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반대하면서 '용산 개발' 모순… 광화문광장, 제로페이, '존재감정책' 호응 못 얻어
  • ▲ 지난 13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故박원순 시장 분향소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권창회 기자
    ▲ 지난 13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故박원순 시장 분향소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권창회 기자
    지난 10일 세상을 떠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1년부터 9년간 시장으로 재임했다. 재임 중 최대 업적은 단연 무상급식이다.

     박 시장이 작고한 뒤 지난 14일 열린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서윤기 서울시의원이 정리해 낭독한 그의 업적 중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것도 바로 무상급식이었다. 

    2011년 11월 초등학교부터 시작된 무상급식은 점차 확대돼, 2021년부터는 서울시 관내에서 학교급과 관계 없이 전면 실시할 계획이다. 올해 무상급식에 소요되는 사업비는 7152억원이다. 

    공공자전거 '따릉이'도 고인의 대표적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대여사업은 2000년 시작됐지만 여의도역과 청계천 등 일부 지역에 그쳤다. 이후 고인의 재임기인 2015년 10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시스템과 결합되며 접근성이 좋아졌고, 신촌과 여의도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확대 실시됐다.

    광화문 세종대왕상·이순신장군상 옮기려다 '뭇매'

    고인이 시장 재임기간 추진한 사업 중 가장 크게 반발을 샀던 것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이다. 

    지난해 1월 서울시는 이 사업의 국제설계공모전 결과를 발표했는데, 세종대왕상과 이순신장군상을 이전하는 내용이 포함돼 거센 반발을 불렀다. 결국 이전 계획은 발표 하루 만에 철회됐다.

    그러다 지난 2월 서울시는 수정안을 발표했는데, 경복궁과 광화문광장 사이의 사직로는 존치하되 10차선인 세종대로를 6차선으로 줄인다는 것이었다. '광화문광장 전면 보행화'라는 목표로 추진된 이 사업계획에 당시 본지는 "대선주자 지지율 1%로 떨어진 존재감을 만회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로7017로 명명된 서울역 고가도로 개·보수사업은 지역상권 침체와 교통 불편 등 거센 반발을 뚫고 결국 2017년 5월 완료됐다. 고인은 이 사업을 두고 "자동차보다 사람이 숨 쉬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2013년 3월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하기로 했다 이듬해 4월 "뉴욕의 하이라인처럼 공원으로 바꾸는 것"을 기본 개념으로 진행됐지만 마땅히 앉아 쉴 곳조차 없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주로 근처 직장인들의 점심 산책코스 또는 서울역 주변 경관을 감상하는 야경 코스로 활용된다. 공원이라기보다 '예쁜 육교'라는 평판이다.  

    재개발 막아 놓고 여의도·용산 개발 시도

    고인은 재개발·재건축에는 지극히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2018년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총 683개 정비구역 중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곳은 262개이고, 393개 구역은 정비구역 해제 결정이 났다. 재개발이 중단된 것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고인이 내세운 '서울시 뉴타운 출구전략'이 서울시 주택공급 물량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다. 

    서울 시내 노후 저층주택 밀집지역을 그대로 놔둔 채 그린벨트를 해제하자는 주장이 여권에서 나왔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3기 신도시는 경기와 인천에 건설된다.  

    재개발에 부정적이던 고인은 2018년 7월 여의도와 용산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을 불렀다. 

    당시 고인은 리콴유세계도시상 수상을 위해 싱가포르에 머물던 중이었는데, 현지에서 "여의도를 통째로 개발하겠다"며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 철로를 덮어 그 위에 쇼핑센터와 공원 등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곧바로 여의도·용산 일대 부동산값이 급등하자 한 달 뒤 고인은 "한방에 개발하겠다는 게 아니라 종합적 도시계획을 말한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제로페이 실패… '먼지 많은 날 무료 대중교통'에 150억원

    제로페이는 고인 재임기 서울시가 추진한 정책 중 대표적 실패 사례다. 지난해 5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의 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을 낮춘다는 취지로 도입된 결제시스템이다.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2019년 한 해에만 553억원이 쓰였다. 

    고인은 생전에 "이제 신용카드의 시대는 가고 제로페이 시대가 올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통신오류, 조작의 번거로움 등 소비자 불편이 지속되면서 외면받는 상황이다. 우한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을 제로페이로 지급하면서 결제액이 일시 늘기는 했다.

    미세먼지가 극심하던 2018년 1월, 고인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하겠다"며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해 150억원을 썼다. 서울시민들이 사흘간 출퇴근길 버스·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한 대가였다. 사흘간 교통량은 평소보다 2.3%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6월25일 우리공화당이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천막을 강제철거하는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한 것도 고인의 평가를 주저하게 만든다. 

    이날 서울시는 공무원과 용역업체 직원 등을 동원해 행정대집행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물리적 충돌로, 농성 중이던 우리공화당 당원 일부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날 농성자들을 폭행한 용역 11명은 이후 특수폭행치상 등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