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행정장관, 긴급권한 발동해 입법회 선거 내년 9월 5일로 연기…“중국 공산당이 지지했다”
  • ▲ 입법회 선거 연기를 발표하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입법회 선거 연기를 발표하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7월 31일(이하 현지시간) 긴급권한을 발동해 9월 6일 예정돼 있던 입법회(한국의 국회에 해당) 선거를 1년 연기, 내년 9월 5일 실시한다고 밝혔다. 홍콩 민주파는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백악관은 “민주주의 훼손”이라며 규탄 성명을 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우한코로나 확산 우려 때문에 선거를 연기하게 됐다”며 “이는 올 들어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입법회 선거는 긴급정황규례 조례를 발동해 연기한 것으로 중국 공산당 정부의 지지를 받은 결정”이라고 캐리 람 장관은 덧붙였다.

    “우리는 7개월 동안 우한코로나와 싸웠지만, 이 전염병 대유행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며 “우리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때때로 ‘우리가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는데 오늘 이 결정(입법회 선거 무기한 연기)이 가장 힘든 결정”이라고 캐리 람 장관은 주장했다.

    하지만 캐리 람 장관의 발표는 민주파 인사 12명의 입법회 선거 출마자격을 박탈한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홍콩 민주화 세력의 큰 반발을 샀다고 신문은 전했다.

    홍콩 범민주파 의원 22명은 입법회 선거 무기한 연기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입법회 조례에 따르면, 선거는 최대 14일까지만 연기할 수 있으며, 그 이상은 헌법 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라며 “지금 홍콩 정부가 시민들의 참정권을 박탈하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홍콩 기본법과 법률 체계는 그런 속임수를 용납하지 않는다”며 홍콩 행정당국과 중국 공산당 정부를 규탄했다.

    미국 백악관도 입법회 선거 무기한 연기를 민주주의 절차와 자유에 대한 훼손이라며 규탄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7월 31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입법회 선거를 연기하고 야권 후보를 실격 처리했다는 홍콩 정부의 결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홍콩의 민주주의 절차와 자유를 훼손한 것”이라면서 중국 공산당 정부가 홍콩에 대한 자치권 약속을 파기한 또 다른 사례라고 거듭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