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증거인멸 교사 등 3개 혐의 추가에도… 法 "도주 또는 증거인멸 가능성 낮다"
  • ▲ 정경심씨. ⓒ정상윤 기자
    ▲ 정경심씨. ⓒ정상윤 기자
    법원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58) 씨의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기로 8일 결정했다. "도주 또는 증거인멸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정씨는 구속기간 만료로 오는 10일 0시 석방된다. 다만 법원은 정씨 측이 향후 도주 또는 증거인멸을 시도하면 즉각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재판부 "증거인멸 가능성 적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정씨의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피고인이 도주할 가능성이 없고, 동양대 표창장 위조 등 추가 구속영장 발부가 가능한 혐의사실에 대하여 증거조사가 실시돼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적은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앞서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정씨의 딸 조민 씨를 논문 제1저자로 등재해준 장영표 단국대 교수와 그의 아들이자 조씨의 한양외고 유학반 동창인 장모 씨, 대한병리학회지 편집위원장 정모 씨 등에 대한 증인심문이 마무리된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다만 재판부는 "오는 14일 공판기일에 피고인과 검사에게 추가 구속영장 발부가 가능한 사유들에 대해 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향후 도주 또는 증거인멸 시도 정황이 포착될 경우 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로써 정씨는 오는 10시 0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다. 지난해 11월11일 구속기소된 후 6개월이 지나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이다. 이후 정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는다. 

    檢 "공소사실 유지에 만전 기할 것"

    이에 검찰은 "피고인의 구속 여부와 무관하게 앞으로의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달 28일만 해도 "정 교수는 실형 가능성이 크고 증거인멸 우려도 높다"며 추가 구속영장 발부 심리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이 당시 제시한 추가 구속영장 발부 대상 혐의는 미공개 정보 이용, 차명 주식거래, 증거인멸 교사 등 3개 사항이다. 이들 혐의는 지난해 10월 구속영장 발부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기소단계에서 추가된 것이다. 

    검찰은 의견서에서 3개 혐의와 관련한 면밀한 수사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동안 정씨의 태도에 비춰 볼 때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고, 다른 증인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고 적었다. 또 "공판절차 진행을 부당하게 지연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실제로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주요 증거로 꼽히는 정씨의 노트북 1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정씨의 딸과 아들에게 인턴 경력 증명서를 발급해준 것으로 확인된 한인섭 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 등 11개 혐의와 관련한 주요 증인 신문도 남아 있다.  또 조 전 장관과 함께 추가 기소된 사건은 재판이 시작단계에도 접어들지 못했다. 

    검찰은 또 지난 29일 정씨의 11차 공판 당시 "법적 농단, 사법 농단 등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에 대해 추가 영장이 발부된 사례가 다수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관련해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례를 거론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6일에는 24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계속적인 구속재판의 필요성'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구속영장 효력 만료로 석방 시 주거·접견제한조치 불가

    재판부의 이번 판단은 향후 재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씨가 형소법 제96조에 따라 '직권보석'으로 풀려났다면 재판부는 정씨에게 주거제한, 접견제한 등 여러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상황처럼 단순히 구속영장 효력 만료로 석방되면 이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추후 정씨가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에도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피고인이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은 후 실형을 선고받는다면, 법원은 피고인에 대해 새 구속영장을 발부해야 한다. 그런데 이때 종전 범죄사실과 같은 내용으로 새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게 가능한지와 관련해 법리적 다툼이 크기 때문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정농단'과 '불법사찰 지시' 혐의로 1심에서 총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도 2019년 1월 항소심 재판 전 석방된 이유도 이와 같았다. 

    결국 정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는다고 하더라도 항소심에서 종전 범죄사실과 같은 내용으로 구속영장 발부가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