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대회 열겠다는 민노총… 경영계 "김명환, 민노총 내부에서 고립된 모양새"
  • ▲ 지난해 3월에 열린 민노총 노동자 대회 현장 모습. ⓒ뉴데일리 DB
    ▲ 지난해 3월에 열린 민노총 노동자 대회 현장 모습. ⓒ뉴데일리 DB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주장으로 우한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설립된 '원포인트 노·사·정 협의체'가 민노총의 내부 분열로 무산됐다. 

    민노총은 내부 합의를 다시 시도하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일각에서는 민노총에 휘둘려 원포인트 협의체를 구성한 정부를 비판하는 의견도 나온다.

    '원포인트 노·사·정 협의체'는 우한코로나 사태 극복만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다. 지난 4월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이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제안하면서 조직됐다. 기존의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는 별도의 기구다.

    김 위원장은 3일 새벽 "민노총 규약상 위원장 권한 행사로 소집할 수 있는 임시 대의원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5시50분부터 이날 오전 1시40분까지 진행된 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노·사·정 합의안 추인 여부를 토론했지만 끝내 추인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집에서 내부 추인 실패… 임시 대의원회 소집하겠다는 김명환 위원장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29일부터 수 차례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어 합의안을 추인하고자 했다. 

    그러나 내부 강경파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고, 지난 1일에는 중앙집행위원회 회의 도중 내부 추진을 반대하는 강경파 조합원들에게 감금돼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여러 번 추인에 실패한 중앙집행위원회가 아닌 대의원회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추진 의사를 밝힌 대의원회는 민노총 최고 의결기구 중 하나다. 모든 조합원이 모이는 '조합원총회' 다음 가는 의결기구다. 대의원회는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소집할 수 있으며, 조합원 500명당 1명의 대의원이 선출된다. 

    지난 2월에 개최된 정기 대의원회 재적인원은 1433명이었다. 대의원회가 열리기 위해서는 재적인원 절반 이상이 출석해야 하며, 출석 인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안건이 통과된다.

    "대의원회로는 안 돼… 조합원 전체 투표 필요"

    노동계와 경영계는 민노총이 대의원회를 열어도 내부 추진에 실패할 것이라 본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대의원회를 통해서는 내부 추진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아무래도 대의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위치 때문에 이런 민감한 부분에서는 소극적으로 나와 찬성보다 반대에 투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소장은 "이렇게 민감한 문제는 전체 조합원의 투표를 통해 찬성·반대에 따른 민주노총 전체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김 위원장도 명분을 가질 수 있고, 제대로 된 입장 표명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실패한 것을 대의원회가 뒤집기에는 민주노총의 위신·정파관계 등 때문에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논의하는 협상안은 파기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 역시 민노총이 내부 추인에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계 관계자는 "민노총 대의원회가 언제 열릴지 몰라 조심스럽지만, 현재 민노총의 행보만 보면 김 위원장은 내부에서 고립된 모양새"라며 "합의문 폐지를 강경하게 주장하는 비정규직 노조와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데다 자신이 속한 정파인 전국회의마저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대의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내부 인사들을 조금이라도 설득해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 노·사·정 대타협이 민주노총의 요구로 시작된 만큼 그에 맞는 태도를 보이기 바란다"고 전했다.

    정부, 민노총 100만 명 표 의식했나

    이번 노·사·정 대타협은 IMF 외환위기 이후 노·사·정 협의체를 탈퇴한 민노총이 정부에 '우한코로나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협의체를 만들자'고 주장해 시작됐다. 

    기존 노·사·정 협의체가 있는 만큼 새로운 협의체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정부가 조합원 100만 명이 넘는 민노총의 손을 들어주면서 원포인트 협의체가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정부가 조합원 100만 명의 표를 의식해 민노총에 휘둘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정부가 민노총 말을 듣고 새로운 협의체를 구성해서는 안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