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박원순 시장 위해 대규모 추모행사… 6.25 영웅 백선엽 장군은 '홀대'
  • ▲ 지난 10일 사망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백선엽 육군 예비역 대장. ⓒ뉴데일리
    ▲ 지난 10일 사망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백선엽 육군 예비역 대장. ⓒ뉴데일리
    성추행 혐의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6.25전쟁 당시 숱한 전투를 승리로 이끌며 나라를 구한 백선엽 육군 예비역 대장의 죽음이 같을 수 있을까?

    서울시가 박 시장을 위해 대규모 추모행사를 진행하면서도 같은 날 돌아가신 백 장군을 위해선 그 흔한 시민분향소 하나 설치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여권 인사들이 포진된 박원순 서울시장 장례위원회는 박 시장의 장례를 사상 처음으로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성대하게 치르는 한편 서울시청 앞에 시민분향소까지 마련해 추모 열기를 띄우고 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 술 더 떠 서울 곳곳에 "님의 뜻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쓰여진 '추모 현수막'을 내걸며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있다.
  • ▲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박원순 서울시장 시민분향소. ⓒ권창회 기자
    ▲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박원순 서울시장 시민분향소. ⓒ권창회 기자
    나라 구한 영웅인데… 국가장 아닌 육군장으로 격하

    반면 백선엽 장군의 경우 고인에 대한 애도는커녕 대전현충원에 안장하는 문제마저 논란거리가 될 정도로 냉대를 받는 모습이다.

    지난 1일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친일행위자의 묘지를 국립묘지에서 파묘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당내에선 백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을 두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뚜렷하다.

    민주당은 백 장군의 별세에 대해 당 차원의 조의(弔意) 논평을 내지 않기로 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조화를 보내는 것으로 그쳤다. 

    장례 절차도 홀대를 받고 있다. 박 시장은 유례없는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는 반면, 백 장군은 '국가장'이 아닌 '육군장'으로 한 단계 낮춰 진행 중이다.

    국가장법에 따르면 국가장 대상자는 전·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 그리고 '국가 또는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겨 국민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다. 세 가지에 해당하는 사람이 서거할 경우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행전안전부 장관의 제청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결정으로 국가장이 시행된다.

    이에 6·25전쟁 당시 1군단장과 육군참모총장 등을 역임하며 수차례 뛰어난 전과를 올린 백 장군이야말로 국가와 사회에 현저한 공훈을 남겼으므로 마땅히 국가장으로 모셔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육군은 이 같은 여론에도 불구, 지난 11일 부고를 내고 "백선엽 장군의 장례가 5일간 육군장으로 거행된다"고 밝혔다.
  • ▲ 시민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백선엽 장군 시민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전대협·나라지킴이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연합은 이날 광화문 광장 앞에 '백선엽 장군 국민장 시민 분향소'를 열고 시민들의 조문을 받았다. 이 시민분향소는 백 장군의 발인일인 7월 15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권창회 기자
    ▲ 시민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백선엽 장군 시민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전대협·나라지킴이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연합은 이날 광화문 광장 앞에 '백선엽 장군 국민장 시민 분향소'를 열고 시민들의 조문을 받았다. 이 시민분향소는 백 장군의 발인일인 7월 15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권창회 기자
    "백선엽 장군 분향소 세우려하자 서울시 공무원들이 막아서"

    이처럼 정부 여당이 백 장군을 홀대하는 모습으로 일관하자 뜻있는 시민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나라지킴이고교연합, 전군연, 대수장, 비상국민회의, 국민주권회복운동본부 등 6개 시민단체가 힘을 모아 서울 광화문 광장에 천막을 치고 백 장군을 추모하는 시민분향소를 세운 것이다.

    이들은 11일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밤샘 작업을 벌여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시민분향소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의 분향소가 시청 앞 광장에 설치되고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장례를 치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반면 백 장군은 국장 또는 국민장으로 모셔야 마땅함에도 격이 떨어지는 육군장으로 대전현충원에 모신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광화문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해 백 장군의 높은 뜻을 기리고자 한다"며 "애국 시민들께서 많이 참배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월간조선에 따르면 11일 오후 이들이 분향소 설치를 시작하자 경찰관 30여명과 서울시 공무원 10여명이 나와 "이 곳은 집회를 할 수 없는 서울시 소유지"라며 설치를 막으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은 "비서를 성희롱한 파렴치범을 서울시장(葬)으로 모시면서 구국의 영웅의 빈소를 광화문에 차리는 것을 막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향소 설치를 강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분향소 관계자는 "백 장군의 발인일인 7월 15일까지 시민분향소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 ▲ 시민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백선엽 장군 시민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전대협·나라지킴이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연합은 이날 광화문 광장 앞에 '백선엽 장군 국민장 시민 분향소'를 열고 시민들의 조문을 받았다. 이 시민분향소는 백 장군의 발인일인 7월 15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권창회 기자
    ▲ 시민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백선엽 장군 시민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전대협·나라지킴이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연합은 이날 광화문 광장 앞에 '백선엽 장군 국민장 시민 분향소'를 열고 시민들의 조문을 받았다. 이 시민분향소는 백 장군의 발인일인 7월 15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권창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