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의석 수에선 밀렸지만, 득표율은 40%… 악재롤 호재로 활용하는 선거전략 아쉬워"
  • ▲ 이용 미래한국당 당선인ⓒ권창회 기자
    ▲ 이용 미래한국당 당선인ⓒ권창회 기자
    이번 4·15총선에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된 이용 당선인. 이 당선인은 21대 의정활동을 통해 체육인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당선인은 특히 "전문 스포츠(엘리트 스포츠)가 갈수록 위축되는 현상이 크게 우려스럽다"며 "체육인복지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체육인이 노력에 걸맞은 대우를 받도록 의정활동을 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는 체육계 일부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침소봉대해 모든 체육인을 마치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듯한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체육혁신 7차 권고안'은 현장을 완전히 무시한 정책"이라며 "체육인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이런 정책 때문에 후배 체육인들의 꿈이 박탈당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 이용 당선인이 27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연맹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권창회 기자
    ▲ 이용 당선인이 27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연맹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권창회 기자
    본지는 지난 27일 이 당선인의 의정활동 포부를 듣기 위해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사무국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보수 참패의 이유를 묻자 "정치 초년생이 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총선은 보수야권의 참패로 나타났다. 선거 결과를 총평한다면? 

    "안타까운 마음이 당연히 크다. 우리 당에도 저보다 후순위를 배정받은 훌륭한 후보들이 많이 낙선했다. 그분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감안해 보수야권이 과반 가까운 의석을 차지할 거라 예상하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국민의 심판은 냉정했다. 보수야권의 모습이 아직은 국민 눈높이에 부족한 모양이다. 제가 직접 지역구에서 뛰지는 않았지만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해 유권자에게 표를 호소한 한 사람으로서 죄송한 마음이 크다. 다만 한 가지. 정치 새내기로서 선거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하기가 조심스럽지만, 꼭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총선은 지나간 일이 아니다. 과거의 일이 아니다. 나는 수많은 승부를 겨뤄온 체육인으로, 이번 총선을 스포츠 경기와 비교해보고 싶다. 시합에서 졌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오늘 시합에서 왜 졌는지를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다. 다음 경기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는 그다음 문제다. 우리 팀이 무엇을 더 보완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것 역시 그 다음이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야권이 왜 졌을까. 왜 국민의 지지를 못 받았을까. 그것을 먼저 생각하고 분석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다."

    - 왜 졌다고 생각하나?

    "나름의 결론을 가지고 있지만, 제 의견을 언론을 통해 개진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지역구 출마자와 당 지도부를 비롯해 선거를 준비한 수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지 않나.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하는 사람으로서 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 참패 원인 가운데 한 가지만 말해달라.

    "의석 수에서는 압도적으로 밀렸지만, 득표 수를 놓고 보면 완패'한 것은 아니지 않나. 전체 유권자의 40%가량이 보수야권을 지지했다. 각 지역구로 쪼개지지 않는 대선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고 본다. 패배의 원인 역시 체육인으로서 스포츠에 비유해 말해보겠다. 시합에 나가기 위해선 선수 관리도 하고 훈련도 하고 상대팀 분석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차원에서 준비가 이뤄진다. 언제나 승부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이번 총선에서 많이 아쉬웠던 것은 선거일정을 따라가기에만 급급하지 않았나 싶다. 이기는 전략이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우한코로나를 십분 활용하면서 악재를 호재로 반전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보수야권은 그런 게 잘 보이지 않았다. 경기에서 뛰는 건 누구나 한다. 승리할 수 있는 전략, 상대의 약점과 우리의 강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분석이 있었는지 돌이켜보고 싶다. 주관적인 분석이라는 점을 전제한 말이다."

    - 21대 국회에서 어떤 활동을 펼칠 구상인지?

    "체육인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 저는 체육인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서게 됐다. 21대 국회에서 체육인복지법을 꼭 제정하고 싶다. 이 법안은 19대 국회 때부터 이에리사(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선배가 쭉 진행해온 법안인데, 통과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상임위원회 심사부터 예산 순위에서 밀린다고 한다.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첫째 목표다. 지금 국가대표 수당이 하루에 6만5000원이다. 한 달에 130만원이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체육인들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20년을 훈련해 국가대표가 되는데, 그 전문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형편이다. 국가대표 감독·코치인데 4대보험 적용도 안 된다. 지역가입자로 돼 있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올림픽 개최 전 1년 동안 집에 들어간 날이 다 합쳐 27일이다. 24시간 선수들을 챙긴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지도자들마저 너무 낮은 대우를 받는 게 아닌가. 엘리트 체육이 이 정도인데 생활체육계는 어떻겠나. 스포츠클럽 지도자, 학교 스포츠 강사 등 대부분의 생활체육인들이 비정규직이다. 스포츠계의 이런 사정을 국민이 알아줬으면 한다."

