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 "文정부, 북한과 소통 막히자 정치적 우려"… "극적 무대 연출하면 극적 결과" 제안
  • ▲ 지난해 4월 11일 한미정상회담 당시 백악관에서 만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4월 11일 한미정상회담 당시 백악관에서 만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해군 함정에서의 미북정상회담과 같은 ‘극적 이벤트’를 미국 측에 제안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에서 밝혔다. 그는 문 대통령이 이런 제안을 한 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봤다.

    "정치적 이유에서 극적 이벤트 제안”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내가 서울로 돌아가면 6월12일과 7월27일 사이에 3차 미북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북한 측에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을 결렬시킨 것과 관련해 “나쁜 합의에 서명하기보다 그냥 걸어 나온 것이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언급한 뒤 나왔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설명했다.

    “우리(미국 정부)는 이때 하노이회담 이후 남북 간에 접촉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그는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햇볕정책이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에) 가시적 성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해온 문 대통령은 북한의 냉담함이 (국내)정치적으로 좋지 않다는 점을 우려하며 희생양을 찾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이 때문에 판문점 또는 해군 함정에서의 미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시간·장소·형식에서 극적 무대를 연출하면 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문 대통령 주장의 요지였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지적했다.

    정의용 "김정은이 한 가지 전략만 갖고 와서 놀랐다"
  • ▲ 지난해 4월 11일 한미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해 4월 11일 한미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2019년 3월 미국을 찾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김정은이 하노이 정상회담 때 대안 없이 한 가지 전략만 갖고 온 것에 놀랐다”고 털어놨다고 볼턴 전 보좌관이 밝혔다.  

    “이때 정 실장은 ‘미국이 북한의 ‘행동 대 행동’ 비핵화를 거부한 것은 옳으나 영변 핵시설 폐기는 비핵화에서 의미 있는 조치이며, 이는 북한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는 문 대통령의 정신분열병적 아이디어를 전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설명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문재인 정권이 “트럼프와는 좀 더 대화할 용의가 있었지만 폼페이오와 볼턴 때문에 더이상 대화할 수 없었다”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가 나온 뒤에야 비핵화를 주제로 한 남북정상회담을 강하게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하노이에서 내가 너무 세게 나갔나…” 소심한 트럼프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회담이 끝난 지 한 달 정도 지날 무렵 “내가 너무 강하게 나간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때부터 “우리는 전쟁에 단 10센트도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대북제재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주장했다.

    실제로 2019년 3월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대북제재를 위반한 중국 업체 2곳을 대상으로 한 제재 완화를 시사했다.

    그동안 강력한 대북제재를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보고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해 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을 좋아한다. 그러니 이런 제재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그러나 이를 본 볼턴 전 보좌관과 믹 멀베이이 백악관 비서실장대행이 극구 만류한 덕분에 중국업체들을 향한 제재 완화가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