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 반대 정치인 출마 제한 검토”… 비공개 재판, 외국인 체포, 중국 압송 등 독소조항 수두룩
  • ▲ 지난 1일 홍콩 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체포되는 시민.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일 홍콩 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체포되는 시민.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가보안법 시행 첫날 홍콩 시민들의 저항은 거셌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홍콩 경찰은 이날 370여 명의 시민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비공개 재판, 외국인 체포 가능, 중국으로의 압송 등 보안법 독소조항을 지적하며 우려했다.

    시민 수천 명 보안법 철회 촉구 시위…경찰, 강경진압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명보 등 홍콩 언론은 “홍콩의 중국 반환일인 1일 시민 수천 명이 코즈웨이베이·완차이 등 도심에서 보안법 철회를 촉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강경진압으로 맞섰다”고 전했다.

    홍콩 경찰은 1일 시위대를 진압하며 보안법 위반 용의자 10명을 포함해 시민 370여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은 “당신들은 국기와 현수막을 흔들거나 구호를 외치며 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 국가전복행위를 자행한다. 당신들은 체포돼 기소될 수 있다”고 적힌 현수막을 시위대를 향해 내걸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홍콩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고무탄·후추스프레이를 사용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시위대 가운데 ‘홍콩독립’ 등이 적힌 현수막이나 깃발을 가진 사람들을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또 다른 시위대는 불법시위, 공격용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존 리 홍콩 보안장관은 경찰의 강경진압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며 “보안법을 위반할 경우 지방선거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고 시민들을 위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외국인 관광객에도 보안법 적용…중국, 세계와 전쟁 선포”
  • ▲ 홍콩 경찰은 사진 속 보라색 현수막을 펼쳐 보이며 시민들에게 해산을 명령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홍콩 경찰은 사진 속 보라색 현수막을 펼쳐 보이며 시민들에게 해산을 명령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보안법 전문을 공개했다. 홍콩 언론은 보안법에 독소조항이 가득하다고 우려했다.

    홍콩 보안법에 따르면, 보안법 위반 용의자는 비공개 재판을 받을 수 있으며, 중국이 요구하면 본토로 압송될 수도 있다. 보안법의 해석과 적용은 중국이 직접 한다.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나 ‘홍콩독립’ 등의 구호를 외칠 경우 국가분열 기도 또는 체제전복 혐의를 받을 수 있다. 홍콩 경찰의 강경진압에 반발하면 테러 행위, 시위에서 홍콩독립과 ‘천멸중공(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을 외치며 성조기 등 다른 나라 국기를 흔들면 ‘외세와 결탁’ 혐의를 받게 된다.

    보안법은 홍콩 시민과 중국 국민뿐만 아니라 홍콩에 있는 모든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 외국인이 반중 시위대 속에 있다 시위 참가자로 간주되면 보안법 위반 혐의로 잡혀 갈 수 있다는 말이다. 관광객 같은 비영주권자는 위반 시 즉각 추방당하며 기업도 처벌받는다.

    보안법은 또한 홍콩 시민을 대상으로 한 안보교육 및 선전도 실시하도록 명시했다. 각급 학교에서는 안보교육을 하고, 각종 미디어에서는 안보 선전을 한다. 또한 홍콩에서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과 공무원 임용 대상자는 반드시 중국과 홍콩 기본법을 준수한다는 선서와 충성 맹세를 하도록 규정했다.

    또 홍콩에 설치할 국가안보처에는 전 세계에서 보안법을 위반한 사례를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해외에서 보안법을 위반한 홍콩 시민이나 중국인도 처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현지 언론은 “중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선전포고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보안법 내용 때문에 지난 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는 영국을 필두로 27개국이 중국을 향해 홍콩 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여기에 한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 대만·영국 “홍콩 시민들 이민 돕겠다”

    한편 대만과 영국은 보안법으로 불안에 떠는 홍콩 시민들을 받아들이겠다고 나섰다. 대만은 지난 1일 ‘대만-홍콩 서비스 교류 판공실’을 개소했다. 영국은 ‘영국재외국민(BNO)’여권을 가진 홍콩 시민들이 영국 시민권을 가질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지난 1일 민진당 중앙상무위원회에 참석해 ‘대만-홍콩 서비스 교류 판공실’ 개소 소식을 전하며 “민진당은 국제사회와 함께 홍콩 정세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홍콩 시민들에게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빈과일보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같은 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하원에 출석해 “중국이 보안법과 관련해 기존 방침을 계속 고집한다면 BNO 여권 보유자들에게 영국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BBC 등이 전했다.

    영국 정부는 BNO를 가진 홍콩 시민이 영국에서 5년 이상 체류 또는 근로활동을 하면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이민법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이는 BNO 여권을 가진 홍콩 시민 300만 명에게 영국 시민권을 얻을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