로 보이지만, 민주당 8·29전당대회가 앞으로 3주나 더 남아 있다는 점에서 김 후보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부족한 것만은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 후보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그는 최근 "이 후보가 노무현 정부 때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했다"(지난달 29일) "이 후보가 노무현 정부를 '군사독재정권보다 더 빈부격차를 키운 반서민정권'이라고 말했다"(지난달 31일) 등 '반이낙연' 행보에 열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