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7일 만에, 15일 당 회의서 뒷북사과…네티즌 "그냥 하지 말지" "낙연스럽네" 비난
  •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공식 사과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피해자 A씨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했다. 이는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대표는 또 박 전 시장이 피소된 지 7일 만에야 사과함으로써 '뒷북사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해찬, 공식 사과하면서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불러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피해 호소인께서 겪으시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서 다시 한번 통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 대표는 "우리 당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견고하게 지켜왔다"고도 말했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하면서도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이는 고소인을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또 다른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는 또 "피해자 입장에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으로서는 아시다시피 고인의 부재로 인해서 현실적으로 진상조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가 사건 경위를 철저하게 밝혀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피해여성 측이 서울시에 성추행 관련 도움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한 데다, 지난 4월 발생한 서울시 비서관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동일인일 가능성도 제기된 상황에서 해당 사건의 진상규명을 서울시로 떠넘긴 것이다. 

    '여성계 대모' 남인순도 "피해 호소인…서울시가 진상조사"

    이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은 당내에서 언제나 성 관련 문제에 앞장섰던 남인순 최고위원의 발언에서도 계속됐다. 남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피해여성을 '피해 호소인'이라고 표현하며 "진심으로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피해 호소인이 현재 느끼고 있을 두려움과 당혹감에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한 남 최고위원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서울시의 독립적인 진상조사 및 재발방지 기구를 구성할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역임해 국내 대표적 여성인권운동가로 꼽히는 남 최고위원도 '박원순 성추행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은 이 대표처럼 당이 아닌 서울시가 해야 한다고 떠넘긴 것이다. 남 최고위원은 현재 민주당 젠더폭력근절대책TF 단장이다.  

    서울시도 이날 오전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견해를 발표하면서 피해자를 '피해 호소 직원'이라고 지칭했다. 해당 직원이 시에 공식적인 피해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미투 때는 '성범죄 피해자'…박원순 사건엔 '피해 호소인'

    야당에서는 과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피해 여성들을 '성범죄 피해자'라고 호칭했던 민주당이 이번 박 전 시장 사건에서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자 "기준이 무엇이냐"는 반발이 나온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당은 과거 미투 피해 여성들을 호칭할 때 성범죄 피해자, 피해여성이라 불렀다"며 "그런데 이번 박 전 시장 사건은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그러면서 이 대표와 민주당 여성의원들을 향해 "안희정(전 충남지사)·오거돈(전 부산시장) 사건 때는 피해자라고 불러놓고 이번 사건은 피해 호소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무엇이냐"면서 "안 전 지사와 오 전 시장은 억울하지 않은데 박 전 시장은 억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낙연은 "피해 고소인"…네티즌들 "인정 안 한다는 이야기"

    한편, 이날 민주당에서는 '피해 호소인'에 이어 '피해 고소인'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민주당 대표후보이자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시는 고소인의 말씀을, 특히 피해를 하소연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절규를 아프게 받아들인다"며 "피해 고소인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썼다. 

    이에 네이버 네티즌들은 피해여성을 피해자로 부르지 않는 이 의원을 향해 "피해 고소인 ㅋㅋㅋㅋ 사과를 하지 말지 그냥"(kv29****) "피해 고소인이래ㅋㅋㅋㅋㅋㅋ 인정 안 한다는 이야기지"(hsj0****) "눈치보다가 한마디 하는 건 여전하군~ㅋ 역시 낙연스럽네~ㅋㅋ"(cher****) "예전에 반기문 기름장어라고 엄청 깠었는데 이낙연도 그에 못지 않네요 ㅋㅋ 끝까지 피해 고소인"(gusg****)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