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42번가'서 사랑꾼 '애브너 딜런' 역으로 출연…6월 20일 개막
  • '영원한 젊은 오빠' 임하룡(68)이 2003년 '풀몬티' 이후 17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선다.

    임하룡은 6월 20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도로시 브록'의 마음을 얻기 위해 '프리티 레이디' 공연에 자본금을 지원하는 투자자이자 순진무구한 사랑꾼 '애브너 딜런' 역을 맡았다.

    "1976년 '포기와 베스'가 첫 뮤지컬이에요. 이후 '요셉 어메이징', '풀몬티'를 했고요. 사실 노래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조심스러웠어요. 이번엔 배역이 노래와 대사가 별로 없고, 적당히 배가 나온 체형이나 성격, 나이가 저랑 잘 맞죠. 제가 짝사랑 전문이거든요. 아내와의 사랑만 이뤄졌기 때문에 '딜런' 역이 딱이에요. 노래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 '지붕 위의 바이올린' 같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1980년 뉴욕 윈터가든 극장에서 초연된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그해 토니상 8개 부문의 후보작에 올라 최우수 뮤지컬상과 안무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1996년 호암아트홀에서 처음 소개된 이후 2018년까지 꾸준히 재공연되며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내용은 1930년대 대공황을 겪고 있는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무명의 코러스걸 페기 소여가 뮤지컬 스타로 성공하는 과정을 그린다. 꿈과 희망이라는 보편적인 주제에 화려한 무대와 조명, 재즈풍의 경쾌한 스윙 음악, 압도적인 군무, 흥겨운 탭댄스 등이 어우러져 쇼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준다.
  • ▲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지난 공연 모습.ⓒ샘컴퍼니
    ▲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지난 공연 모습.ⓒ샘컴퍼니
    임하룡은 작품의 매력에 대해 "MBC 문화체육관에서 초연을 봤던 기억이 나요. 극 안에 희로애락, 우리의 인생이 담겨 있어요. 주인공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신인배우, 왕년의 스타 등이 등장하는데 연예계 사람들이 보면 와닿을 거예요. 무엇보다 일사분란한 군무가 멋지고 볼거리가 풍성하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17년 만에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일주일에 3~4일, 하루 6시간 이상 연습하는 일정에도 의욕은 넘쳤다. "반복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각오해야죠. 고되지만 잠은 잘 와요. 솔직히 반박자 늦게 들어가는 박치였어요. 연습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박치에 대한 두려움은 덜해요. 콩트를 많이 하다 보니 여러 배우들과 호흡 맞추는 것도 힘들지 않아요. 공연에 제 유행어나 다이아몬드 춤을 넣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임하룡은 1976년 극단 가교에서 연극배우로 먼저 시작했지만 어려운 집안형편 탓에 연기를 계속할 수 없었다. 밤 무대에서 사회를 보다가 전유성 선배의 소개로 1978년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으며, 1981년 KBS 특채 개그맨이 됐다. "일주일만 젊었어도" "이 나이에 내가 하리" "쑥스럽구만" "젊은 오빠" 등의 유행어를 만들어냈고, 1989년·1991년에는 KBS 코미디 대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2000년도 접어들어 코미디 프로그램이 거의 사라지면서 개그맨들이 방송에 나갈 기회가 점점 없어졌다. 임하룡은 늦은 나이에 영화에 눈을 돌려 '묻지 마 패밀리'(2002), '아는 여자'(2004), '범죄의 재구성'(2004)' 등에서 단역으로 출연하며 정극 연기를 선보였다. 2005년 '웰컴 투 동막골'을 통해 '제26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영화·드라마·연극·뮤지컬 등 모두 한 분야라고 생각해요. 정극이든, 코미디든 연기를 하는 건 똑같아요. 한때는 '내가 이런 역을 하면 대중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이제는 많이 내려놨어요. 영화 '장수상회'에서 몇 장면 나오지 않았는데 연기가 좋았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 역할의 비중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죠."

    까만 교복에 빨간 양말을 신은 채 다이아몬드 스텝을 밟았던 임하룡. 벌써 30여년이 지났지만 KBS2 코미디 프로그램 '유머 일번지' 코너 '추억의 책가방' 속 그의 모습은 아직도 친숙하게 남아있다. 2018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임하룡은 여러 전시회와 개인전을 여는 등 항상 새로운 도전에 나서며 한시도 쉴 틈이 없다.

    "제가 쉬는 걸 견디지 못해요. 직업이 놀이터라고 생각하거든요. 학창시절 경험을 콩트로 만든 게 '추억의 책가방'인데, 가장 애착이 가요. 언젠가 악극이나 코미디 연극의 형식으로 보여주려고 해요. '젊은 오빠'는 제가 지은 별명이에요. 이 수식어는 놓치고 싶지 않아서 젊게 살려고 노력해요. 앞으로 목표는 없지만 현재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