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험 없는 '어설픈 3040 기수론' 경계"… "경제실정 지적 등 꾸준한 메시지로 국민 설득해야"
  • ▲ 본지와 인터뷰 중인 장제원 의원. 그는
    ▲ 본지와 인터뷰 중인 장제원 의원. 그는 "4.15 총선은 지도자 공백으로 각개전투를 치렀다"며 미래통합당의 지난 총선 패배 이유를 밝혔다. ⓒ정상윤 기자
    "4.15 총선은 지도자 공백으로 각개전투를 치렀다."

    제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3선에 성공한 장제원 의원이 밝힌 통합당의 총선 패배 이유다.

    장 의원은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패배 이유 중 하나로 '지도자 공백'을 꼽은 데는 탄핵 사태 이후 '문재인 대통령'에 맞설 지도자를 보수우파 진영에서 배출해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집권여당이 갖은 예산집행력, 정책적 수단 등은 차치하더라도 결국 '인물 부재'에 따른 결과라는 얘기였다.

    그는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정치 경험을 쌓아온 문재인·이낙연 등 중진들을 비롯해 수십명의 '청와대 키즈'가 있는데, 우리는 그런 인물들이 전혀 없었다"며 "9년간 정권을 잡았는데 사람을 제대로 못 키워냈다"고 한탄했다. 장 의원을 최근 그의 국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Q. 총선 얘기부터 해보자. 결과적으로 참패했다. 위안을 삼는다면 부산·울산·경남(PK지역)에서 선전했다는 건데, 이번 총선을 평가한다면.

    "참패는 맞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게 있다. 의석수만 놓고 분석하면 참패다. 하지만 전체 득표율을 따져보자. 지난 대선 때 (홍준표 후부) 득표율이 24% 가량이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는 41%까지 올랐다. 의석수가 아닌 득표율로 따진다면 보수가 결집된 것을 알 수 있다. 수도권에서 참패한 것을 따로 떼놓고 보면, 세상의 변화에 우리(통합당)가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보수는 자유시장경제를 이야기 한다. 자유시장경제는 결국 경쟁이다. 국민들은 계속되는 경쟁 사회에 지쳐있는데 보수가 이를 헤아리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 우리는 경쟁에 지친 분들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 주고, 경쟁 속에서 떨어진 분들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줘야 한다. 그마저 실패한 분들에게는 촘촘한 복지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차갑고 냉혹한 보수가 아닌 ‘따뜻한 보수’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것들을 제시하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해 이번 총선의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4.15 총선 참패 원인, 지도자 공백·정책전환 실패"

    Q. 다른 문제는 없었나.

    "지도자 공백 문제도 있다. 총선은 결국 메신저 싸움이다. 상대측에는 예산집행력, 정책적 수단을 다 가진 '문재인'이라는 지도자가 있지 않았나. 우리도 이런 지도자가 있었다면 어렵게나마 총선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본다. 이번 총선만큼 지도자가 없는 선거는 처음 치뤄봤다. 우리가 총선에서 이겼을 때는 이회창·이명박·박근혜 같은 차기 대선 후보나 국민적 신뢰가 있는 지도자가 있었다. 이번에는 각개전투였다. 지도자 부재와 정책전환의 실패가 이번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물론 공천파동, 세월호 막말도 있었지만 근본적 원인은 이 두 가지다."

    Q. 황교안 전 대표가 문제였다는 것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지도자 공백이 생기다 보니 외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분(황교안)을 모셨는데,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Q. 지도자 부재 문제를 해결할 복안은 있나.

    "지역별 중진들을 전면 배치해 당을 혁신으로 이끌어 나가야한다. 지금처럼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권역별로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의원들을 활용해야 한다. 이런 분들을 중심으로 지도부를 구성해 통합당을 슬기롭게 끌고 나가야 한다. 동시에 장기적으로 지도자를 만들어내는 문화와 시스템을 형성해야 한다."

    Q. 지도자 양성 시스템을 제안한다면.

    "상대 진영의 사례를 볼 필요가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거기다가 노 전 대통령의 초대 대변인이 이낙연 전 국무총리다. 이뿐만 아니다. 조국이 실패하자마자 안면몰수하고 이광재를 국회에 진입시켰다. 그들이 키워낸 '청와대 키즈'만해도 20~30명 정도다. 민주당은 이런 방식으로 인재를 키워 수년 후 지도자로 만들었다. 반면 보수우파 진영은 정권을 9년이나 잡았는데도 '인물'을 못 키워냈다."

