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이재명 '공공배달'과 취지·성격 비슷, 카피캣 수준"… 전문가 "성과 내려면 막대한 재정지원 필수"
  • ▲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로페이 기반 제로배달 유니온 업무 협약식'을 개최한 박원순 서울시장. ⓒ박성원 기자
    ▲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제로페이 기반 제로배달 유니온 업무 협약식'을 개최한 박원순 서울시장. ⓒ박성원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역화폐인 '서울사랑상품권(제로페이)'을 이용한 배달앱을 선보인다. 기존 6~12%이던 중개 수수료를 2% 이하로 낮춰 배달앱 가맹점주 등 소상공인들을 돕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같은 취지로 추진을 발표한 '공공배달앱'과 비슷해 '박원순 시장이 또 이 지사를 따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내 10개 배달 플랫폼사 등과 함께 '제로페이 기반 제로배달 유니온(제로배달) 업무 협약식'을 개최했다. 그는 "일부 업체가 배달시장을 과점하면서 높은 수수료로 고통받는 소상공인과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배달 플랫폼 업체를 동시에 지원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제로페이+배달 플랫폼=제로배달"

    제로배달은 제로페이와 국내 중소 배달앱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울시는 배달 플랫폼 회사에 '제로페이'를 결제수단으로 제공하고, 배달 플랫폼은 제로페이 인프라를 통해 소비자들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협약에 참여한 △페이코 △멸치배달 △만나플래닛 △먹깨비 △배달독립0815 △놀장 △로마켓 △주피드 △띵동 △스마트오더2.0 등이다. 소비자들은 해당 플랫폼의 배달앱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된다. 

    해당 배달앱과 가맹을 맺은 소상공인 업체는 2% 이하의 저렴한 중개수수료로 배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배달 플랫폼사의 광고료·수수료를 합한 가맹점 부담은 평균 6~12%이지만, 제로배달을 통해 약 4~10% 정도 수수료가 낮아진다.

    이재명 공공 배달앱과 차별점 뒀으나… 업계 반응은 '카피캣'

    배달 업계에서는 경기도의 '공공배달'을 사실상 베낀 서울시 '제로배달' 사업에 대해 "박 시장이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의식한 것"이라고 본다.

    서비스 주체가 민간 배달 플랫폼(제로배달)이냐 지자체(공공배달)이냐 등의 차이점이 있지만, 두 사업 모두 중개수수료를 기존 보다 낮춰 소상공인 등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는 동일하다. 공공배달은 경기도의 예산 지원을 통해 수수료를 2.2~3%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한 배달 플랫폼 관계자는 "이재명이 앞서 공공배달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는데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청이 아닌 국회까지가서 저럴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며 "세부적으로 조금 다를 뿐 공공배달처럼 중개수수료를 낮추겠다는 건 똑같지 않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이재명의 공공배달보다 늦게 발표가 돼서 그런지 여러 가지 단점을 보완하려 한 점은 눈에 띈다"면서도 "하지만 제로배달의 취지·성격 등이 공공배달과 다를 게 하나 없어 카피캣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기존 '빅3' 넘을 가능성 있나… '제로배달' 실효성 지적

    경제 전문가들은 제로배달의 실효성 문제를 지적했다. 제로배달의 수수료가 낮다해도 배달앱 시장의 98%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 등 빅3 업체를 가맹점주들이 버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들 역시 다양한 이벤트와 할인 혜택이 있는 빅3 업체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로배달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재정 투입이 필수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존에 존재하는 배달앱과 경쟁력을 갖출 정도가 되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막대한 재정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런 재정지원을 통해 서울시와 연계한 배달 플랫폼에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성과는 낼 수 있겠지만 지속적인 성과는 내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투입되는 예산 규모가 크지 않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사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