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대 폐막 앞두고 '홍콩 보안법' 강행… 중국 공산당 '홍콩 민주화인사 탄압' 제도 마련
  • ▲ 지난 27일 홍콩 도심에서 경찰의 강압적 행동에 항의하는 중년 여성을 주변 젊은이들이 데려가는 모습.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7일 홍콩 도심에서 경찰의 강압적 행동에 항의하는 중년 여성을 주변 젊은이들이 데려가는 모습.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28일 폐막에 앞서 ‘홍콩 국가안전법’ 제정 방침을 채택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이 속보로 전했다. 이로써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시화했다.

    닛케이 “전인대, 폐막 전 ‘홍콩 국가안전법’ 제정 결정”

    닛케이는 “이번 결정에 따라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오는 6월 회의를 열어 홍콩 국가안전법 입법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홍콩에서는 9월 입법회(국회에 해당)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법 제정을 완료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중국이 홍콩 민주화인사들을 탄압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 셈이다. 전인대가 밝힌 홍콩 국가안전법은 사회적 분열 조장, 중국 공산당 체제 전복, 조직적 테러 활동, 외부세력의 내정간섭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하면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즉, 홍콩 언론은 중국 본토와 같은 보도규제를 받게 되며, 출판사는 공산당 비판 서적을 낼 수 없게 된다. 홍콩 시민들은 함부로 집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 중국은 홍콩에 비밀경찰기구를 두고 민주화인사들을 ‘테러범’으로 구금·처벌할 수 있게 된다. 외국인이 홍콩에서 중국을 비난하면 ‘외부세력의 내정간섭’이 된다.

    “홍콩, 자치권 누리지 못하는 상황” 국무부 발표의 의미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의 발표는 이런 상황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중국을 향한 경고였다.
  • ▲ 지난 27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반대 시위. 여기에는 좌익 성향 학생단체까지 참석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7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반대 시위. 여기에는 좌익 성향 학생단체까지 참석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홍콩은 중국으로부터 자치권을 누리지 못한다고 의회에 보고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이 말은 지난해 11월 제정한 홍콩인권법에 따라 현재 홍콩 상황을 의회에 보고했다는 뜻이다. 

    홍콩인권법에 따르면, 국무부는 매년 홍콩의 자치권이 보장되는가를 평가해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홍콩에 자치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중국 공산당 관계자를 제재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말은 ‘홍콩정책법’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은 1992년 홍콩 반환에 앞서 ‘홍콩정책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홍콩은 중국과 다르다”는 전제하에 ‘특별지위’를 부여했다. 독립적 금융 허브로 인정했다. 때문에 지난해 미중무역전쟁 와중에도 홍콩으로부터의 수입에는 관세가 붙지 않았고, 홍콩 시민들은 자유롭게 미국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홍콩정책법’에는 “홍콩이 특별지위를 유지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자치권을 중국으로부터 부여받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은 그 특별지위의 일부 또는 전부를 폐지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은 한때 자유롭고 번영하는 홍콩이 독재국가 중국에 변화의 역할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 중국은 홍콩을 중국 같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중국을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폼페이오 장관의 말을 전하며 “이는 중국이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미국이 '홍콩 특별지위' 박탈하면 일어날 일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경우 큰 파장이 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홍콩 특별지위 박탈은 트럼프 정부가 취한 중국제재 가운데 가장 가혹한 것”이라며 “특히 홍콩에서 사업을 벌이며 비자금을 관리하는 중국 공산당 고위층 또는 그 가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 신장 위구르 재교육 캠프. 조만간 홍콩 또는 인근 선전에도 이런 시설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장 위구르 재교육 캠프. 조만간 홍콩 또는 인근 선전에도 이런 시설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가장 유력한 조치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과 관련된 중국 공산당 간부, 정부기관, 관련 기업 제재와 비자 면제 취소, 홍콩을 대상으로 한 우호관세율 취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우호관세율을 취소하면 홍콩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중국과 같은 25%의 관세가 붙는다.

    게다가 지난해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 1400억 달러(약 173조5000억원) 가운데 970억 달러(약 120조2000억원)가 홍콩을 통해 유입됐다는 사실까지 보면 충격파는 엄청나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재무부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과 관련 있는 중국 공산당 관계자와 기관, 관련 기업의 자산 동결, 미국 입국 금지 등 광범위한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서방진영, 대중국 압박에 동참…강경화 “상황 잘 안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이유로 한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이미 동조하고 나섰다. 특히 영국은 호주·캐나다와 함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난 26일에는 더타임스가 “지금이라도 홍콩 시민들에게 영국 국적을 부여하고 피난처를 제공하자”는 논설을 내놨다. 같은 날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콤’은 “중국 관영 영어방송인 중국국제방송(CGTN)이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와 관련 심각하게 불공정 보도를 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CGTN은 수백만 달러의 벌금을 불거나 영국 내 방송 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다.

    이미 세계 200여 명의 정치인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놓은 바 있어 앞으로 미국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는 나라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침묵 중이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28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7차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에서 “외교부를 비롯한 우리 정부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최근 국제동향의 의미와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그러나 홍콩 국가보안법과 관련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