    "지역별 중진들 전면 배치해 당 이끌어나가야 해"

    Q. '인물'을 못 키워낸 이유가 뭐라고 보나.

    "정치 지도자는 하늘에서 뚝딱하고 떨어지는 게 아니다. 꾸준한 정치적 학습이 필요한 자리다. 이것을 틀어막고 있는 게 국회의원 공천권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의 자치단체장 등이 경쟁을 통해 정치적 학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모든 게 국회의원 공천권에 달려있다. 지역에서 젊은 분들이 커나갈 수 있는 시스템과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젊은이들이 중앙에 와도 실수 없이 성장할 수 있다. 깜짝 스타 발굴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권역별 지도자가 당을 이끌고 가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역량있는 정치인을 만들어야 한다."
  • ▲ 장제원 의원은 본지와 인터뷰 중에
    ▲ 장제원 의원은 본지와 인터뷰 중에 "어설픈 3040 기수론은 안된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정상윤 기자
    Q. 최근 당내에서 나오는 '3040 기수론'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어설픈 3040 기수론은 안 된다. 통합당을 더 힘들게 할 것이다. 3040 기수론, 즉 세대 교체론의 가장 대표적 주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이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왔을 때 이 분은 이미 20대에 국회의원을 지내고 원내총무를 지낸 중진이셨다. 이런 탄탄한 정치적 학습이 돼 있는 분이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국민적 신뢰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뜬금없이 정치적 학습이나 경험이 없는 30~40대가 보수정당을 재건하겠다고 한다면 국민들께서 믿어주실지 의문이다."

    Q. 김종인 비대위는 어떻게 보나.

    "통합당이 이번 총선에서 참패했기 때문에 원인분석·반성의 시간·당 체질 개선·정책 노선 정리 등을 해야 하니 비대위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비대위를 맡을 적임자가 김종인 선대위원장 외에는 대안 없다고 봤다. 왜냐하면 김 위원장은 혁신 마인드도 있고 코로나 이후에 경제 문제에 대한 메세지도 낼 수 있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김 위원장의 입에서 '무기한 전권'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민주정당에선 당 대표도 임기가 있는데, '무기한 전권'이라는 말은 민주정당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원들 사이에서도 '그게 민주정당이냐'는 거부감들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반발이 나오니 '무기한'이라는 말을 뺐다. 당원들이나 다른 의원들은 이런 것들에 대한 걱정이 많다."

    Q. 문재인 정권 얘기를 해보자. 드루킹·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가 상당히 많다. '국정농단 특위'를 지낸 입장에서 현 정권의 도덕성을 평가한다면.

    "문재인 정부 특성은 내로남불이다.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지 않나. 인사 문제부터 봐라 . 돌려막기 인사에 회전문 인사, 낙하선 인사로 말이 많다. 지금 수사 중인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이 만약 유죄로 판명된다면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부정선거가 된다. 지금까지 드러난 부분만 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민주당, 부산 경제 망쳐놓고 사과 한 마디 없다… 분노가 치민다"

    Q. 얼마 전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는데.

    "민주당이 무책임하기 그지없다고 생각한다. 다음 보궐선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즉 1년이라는 시정 공백을 맞이한 셈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부산의 민생 경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부산은 특히 자영업자들이 많은 도시다. 코로나발 경제 위기 속에서 이분들을 버티게 하려면 공격적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그런데 오 전 시장이 사퇴하면서 이를 진두지휘할 수장을 잃어 버렸다. 민주당은 이에 대한 대안도 없이 관리형 대행체제로 가겠다고 한다. 수장을 잃은 부산시가 코로나발 경제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게 돕겠다는 말 한 마디 없는 것이 어떻게 집권 여당인가. 분노가 치솟는다. 지금 부산 시정이 어떤 상태인가. 전직 부산시장 오거돈은 성추행으로 사퇴했다. 전직 경제부시장 유재수는 뇌물 혐의로 검찰로부터 5년형을 받았다. 시장·부시장이 다 빠진 상황에서 공무원 1명의 관리형 체제로 만들어놓고 미안하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저지른 짓에 대해 제대로 된 책임을 져야만 한다."

