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생각인데 미국 위협할 생각 없다" … “미국 독립기념일 DVD 얻고 싶다” 발언도
  • ▲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김여정 남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김여정 남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의 권한대행처럼 활동하는 김여정이 또 담화를 내놨다. “미북정상회담 개최는 두 나라 정상에 달렸다”는 주장이었다. 김여정은 담화 내내 “개인적 생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담화 말미에는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를 담은 DVD를 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여정 “개인적 생각이지만 미북정상회담 연내 어려워”

    미국 대선 전 3차 미북정상회담 개최설과 관련해 김여정은 “미국사람들이 연일 발신하고 있는 괴이한 신호”라면서 “어디까지나 내 개인 생각이지만, 모르기는 몰라도 미북정상회담 같은 일이 올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하지만, 또 모른다. 두 정상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른다”고 부언했다.

    김여정은 “명백한 것은 미북정상회담은 미국에나 필요하지, 우리에게는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 그저 미국의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며 “올해 중 미북정상회담 개최는 그 가능성을 떠나 미국이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우리가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미북정상회담은 현재 미국에 필요한 일이고, 대북제재 해제 등의 결단을 내릴 미국사람들과 마주 앉아봐야 시간만 낭비하고 미북 정상 간의 특별한 관계까지 훼손될 위험이 있으며, 결정적으로 ‘쓰레기 같은 볼턴이 예언한 내용’이기 때문에 절대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지금 미북정상회담을 한다면 또 누구의 지루한 자랑거리로만 이용될 게 뻔하다”고 덧붙였다.

    “판문점 이후 비핵화 협상 끝나… 미북회담 주제 바꿔야”

    김여정은 “지난해 판문점 만남 이후 미북 비핵화 협상은 끝났다”고 주장했다. 2019년 2월 하노미 미북정상회담 당시 미국은 북한을 속여 핵개발 계획을 망치려 했음에도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해 김정은이 위험을 감수하고 비핵화 협상에 나섰다는 것이 김여정의 지적이다. 

    “지난해 6월 판문점 만남에서 미국이 또 비핵화 이후 제재 해제를 주장해 김정은이 대북제재 해제 문제를 미국과 협상 의제에서 완전히 집어던져버렸다”는 것이다.

    김여정은 “나는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라는 과거 미북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미북협상 재개로 틀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이 지금 와서 하노이의 회담 탁자에 올랐던 대북제재 일부해제와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다시 흥정해 보려는 어리석은 꿈을 품지 않기 바란다”고 경계했다.
  • ▲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여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여정.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트럼프 관계에 연연 말고 미국에 맞서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의 개인적 감정은 의심할 바 없이 굳건하고 훌륭하다고 전제한 김여정은 “우리 정부는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의) 관계에 따라 대미전술과 핵개발 계획을 조정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폈다.

    미국 국무부가 두 정상 간의 좋은 관계를 거듭 밝히면서 미북정상회담 가능성을 말할 때 미국 국방부는 “불량국가” 운운하며 적대적 발언을 했다면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상대해야 하며 그 이후 미국 정권, 나아가 미국 전체를 대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 해도 북한을 적대시하는 미국의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여정은 또 “심심하면 심보 고약한 소리를 내뱉고 경제적 압박이나 군사적 위협 같은 쓸데없는 일에만 집착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보라”며 “미국이 우리에게 보내는 갖가지 위험한 압박성 언동을 우리 지도부가 언제까지나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극도로 두려워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특별한 친분관계가 톡톡히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지적, 계속 타협과 위협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미국 위협할 생각 없다…김정은이 안부 전해달라더라”

    “우리는 미국에 위협을 가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김정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며 “그저 우리를 다치게 하지 말고 건드리지 않으면 모든 것이 평화롭게 흘러갈 것”이라는 것이 김여정 담화의 결론이었다.

    김여정은 “우리는 비핵화를 결코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지금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하여 타방(미국을 가리킴)에서도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타방의 많은 변화가 대북제재 해제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며 “나는 원래 남조선을 향해서라면 몰라도 미국사람들을 향해서는 이런 글을 쓰기를 원치 않았다”고 토로했다.

    김여정은 정부의 공식 담화로는 어울리지 않는 내용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끝으로 며칠 전 TV 보도를 통해 미국 독립기념일 기념행사를 봤다”며 “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기념일 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고 싶다고 말해 (김정은의) 허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여정은 마지막으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인사를 전하라고 했다”며 담화를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