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과 중국 중 선택할 수 있다” 이수혁 돌출발언… 미국, 文정부에 경고장
  • ▲ 미국 국무부 청사.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국 국무부 청사.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국무부가 주미 한국대사의 말을 두고 이례적으로 논평을 냈다. 국내외 언론은 “미국 주도의 국제공조에서 한국이 거듭 엇박자를 내자 이를 경고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한국, 어느 편에 설지 수십 년 전 선택”

    미국 국무부가 5일(이하 현지시각)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The ROK already chose side when it abandoned authoritarianism and embraced democracy several decades ago)”는 논평을 내놨다.

    이수혁 주미대사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과 관련해 논평을 요청하자 미 국무부가 내놓은 답이라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동맹국의 정책이나 개별 지침과 관련해서는 해당 정부에 문의하라는 답변으로 일관해온 국무부가 워싱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당국자의 발언을 특정해 구체적인 논평을 내놓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송은 “특히 국무부가 지난주 ‘우리는 우리와 중국 중 한쪽을 선택할 것을 다른 나라에 요구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는데, 이번에 한국의 선택을 자명한 사실로 규정한 배경이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이수혁 “한국은 미국과 중국 중 선택 가능”

    이 대사는 지난 3일 워싱턴D.C.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화상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사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 ▲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받는 이수혁 주미대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받는 이수혁 주미대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국제질서 향배에 있어,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지만 우리 스스로 양자택일의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자기예언적 프레임에 스스로의 사고와 행동을 가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대사는 이어 “일각에서는 한국이 두 나라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우리가 선택을 강요받는 나라가 아니라 이제는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해 G7 정상회의에 초청한 것을 두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새로운 세계질서를 형성하고 관리해 나가는 데 참여할 수 있는 초대장을 얻은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미국 “한국, 현실 직시하라”는 의미로 논평 

    미국 국무부의 5일 논평은 이런 주장을 편 이 대사에게 “현실을 직시하라”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소리 방송 또한 “국무부가 ‘수십 년 전 한국의 선택은 이미 이뤄졌다’고 한 것은 한국이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동맹이면서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 편에 서기로 오래 전에 약속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국은 수십 년 전 민주주의 편에 서기로 했다”는 미 국무부의 논평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행보를 보면 시사하는 바가 많다. 미국은 한국에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동참을 요청했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는 문제에도 미국·호주와 같은 견해를 보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침묵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5·24조치 무효화, 한국 영해의 북한 선박 통과 등 남북협력사업을 북한 비핵화 협상과 무관하게 최대한 빨리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보였다. 이에 미국은 “북한 비핵화 진전과 발을 맞춰야 한다”고 거듭 경고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