    Q. 범여권 190석이라는 슈퍼여당이 된 탓인지 개헌 얘기도 솔솔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103석' 의미는 국민들이 최소한의 개헌 저지선을 (통합당에게) 준 것이라고 본다. 국민들은 민주당도 밉지만 통합당이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번에 총선에서 야당을 심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100석을 넘게 준 것은 통합당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집권여당에게 개헌까지 허용하지 말라는 국민적 메시지다. 저들이 벌써부터 개헌을 이야기하는데, 무슨 저의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은 반대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 ▲ 장제원 의원은
    ▲ 장제원 의원은 "문재인 정부 특성은 내로남불"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권력형 비리를 꼬집었다. ⓒ정상윤 기자
    Q. 이번 당선으로 당내 3선의 중진이 됐다. 향후 계획은 뭔가.

    "지금은 어떤 자리에 가겠다는 생각보다 어떤 일을 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할 때다. 영남은 보수의 정통적 지지기반이다. 지난 20대 총선 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 부산만 해도 지난 총선보다 3석 더 많이 확보했다. 정통적으로 보수세력들은 영남을 기반으로 수도권에서 신승했을 때 다수당을 차지했다. 반대로 민주당 계열은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수도권에서 신승을 가졌을 때 다수당을 차지했다. 지금은 석패와 신승의 차이일 뿐, 통합당이 완전히 몰락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지지기반을 차근차근 닦아 나가는 단계라고 본다. 지역에서의 기반을 바탕으로 우리가 조금 더 중원으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한다는 의미다. 좌파 진영에서는 우리를 두고 '영남 자민련'이라고 비웃는다는데 나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경제 문제다. 문재인 정권은 이제 입법·행정까지 다 가졌다. 즉, 경제 실정에 대한 책임을 야당이나 세계의 탓이라고 전가할 수 없어진 셈이다. 경제 실정 문제는 앞으로 오롯이 문 정권의 책임이다. 나는 문재인 정권이 경제 정책 기조를 이대로 유지한다면 대한민국에 엄청난 경제 위기 초래할 것이라고 본다."

    "통합당, 文정부 경제 실정 분명히 짚어나가야"

    Q. 문재인 정부가 정책기조를 바꿀 것 같지 않은데.

    "통합당은 앞으로 문 정부의 경제 실정을 분명히 짚어나가야 한다. 의석수가 모자라기 때문에 문 정부의 행보를 막을 수 없더라도 국민들에게 '이건 잘못됐다'는 걸 알려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반대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강행했다. 그 결과를 보시라. 경제가 더 망하지 않았느냐. 이런 걸 보여드려야 한다. 나는 문재인 정부가 우리의 지적을 받아들일 거라고 보지 않는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탈원전 정책이나 소득주도성상에 대한 것들의 속도를 조절해나가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을 지탱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Q. 좌파들의 프레임 싸움에 말려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차기 원내 지도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국민 호소력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을 설득하고 여론의 지지를 얻어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우리도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가미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우리가 내세우고자 하는 경제 정책, 민생고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국민 의견과 겉돌아서는 안 된다. 그 다음 요소가 전투력과 협상력이다. 이런 부분들을 지도부가 잘 새겨줬으면 한다."

    Q. 부산 사상 주민들이 장 의원을 '3선 중진'으로 만들어줬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상주민들께서는 장제원을 '사상의 아들'이라고 생각해 주시는 것 같다. 사실 40살의 장제원은 사상 주민들에게 뭐 하나 보여드린 게 없었다. 그런데 주민들께선 장제원의 가능성 하나만 보고 선택해주셨다. 20대 총선 때는 무소속으로 나왔는데도 표를 주셨다. '문재인 키즈' 배재정 후보와 '박근혜 키즈' 손수조 후보가 출마해 내가 표를 얻을 구석이 없다고 봤다. 그런데 주민들께서는 기호 5번으로 나온 장제원을 찍어주셨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도 꾸준히 지지해주셔서 3선 의원이라는 참 영광스러운 결과를 얻어냈다. 이런 기대와 믿음에 대해 내가 보답해야하지 않겠는가. 책임감이 너무 막중하다. 사상구민 여러분들의 기대와 성원, 믿음에 너무 감사드린다. 지난 8년간 사상이 가지고 있는 숙원 사업들을 모두 본 궤도에 올려놨다. 이걸 완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