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 고도화·다양화를 강하게 주절댔건만...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는 구별해야 한단다대화와 합의가 과연 진정한 평화를 지켜줄까?
  • 李 竹 / 時事論評家

      다소 진부(陳腐)하다. 쓰는 필자도, 읽은 독자도... 그런 이유로 눈길을 끌어보려고 ‘새로운’을 갖다 붙여봤다. 별다른 의미가 아니라, 호기심을 자극해보려는 얕은 잔꾀에 불과할 수도 있다. 아무튼...

      “국가 무력 건설과 발전의 총적[총체적] 요구에 따라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고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 인민군 포병의 화력 타격 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도 취해졌다...”

      엊그제 북녘 ‘백도혈통’(百盜血統)이 뒤룩한 몸매에 잘 어울리게(?) 자기키보다 큰 작대기를 휘둘러대며 똘마니들에게 주절거린 ‘회의’의 결과라고 한다. 선대(先代)의 유훈(遺訓)이라고 계속 뻥을 쳐온 ‘비핵화’(非核化)는 말고, ‘실제적인 비핵화’를 강조한 듯싶다.
      ‘실제적인 비핵화’는, 그야말로 ‘진부’(陳腐)라는 단어에 걸맞게 누차 필자가 짖어댔던 표현이다. 시간이 조금 흐른듯하니, 다시 한 번 읊어보자.

      “북녘이 핵무기를 ①계속 만들어서[備核化] ②깊숙이 꼬불친[秘核化] 가운데 ③그 양과 질을 늘리면서[肥核化] ④필요한 거리만큼 날려 보낼 수단을 개발[飛核化]해 온 일련의 과정”

      그래서 그런지, 엊그제 북녘의 그 ‘회의’에서 주절거린 대목도 고도의 핵무기 체계와 연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단다.
      이를 테면, ‘다탄두(多彈頭)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신형 대형 잠수함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꼽는다. 또한 이전에 수차례 시험발사를 통해 선보인 신형 유도무기와 대구경·초대형 방사포들도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북녘의 ‘비핵화’는 거의 완벽한 마무리 단계 아니겠는가. 드디어 ‘새로운’이 낯설지 않은 ‘경지’에 다다랐다고 할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녘의 비핵화’ 약속을 굴뚝같이 믿고 힘을 보태온 까닭인지, ‘촛불정권’은 말씀을 아끼고 계시다고 한다. ‘북악(北岳) 산장’측의 반응이란다.
      “관련 부서에서 분석중이다. 지금 말할 내용은 여기까지다.”

      어디서 많이 보고 들은, 눈과 귀에 익은 종류의 멘트 같다. 북녘에서 미사일·방사포 등을 동해 쪽으로 날려 보내고 나면 어김없이 ‘국민의 군대’는 이렇게 소리를 높였었다. 앵무새 마냥...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꼭 이것 뿐만은 아니었다고?
      그래 맞다. 간혹 마음에 없는 ‘감’(感)을 몇 개 던지곤 했다. “실로 유감이다!”

      ‘수다는 은(銀), 침묵은 금(金)’이라고 했다. 더군다나 상대의 심기, 특히 ‘백도혈통’(百盜血統)의 코털을 건드리는 건 결코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듭해 왔으니 이번에도 이쯤에서 그저 넘어가야 할 모양이다. 그 ‘평화’를 위해서 하고 싶은 말씀은 많겠지만, 이미 며칠 전부터 자락을 깔아온 바라 ‘국민’들이 크게 싫증 낼까봐 배려한 건 아니었는지...

      “5·24조치는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유연화와 예외조치를 거쳐왔다... 정부는 5·24조치가 남북 간 교류 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통일부 대변인의 당찬 포부라고? 대변인 개인이 맘대로 읊었다고 믿는 ‘국민’이 있을까.

      “북(北)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전략미사일을 실험·생산하는 문제와 재래식 무기를 개발하면서 훈련하고 시험하는 문제는 확실히 구별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이 부정적이어도 남북협력을 밀고 나가려 할 것...”
      ‘촛불정권’의 초대 도승지(都承旨)께서 분명하게(?) 개념을 정립하셨단다. 그가 직(職)을 내려놨다고 해서 ‘촛불정권’의 핵심실세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떠벌릴 멍청이는 없을 게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묻고 가자.
     
      “핵무기로 얻어터지는 맛과 재래식 무기에 얻어맞는 맛은 다른가? 핵무기는 단지 전[과]시용이고 재래식 무기는 병정놀이에 사용한다? 그러니까 ‘평화’를 위해서는 북녘의 네 종류 ‘비핵화’를 인정하고 도와야 한다고?”

      답은 뻔할 테니, 이 나라 ‘국민’들은 이번 북녘의 ‘회의’ 결과를 마주하면서 ‘재난지원금’을 챙긴 두 손을 들고서 ‘환호작약’(歡呼雀躍)해야 할까보다. 한손에는 카드, 다른 한손에는 상품권을 움켜쥐고서...

      여기에다가 이 나라 ‘국민의 군대’도 이에 착실히 발 맞춰나가고 있다질 않는가.

      분명 전방 초소에 ‘네 발’[四 發]이 박혔는데도 굳이 ‘오발’이라고 한다. 쏜 놈은 말이 없는데, 증거까지 들이대 준다.
      날이 궂을 거라는 예보에 따라 훈련은 연기한단다. 허긴 ‘국민’들에게 줄 재난지원금에 보태느라 군사비도 뭉텅 잘렸으니, 기름값·총알값 아끼는 건 당연하기도 하다. 슬그머니 취소하는 것도 방법일 텐데...

      이렇듯 ‘대화(對話) 주도 안보’와 ‘합의(合意) 주도 국방’을 향한 혼신의 노력은 가히 평가 받을만 하다. 궁극적으로 안보와 국방 모두 ‘평화’를 위한 것 아닌가. 역시 그래서 그런가?
      사정과 논리가 그러하니 언제 적부터 불리던 이 나라 ‘국민 군가(軍歌)’의 가사(歌詞)도 손을 볼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씁쓸한 주장(?)마저 대두되고 있다는데...

      “군인으로 입대해서 할 일도 많다만 / 너와 나 ‘합의’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 ‘대화’와 ‘대화’ 속에 맺어진 남북아 / 산봉우리에 해 뜨고 해가 질 적에 / 부모 형제 ‘합의’ 믿고 단잠을 이룬다.”

      그러나 저런 노래 가사야 말따먹기에 불과하다고 쳐도...

      북녘의 ‘비핵화’가 ‘새로운 경지’에 다다른 지금, 그 무슨 ‘합의’가 의미는 있을까?
      ‘남’(南)은 꼭 지켜야 하고, 북(北)은 지켜도 무시해도 그만인 ‘합이’[合異 다름을 합함]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그 무슨 ‘대화’라는 건 완벽한 ‘굴종’(屈從)의 ‘대화’[大禍 큰 재앙]로 향하는 지름길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무시할 수 있을까?

      이제 본격적으로 핵무기를 머리에 얹고 살아가야 할 이 나라 ‘국민’들은 믿을 구석이 별로 많지 않은 듯하다. 그래도 양키나라가 있지 않느냐고?

      “남북 협력은 비핵화에 발 맞춰야 한다...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해야 한다...”

      글쎄, 고비마다 에둘러만 댈 뿐 실제적인 행동이야 늘 미적대 온 건 어쩌고... 더군다나 이젠 ‘동맹’(同盟)이라기보다 ‘돈맹’이라는 볼멘소리마저 들리는 경지에 이르렀다지 않나 원...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