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의원 측 "마포 소장 죽음, 검찰 탓" 주장… 강제수사로 속도 내던 檢, '여론전'에 수사 차질 전망
  •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천장을 보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천장을 보고 있다. ⓒ이종현 기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수사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검찰은 윤 의원의 딸 유학자금 출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부정 등 의혹이 제기된 초반만 해도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단행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윤 의원을 불체포특권 발효 시점인 이달 5일 전에 소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컸다.

    그러나 닷새를 넘긴 현재(10일)까지도 검찰의 윤 의원 소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정의연의 서울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손모(60) 소장의 급작스러운 죽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윤 의원 측은 손씨의 죽음이 검찰의 강압수사 탓이라는 취지의 여론전을 펼쳤다. 이에 부담을 느낀 검찰이 '신중 모드'로 전환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 수사 압박감 탓"… 윤미향‧정의연, 여론전 불 지피기?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현재 윤 의원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을 수사하는 서울서부지검은 "구체적 조사 일정은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이달 초만 해도 21대 국회 회기 시작으로 불체포특권을 갖는 시점인 '5일 이전'에 윤 의원 소환 조사에 나설 것이라는 분위기를 풍겼다.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 사건 배당 6일 만인 지난달 20일 정의연을 전격 압수수색한 데 이어 다음날인 21일 '평화의 우리집'을 추가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던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윤 의원과 정의연의 혐의가 방대하고, 회계부정 사건의 특성상 자료 분석에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만큼 예상했던 시일 내 소환은 불발됐다. 기업 또는 특정 단체를 조사하는 경우, 주요 피의자의 소환 조사는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최종 확인을 위해 부르는 경향이 있어 더욱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최근 '마포 쉼터' 소장 손씨의 죽음도 수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04년부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일해온 손씨는 6일 오후 10시35분쯤 경기도 파주시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의연 측은 손씨의 죽음이 '검찰 수사에 따른 압박감 탓'이라는 취지의 주장했다. "지난달 21일 검찰이 정의연의 회계자료 일부가 보관됐다는 이유로 쉼터를 압수수색한 뒤 심적 고통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윤‧정의연 '여론전'에… 檢, 숨고르기?

    당장 윤 의원도 손씨의 죽음을 검찰과 언론 탓으로 '물타기'하며 '여론전'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윤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올린 '추모사'라는 제목의 글에서 "기자들이 쉼터 초인종 소리 딩동 울릴 때마다, 그들이 대문 밖에서 카메라 세워놓고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처럼 보도를 해대고, 검찰에서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하고, 매일같이 압박감, 죄인도 아닌데 죄인의식 갖게 하고, 쉴 새 없이 전화벨 소리로 괴롭힐 때마다 홀로 그것을 다 감당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썼다.
  • ▲ 약 16년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일한 위안부 마포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고(故) 손모씨 운구차가 10일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 약 16년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일한 위안부 마포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고(故) 손모씨 운구차가 10일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 검찰은 "고인에 대해 조사한 사실이 없고 출석 요구를 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검찰의 부담이 적지 않은 눈치다. 자칫하면 여론전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그동안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힌 윤 의원이 손씨 사망을 계기로 태도를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윤 의원이 손씨 사망을 이유로 검찰 반감을 크게 표출한 상황"이라며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 기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전망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로서도 매우 난감한 상황"이라며 "윤 의원은 불체포특권을 가진 현역 의원 신분이고, 더욱이 수사 중 쉼터 소장의 사망사건까지 발생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결국 수사는 당초 방향과 달리 무기한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피의자 사망 후 수사 차질 많아… "주요 피의자 아니라서 영향 적을 듯" 

    실제로 정치권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 중 혐의 당사자의 사망으로 수사가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640만 달러 상당의 뇌물수수 의혹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다 2009년 5월23일 경남 봉하마을에 위치한 자택 인근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했다. 이에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 처분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도 '대선 댓글조작' 의혹에 휩싸인 일명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50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특검의 조사를 받는 중이었으나 2018년 7월23일 사망했다. 이에 특검팀은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다만 손씨가 주요 피의자가 아니라서 검찰 수사에 끼칠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당장은 (검찰이) 여론을 감안해 숨고르기에 들어가겠지만, 손씨는 주요 피의자가 아니다"라며 "결국 윤 의원에 대한 조사가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조사와 자료 분석이 끝나면 윤 의원 소환 조사도 곧장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현역 의원이라 조사에 더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겠지만, 그만큼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이라 검찰로서도 수사를 빠르게 전개하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