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헌·당규 96조 2항 "보궐선거 후보자 안 낸다"… 김부겸 "당 명운 걸려, 후보 내야" 말 바꿔
  • ▲ 김부겸 전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를 조문한 뒤 장례식장을 나서는 모습. ⓒ박성원 기자
    ▲ 김부겸 전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를 조문한 뒤 장례식장을 나서는 모습. ⓒ박성원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식이 13일 마무리된 직후 여당에서는 내년 재·보궐선거에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은 14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당원이 원한다면 후보를 낼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진행자의 관련 질문에 "당헌에는 민주당이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돼 있다. 그러나 서울시·부산시의 수장을 뽑는 선거는 당의 중요한 명운이 걸렸다고 할 만큼 큰 선거"라며 후보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는 문제는) 따라서 그 지역에서 고생해온 당원 동지들의 견해가 제일 중요할 것 같다"며 "당원들의 판단을 우선 존중해야 할 것 같고, 그 다음 (당헌·당규를) 못 지키면 국민에 대한 그만한 사과 혹은 설명이 있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전 의원 "당원들 뜻에 따라 후보 낼 수 있어"

    더불어민주당 당헌 96조 2항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직위를 상실했을 경우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내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지난 4월23일 비서 강제추행 의혹으로 사퇴했다.

    박 전 시장의 사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실종 전날까지 외부 일정을 소화한 점 등에 비춰 성추행 고소 건이 사망 원인으로 지목된다. 박 시장 전 비서는 지난 8일 성추행 혐의로 박 시장을 고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시장의 장례가 끝난 다음날 나온 김 전 의원의 발언을 두고 '당원들을 잡기 위한 무리수'라는 의견부터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기 위한 초석 다지기' 등 해석이 분분하다.

    전문가 "당 대표 위한 표심 잡기 메시지"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당내 지지도가 낮은 김 전 의원이 당원·대의원 등의 표심을 잡기 위해 내놓은 메시지"라고 봤다. 민주당 당원들 중 내년 재·보궐선거에 서울·부산시장후보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온 점도 감안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는 '서울·부산시장 모두 공천하라'는 등의 글이 다수 올라 있다. 지난 13일 저녁에 올라온 "전재수 의원님, 부산시장 보궐 후보 내지 말자니요?"라는 제목의 글에는 "우리나라 수도 서울과 부산 지자체장을 넘겨주자는 말인가" "배가 불러서 그래요. 정신들 못 차려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부산시의회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내년 재·보궐선거에 부산시장 후보를 내지 말자"고 말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내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원뿐 아니라 당 수뇌부와 어느 정도 교감한 뒤 발언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野 "우리가 말하기에는"… "후보 내지 않는게 도리" 소수 의견도

    미래통합당에서는 민주당이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통합당 한 관계자는 "당의 헌법이라고 불리는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명확히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한 경우 해당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내지 못한다'고 돼 있다"며 "당내에서는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흠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날 공식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자당 소속 부산시장·서울시장의 연이은 성추행이 발단이 돼 치르는, 혈세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게 도리"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부겸 전 의원 측 관계자는 "후보자는 (당원 의견에 따르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말한 것"이라며 "(오늘 발언의 배경에는) 당원들 의견도 당연히 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대한 잘못'이 있을 경우 후보자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와 관련해서는 "해석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여지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