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와 결별 수순" 분석… "공급망 확대일 뿐 완전 철수 아니다" 반론도
  • ▲ [도쿄=AP/뉴시스] 일본 정부가 중국을 떠나려는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에 따라 일본과 중국의 '디커플링'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일본 도쿄의 한 횡단보도 모습.ⓒ뉴시스
    ▲ [도쿄=AP/뉴시스] 일본 정부가 중국을 떠나려는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에 따라 일본과 중국의 '디커플링'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일본 도쿄의 한 횡단보도 모습.ⓒ뉴시스
    지난달 일본이 중국을 벗어나려는 자국기업에 1차로 690억엔(7762억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데 이어, 추가로 보조금 집행 계획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국 지방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가운데, 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이 중국경제와 결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현지시각) 복수의 일본 정부관리 말을 인용해 이 같은 계획을 보도했다. SCMP는 일본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회사들의 두 번째 목록을 작성 중"이라며 "2차 보조금 지급 규모는 1차와 비슷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1차로 '탈중국 기업'에 보조금 지급… 2차도 예정

    지난달 21일 일본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동남아시아(니어쇼어링)와 본국(리쇼어링)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을 지원하는 데 87개 기업을 대상으로 6억530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 중 리쇼어링 업체는 50개, 니어쇼어링 업체는 37개로, 니어쇼어링은 베트남·태국·미얀마로 옮기게 된다. 

    중국은 일본의 최대 교역국이고 일본은 중국의 두 번째 교역상대국이다. 보조금을 지급받고 생산기지를 옮기게 되는 일본 기업의 비중은 일본의 전체 대중국 투자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 이 숫자만 보면 일본의 보조금 정책이 당장 중국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은 장기적으로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경제성장을 흔들고 산업기지 공동화를 초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은 영향 적다지만… 코로나 이전에도 이미 日기업 탈중국 진행

    실제 우한코로나 확산 이전에도 이미 일본 기업의 중국 진출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다. 일본의 시장조사 전문기관 테이코쿠 데이터뱅크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하는 일본기업의 수는 지난 2012년에 1만4394개로 가장 많았다. 그러다가 2016년에는 1만3934개로 줄었고, 지난해 5월말에는 총 1만3685개로 다시 감소했다.

    보조금과는 무관하게 이전을 진행하거나 완료한 굴지의 일본 기업들도 많다. 브라더, 교세라, 후지제록스 등은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샤프는 장쑤성에 있던 다기능 프린터 생산설비를 이미 태국으로 옮겼다. 

    류즈뱌오 교수 "지방정부 우려 커져… 이탈 막아야"

    이와 관련 류즈뱌오 중국 난징대학교 산업경제학 교수는 "외국기업들이 공장을 옮기면 그곳 지방정부의 위신이 떨어진다"며 "일본 제조기업들이 서서히 대탈출을 벌이지 않을까 지방정부가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SCMP에 말했다.  

    류즈뱌오 교수는 "인프라가 뛰어난 장쑤성은 아직 일본기업의 대탈출 수준까지는 아니다"라며 "일본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으로 그와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류 교수는 이어 "지방정부가 외국기업을 묶어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당연하게도 생산비용을 낮추는 것을 지원하고 안전한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계, 논란 확산 경계… "철수하려는 건 아니다"

    일본 내에선 보조금 정책이 '중국과 결별 수순'이란 시각은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히데오 가와부치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부이사장은 "보조금 정책의 목적은 일본 기업을 중국에서 철수시키려는 게 목적이 아니다. 일본의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보다 탄력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논란 확산을 경계했다. 가와부치 부이사장은 이어 "이주 여부는 전적으로 개별 기업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쳤을 때 중요 상품의 공급과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는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경영자들의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자동차 부품·전자제품·컴퓨터 등의 수입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초 우한코로나로 이들 제품의 생산이 중단되면서 일본 내 생산도 큰 타격을 받았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부품 하나만 조달이 되지 않아도 생산라인 전체가 멈춰버릴 수밖에 없다. 코로나 이전인 지난해 7월 일본 경제산업성이 펴낸 '2019 통상백서'에도 세계경제를 촘촘한 글로벌가치사슬로 보고 한 국가에 타격이 생기면 타국에게도 위기가 옮아갈 것이란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과 경제적으로 결별하기 위해 공동전선을 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은 넉달 전의 일이다. 지난 4월 10일, 일본 정부가 중국을 벗어나려는 자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535억엔(2조8516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자, 같은 날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을 떠나려는 기업의 이주비용을 100퍼센트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JETRO 부이사장 "기업이 미·중 사이 양자택일? 그런 고려는 없어"

    하지만 일본 경제계는 미중 충돌 같은 정치적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JETRO가 지난 4월 중국 남부지역에 생산설비를 둔 일본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2.3%가 중국에서 사업확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고 사업규모를 줄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8.6%에 그쳤다. 69.1%는 '관망 중'이라고 답했다. 

    가와부치 JETRO 부이사장은 "일본 기업들은 미중관계 변화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각 기업의 사업전략은 미국이나 중국의 경제사정에 달린 것이지 미국이냐 중국이냐 식의 양자택일을 고려한다는 건 맞지 않다"고 SCMP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