    - 문재인 정부가 지난 3년 동안 보여준 체육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일례로 평창남북단일팀 만들 때를 예로 들고 싶다. 당시 남북 단일팀을 만드는 것을 두고 체육인이 정치적으로 휘둘려선 안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평화와 화합, 그런 가치들을 위해 체육인이 나서는 것도 좋은 일 아니겠나, 그런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면서 단일팀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큰 틀에서 정부에 협조한 것이다. 그런데 올림픽이 끝나고 지난해 문체부에서 체육혁신 7차 권고안을 내밀었는데, 그게 오히려 체육인 활동에 장애물이 되고 말았다. 체육인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장애물이 됐다는 건 무슨 뜻인가?

    "법안이나 정책을 세울 때 사전 검토기간이 부족하다면 시행유예라거나 일부에만 적용해보는 등 현장의 반응을 사후에라도 살피는 노력이 있어야 했다. 체육혁신 7차 권고안의 취지는 좋다. 학교체육에 문제가 있다, 학교 운동부를 평일이 아니라 주말에 운영해보자, 모두 생각해볼 만한 지적이다. 그런데 권고안이 시행된 후 평일에는 공부하고 주말에는 시합하다보니 체육 지도자들은 '월화수목금금금'이 되고 말았다. 제대로 지도할 수 있겠나. 또 학교폭력 우려 때문에 합숙소를 폐지한다고 했다. 학교폭력에 찬성하는 사람이 누가 있고, 그걸 없앤다는 데 누가 말리겠나. 그런데 현장상황도 고려했어야 했다. 학교 합숙소를 다 폐지해버리면 지방에 있는 학생들은 서울에서 대회가 있을 때마다 월세 얻어 생활하란 말인가. 어떤 운동부에서 어떤 팀에서 성폭력이나 폭행이 있었다면 그들의 문제다. 국회의원이 음주운전하면 국회의원을 다 없애나? 택시 운전사가 사고 내면 택시를 다 없애나? 왜 일부에서 일어난 일을 모든 체육인에게 덧씌우려 하나? 당시 혁신위원회가 체육계의 속사정은 전혀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권고안을 만들고 말았다."
  • ▲ 이용 당선인이 27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연맹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권창회 기자
    ▲ 이용 당선인이 27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봅슬레이스켈레톤 경기연맹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권창회 기자
    - 체육계에서 이용 당선인에게 바라는 바는?

    "도쿄올림픽이 우한코로나로 1년 연기됐다. 올림픽을 준비한 전 세계 체육인에게는 불행한 소식이다. 하지만 제 처지에선 이것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체육계의 꺼져가는 불씨를 살릴 수 있는 기회란 말이다. 만일 이번 7월에 개최됐으면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일부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숨죽여온 전문스포츠(이용 당선인은 '엘리트 스포츠'란 말 대신 '전문 스포츠'로 부르자고 했다) 종사자들이 올림픽에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지원하겠다. 일부는 국위선양해서 뭐하나, 그렇게 말한다. '국위선양'이란 말 자체가 구시대 유물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국가대표가 메달을 하나 딸 때마다 창출하는 경제가치가 얼마인가. '국위선양'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경제성장동력이다. 스포츠산업 발전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국민 자긍심 고취를 통한 국가적 안정. 도쿄올림픽을 그런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계기로 만들겠다.

    - 새내기 정치인으로서 포부를 밝혀달라

    "국정감사나 상임위 활동을 보면서 깨달은 게, 내가 만일 정치인이 된다면 막말은 안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타협과 화합이 어렵다고 하는데 끝까지 그런 자세를 지켜가겠다. 집권여당이 180석, 힘든 과정일 거라고 본다. 이럴 때일수록 정통성을 살려야 우리 당에 기회가 있지,  꼼수나 꾀를 부린다면 더 어려워질 것이다. 소신을 견지하고 집권여당이 올바른 길이 아니라면 엄중하게 비판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

    - 못다 한 얘기가 있다면.

    "스포츠는 모두가 평등한 대표적인 세계다. 부자와 빈자를 떠나 모두가 공정한 곳이 스포츠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하나의 통로가 스포츠다. 순수히 자기 노력과 재능으로 성공하는 곳이 스포츠다. 저는 어렸을 때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특별활동 시간에 씨름을 배웠다. 씨름을 배우면 빵과 우유를 줬기 때문이다. 제과점 빵을 맛볼 수 있었다. 귤도 주고 포도도 줬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체육계 후배들 중 상당수가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운동을 통해 성공을 꿈꾼다. 그런데 합숙소를 폐지하고 주말리그를 하게 하고, 이런 정책은 실제로는 운동할 기회를 빼앗고 꿈을 짓밟는 것이다. 자유롭고 평등해지기 위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대화와 타협의 자세는 유지하되 잘못된 정책에는 물러섬 없이 싸워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