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무공천" 주장하자 일제히 공격…"이재명 대 친문의 본격적인 싸움 시작"
  • ▲ 이재명 경기지사 ⓒ박성원 기자
    ▲ 이재명 경기지사 ⓒ박성원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지 말자는 자신의 발언을 이틀 만에 철회한 데는 더불어민주당 내부 친문계의 강한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이 지사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서울·부산시장 무공천을 주장하자 여권 핵심인사들의 공개 비판이 이어졌다. 

    송영길, '무공천' 이재명에 "당 지도부도 아니면서" 비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이 지사를 겨냥해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지금 논란을 벌일 필요가 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국민한테 석고대죄하는 사죄를 해야 한다"며 "(민주당 당헌에 따라) 무공천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직위를 상실했을 경우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내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송 의원은 "당의 지도부가 아닌 분들이 중구난방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무공천을 주장한 이 지사를 정조준했다.. 

    '친문' 정청래도 이재명 발언에 "당 분위기 부글부글" 주장

    '강성 친문(친문재인)'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진행자가 이 지사 발언과 관련한 당내 분위기를 묻자 "한마디로 부글부글"이라면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지금 이 문제를 꺼내면 사실은 매 맞는 일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20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고위전략회의에서 이 지사의 무공천 발언을 질타하며 "지금 (서울·부산시장 공천과 관련해) 얘기하면 얻어맞기만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이 지사의 맹추격을 받는 이낙연 민주당 의원도 지난 2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공천 여부 결정을) 몇 개월 끄집어 당겨서 미리 싸우는 게 왜 필요하냐"면서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당내에서 왈가왈부하는 게 현명한가"라며 이 지사의 무공천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재명 대 친문 싸움 시작"…"'원팀' 민주당 서서히 분열"

    이처럼 당내 비주류이자 대표적인 '비문(비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이 지사가 최근 대법원 무죄판결 이후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오르자 친문계와 당권파로부터 견제받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이 지사와 친문의 싸움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봉규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 지사와 친문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며 "청와대가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어려우니 정청래 의원 등을 대리로 내세워 대신 싸우게 하는 것이다. 이 지사의 (무공천) 선공을 맞은 친문이 사활을 건 반격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래통합당의 한 관계자도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차기 대권 경쟁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원팀'을 강조하던 민주당이 서서히 분열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