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유족은 넣고, 연평 천안함 유족은 제외…보훈처 코로나 탓하며 “실수였다”
  • ▲ 제64회 현충일 추념식 행사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3부 요인들, 서해영웅 유족, 보훈단체 관계자들의 모습. 서울현충원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제64회 현충일 추념식 행사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3부 요인들, 서해영웅 유족, 보훈단체 관계자들의 모습. 서울현충원이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가보훈처(처장 박삼득)가 현충일 행사에 서해 영웅들과 유족을 초청하지 않았다가 논란이 되자 5일 오후에야 뒤늦게 이들을 초청했다. 하지만 현충일 행사에 천안함 폭침,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도발에서 북한과 싸우다 전사한 장병 유족과 참전 장병들을 애초 부르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보훈처 “보훈단체들이 서해영웅들 추천 않아서…”


    보훈처는 이와 관련해 “보훈단체들이 천안함과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도발 참전장병과 유가족들의 초청을 추천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현충일 행사는 우한코로나 때문에 규모가 대폭 줄었는데, 이 과정에서 ‘공법단체’라 불리는 보훈단체로부터 참석자를 추천받았다는 것이 보훈처 설명이었다.

    ‘공법단체’란 정부 지원을 받는 14개 보훈단체로 상이군경회, 무공수훈자회, 전몰군경유족회, 재향군인회, 6.25참전유공자회, 월남참전자회, 고엽제전우회, 4.19혁명동지회, 광복회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이 천안함·연평해전·연평도 포격도발 전사자 유족과 참전 장병의 현충일 행사 참석을 추천하지 않았다는 게 보훈처 설명이다.

    “대신 이번 현충일 행사에는 우한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다 순직한 분들 유가족이 초청받았다”고 보훈처는 밝혔다. 우한코로나 순직자는 현충원에 안장됐으며 곧 국가유공자가 될 것이라고 보훈처는 덧붙였다. 언론에 보도된 우한코로나 순직자는 비상근무 중 과로로 순직한 경북과 전북 지자체 공무원들이다.

    청와대 “우리는 서해영웅 제외 안 했다”

    청와대는 이날 논란이 커지자 즉각 해명을 내놨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및 정부가 천안함 유족 등을 현충일 행사 초청에서 누락했다는 보도가 일부 언론에 나오고 있어 정확한 사실을 말씀 드린다”며 보훈처의 해명을 반복했다.
  • ▲ 지난 3월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처음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윤청자 여사가
    ▲ 지난 3월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처음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윤청자 여사가 "천안함 폭침은 누구 소행이냐"고 묻고 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초 현충일 행사 참석 인원은 1만여 명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우한코로나 때문에 참석자 규모를 300명 선으로 줄이면서, 보훈단체로부터 참석자 추천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강민석 대변인은 이어 “정부는 이번 현충일 행사를 그 어느 때보다 참전용사와 상이군경 등을 위한 행사로 준비했다”며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이 천안함 묘역에서 추모연주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천안함·연평해전·연평도 포격도발 참전 장병과 유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안함 전우회장 “이건 청와대가 우리 (엿) 먹이는 것”

    전준영 천안함 전우회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한코로나 순직자 가족이 현충일 행사에 초청받았다는 사실을 들었다”며 지난 3월 ‘서해 수호의 날’에 이어 이번에도 ‘우한코로나’가 주인공이냐고 반문했다.

    전준영 회장은 “북한과 맞섰던 장병과 그 가족들에게 (청와대가 엿을) 먹이려는 행태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며 “웃기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전준영 회장은 “솔직히 지금 대통령이 우리 보는 것이 불편해서 그러는 것 아니냐”고 청와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전 회장에 따르면, 보훈처는 이날 오후 3시 30분에서야 “실수가 있었다. 현충일 행사에 와 달라”고 연락해 왔다. “보훈처가 뒤늦게 연락해 왔지만 기분이 좋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전 회장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현충일 취지에 어긋난다” 군 안팎, 눈치보며 비판


    보훈처는 “보훈 정책이라는 것이 군인 위주가 아니라 독립유공자, 민주화유공자, 호국영웅의 세 축으로 이뤄지는 만큼 다양한 사람을 초대하다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며 해명했지만 군 안팎에서는 “그래도 서해영웅과 유족들을 초청하지 않은 것은 현충일의 취지에도 어긋난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듯 조심스러웠다. 한 안보기관 관계자는 “서해영웅들을 현충일 행사에 초청하지 않은 데 청와대의 영향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웃음으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