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고소한 박원순 비서가 나경원 전 비서" "꽃뱀이었다" 극단 주장 SNS에 퍼뜨려
  • ▲ 박 시장 고소인 측이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한 기자회견 현장. ⓒ박성원 기자
    ▲ 박 시장 고소인 측이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한 기자회견 현장. ⓒ박성원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을 두고 일부 친여(親與) 지지층 사이에서 '야권이 꾸민 정치공세'라는 극단적 주장이 나와 논란이다. 이들은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가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비서라고 주장하며 '2차 가해'를 가했다. 

    이 같은 주장은 12일 저녁 무렵부터 확산했다. SNS·커뮤니티 등 온라인상에서는 '박 시장을 고소한 여인이 나경원의 전 비서였다' '나경원 전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등 주장이 퍼졌다.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인물이 야당 의원 비서 출신으로, 고소는 정치공작과 연결됐다는 의미였다. 피해 여성을 두고 '꽃뱀 냄새가 난다'는 주장의 글도 올라왔다.

    피해자부터 변호인 측 신상까지… 도 넘은 극렬 지지층  

    피해자 측 대리자가 김재련 변호사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김 변호사 신상털이에 나선 이들도 있다. 김 변호사가 과거 화해치유재단 이사였고, 김 변호사의 남편이 모 언론사 사회부장이었다는 등의 내용이다. 일부 극렬인사들의 이러한 주장은 현재에도 온라인 상에서 유포된다.   

    이에 여성단체와 야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명복을 빈다"면서도 "우려스러운 점은 피해자에 대한 제2차 가해 움직임이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결코 있어서는 안 되고 힘 없는 피해자의 고뇌, 아픔을 우리 국민이 함께 보듬어주고 지켜줘야 할 것"이라며 "또 우리 당 원내대표 출신인 나경원 전 의원의 보좌진이 피해자라는, 100% 가짜뉴스가 돌아다니고 있다"고도 우려했다. 나 전 의원 측도 이런 주장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회 여성단체도 "박 시장 성폭력 피소 사실을 음해로 치부… 2차 가해" 

    국회 여성단체도 나섰다. 국회 여성단체인 '국회페미'도 12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이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박 시장 추모 현수막을 제작했다"며 "이는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수사가 종결된 정황을 이용해 피해자를 모욕하고 고통을 주는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단체는 그러면서 "현수막뿐만 아니라 많은 유력 정치인이 공인으로서의 본분과 책임을 잊고 박 시장의 성폭력 피소 사실을 음해로 치부하는 2차 가해를 저지른다"고 우려했다. 이 단체는 2018년 8월16일 결성된 국회 여성근로자 기반 페미니스트 그룹이다.

    "피해자 여성의 말뿐이 아닌, 증거도 있는 거 아닌가" 

    박 시장은 지난 9일 오전 공관을 나서 10일 0시쯤 북악산 팔각정과 서울 성북구 삼청각 사이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박 시장 측이 10일 공개한 유언장에는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 시장 고소인 측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7월8일 수사기관에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여성인권 분야 법조인은 "현재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의 말만 있는 게 아니라 텔레그램 사진 등 어느 정도 증거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박 시장 명복은 빌되 정치적 공세 빼고 객관적 부분만 다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불거지는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두고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오늘 피해여성과 한 기자회견 내용으로 갈음하겠다"고 답했다. 이 소장 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비난이 만연한 현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 피해자의 인권 회복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