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키움 히어로즈에 '복귀 신청 포기' 의사 전달
  •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방출된 뒤 국내 프로야구로의 '유턴'을 시도했던 강정호(33·사진)가 결국 복귀 계획을 접었다.

    이른바 '음주운전 삼진아웃'으로 한미 야구계에서 퇴출된 강정호에게 남은 수순은 사실상 '은퇴'밖에 없어 보인다.

    지난 29일 '프로야구 복귀 신청을 철회했다'는 강정호의 글에서도 자신의 야구인생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체감한 듯한 심경이 읽혀졌다.

    "복귀 시도가 프로야구에 짐… 뒤늦게 깨달았다"


    강정호는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달 23일)기자회견 후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이 글을 쓰게 됐다"며 "긴 고민 끝에 조금 전 키움 히어로즈에 연락드려 복귀 신청 철회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팬들 앞에 다시 서기엔 제가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도, 히어로즈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모두 저의 큰 욕심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 욕심이 야구팬 여러분과 KBO리그, 히어로즈 구단 그리고 야구선수 동료들에게 짐이 됐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밝힌 강정호는 "복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받은 모든 관계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아직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는 결정하지 못했지만 어떤 길을 걷게 되더라도 주변을 돌아보고 가족을 챙기며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다"며 "봉사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음주 뺑소니 사고로 야구 경력에 '먹구름'

    2014시즌까지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에서 활약하다 2015년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 구단으로 이적한 강정호는 데뷔 첫해 타율 0.287에 15홈런, 58타점을 기록하는 빼어난 활약을 보인데 이어 이듬에엔 주전 3루수로 도약, 타율 0.255에 21홈런, 62타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간판급 선수로 올라섰다.

    그러나 2016년 12월 2일 새벽 자신의 차량(BMW)을 몰고 가다 서울 삼성역 인근에서 '가드레일'을 치고 도망간 혐의(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 받으면서 찬란하게 빛나던 야구 경력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2009년과 2011년에도 음주운전으로 100만~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전과가 드러나 면허가 취소된 강정호는 미국 정부로부터 취업 비자(P-1) 발급까지 거부당하면서 '제한 선수 명단(Restricted list)'에 등재되는 이중고를 겪어왔다.

    이후 피츠버그 구단의 배려로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참가해 '야구 실전 감각'을 유지하던 강정호는 현지 미국 대사관의 도움으로 2018년 미국 재입국에 성공했다.

    그러나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2019시즌 종료 뒤 피츠버그에서 방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결국 메이저리그 컴백이 무산된 강정호는 지난달 20일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에 제출하며 국내 야구 복귀 의사를 밝혔다.

    이에 KBO는 지난달 25일 상벌위를 열어 강정호에게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 다음은 강정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입장문 전문.

    안녕하세요? 강정호입니다.

    기자회견 후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긴 고민 끝에 조금 전 히어로즈에 연락드려 복귀 신청 철회 의사를 전하였습니다.

    팬 여러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팬들 앞에 다시 서기엔 제가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도, 히어로즈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모두 저의 큰 욕심이었습니다.

    제 욕심이 야구팬 여러분과 KBO리그, 히어로즈 구단 그리고 야구선수 동료들에게 짐이 되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복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받은 모든 관계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오랫동안 팀을 떠나 있었지만 히어로즈는 항상 저에게 집 같은 곳이었습니다. 다시 히어로즈에서 동료들과 함께 야구하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 생각이 히어로즈 구단과 선수들을 곤경에 빠뜨리게 하였음을 이제 깨닫게 되었습니다. 히어로즈 팬들과 구단 관계자분들 그리고 선수 여러분들께 너무나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 전합니다.

    아직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는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길을 걷게 되던 주변을 돌아보고 가족을 챙기며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봉사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

    강정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