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과 다르면 배척" 당권파 등쌀에 할 말 못해… 금태섭 징계 이후 '알아서 눈치' 확산
  • ▲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당내 분위기가 경직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성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던 소장파 의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모습이다. 

    당론과 배치되는 주장을 하면 철저히 배척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표결 과정에서 기권표를 던진 금태섭 의원 징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런 분위기는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 해도 되나... 살짝 걱정하게 된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3일 본지와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이 대표를 중심으로 모두 강성으로 꾸려지면서 당내에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것이 눈치 보인다는 의원들이 많다"며 "실제로 당내에서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은 대부분 당의 의견을 그대로 말하는 것 외에는 말을 매우 아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소신파로 분류되는 민주당의 한 의원도 "사실 각종 현안에 대해 말하려다가도 '이 말 해도 되나' 하고 걱정하게 된다"며 "살짝 눈치를 주는 경우도 있다. 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너무 경직된 분위기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경직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 지도부가 논란이 되는 사안과 관련한 의원들의 개별 발언이 당내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핵심관계자는 "당내의 대통령과 생각을 같이 하는 강경한 사람들이 다른 발언을 별로 내켜 하지 않는다"며 "이 대표는 과거 열린우리당 당시의 잘못된 운영을 걱정하고, 당내 주류로 불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 트라우마가 자정작용 약화"

    이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당시 초선들이 각자의 생각을 중구난방으로 표출하면서 당이 순식간에 혼란에 빠져들면서 몰락했던 것을 교훈 삼아 이번 만큼은 달라야 한다는 것이 이들 생각"이라며 "열린우리당 트라우마가 당의 자정작용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4월 총선 직후 당선인들에게 편지를 보내 "열린우리당이 152석 과반을 했지만 우리는 승리에 취했고 과반 의석을 과신해 겸손하지 못했다"고 경계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탄핵역풍의 효과를 톡톡히 보며 152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108명의 초선 의원들이 원내에서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며 분열을 거듭했다. 이후 의원들이 대거 탈당하며 대통합민주신당을 꾸렸고, 열린우리당은 흡수통합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