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3일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 심의·확정… 국회 입법과정 거쳐 시행… "일부 내용, 형평성 어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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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성년자 등 여성들에게 가학적 성착취물을 촬영하게 하고 이를 온라인상에 유포, 판매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사진). ⓒ박성원 기자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 처벌을 높이는 대책을 발표했다. 성 착취물 등을 메신저 텔레그램에 유포한 'n번방'·'박사방' 사태가 계기다. 대책에는 신고 포상금제, 양형기준 상향부터 영상 제작자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까지 담겼다. 일각에서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이 같은 대책이 후퇴할 것으로 예상했다.26일 법무부 등에 의하면, 정부는 23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심의·확정했다. 정부는 9개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민관합동 TF에서 4개 분야에서 17개 중과제, 41개 세부과제를 마련했다.수사단계부터 피의자 얼굴 공개, 성착취물 구매죄 처벌 등 대책에 담겨주요 대책은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판매자도 신상공개 대상에 포함 △수사단계부터 피의자 얼굴 등을 적극 공개 △미성년자 성착취물 소지에 대한 형량 상향 △미성년자 성착취물 구매죄 처벌 조항 신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물 소지죄 처벌조항 신설 △미성년자 강간죄 준비·모의한 경우에도 예비·음모죄로 처벌 △잠입수사 허용 등이다. 여기에 성착취물 제작행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등 내용도 담겼다.여성·학계 등에서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그간 여성가족부, 대한변호사협회 등에서도 성착취물 관전자와 단순 소지자에 대한 처벌 규정, 공소시효 폐지 등 주요 대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왔다. 이들이 주로 논의한 내용이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조현욱 변호사는 "양형기준 상향부터 잠입수사, 신고포상금 등 위의 대책 내용들은 모두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 교수 역시 "피해자 인권이 디지털 성범죄로 인해서 평생을 거쳐서 침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인권 문제를 일반화시킬 필요는 없다"며 "예외적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있어서는 공소시효 폐지와 신상공개 등은 법리적으로 부당하지 않을 거 같다"고 설명했다. -
- ▲ 정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 ⓒ법무부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일부 내용에 대한 법 개정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나온다. 10대 피의자의 신상공개, 공소시효 폐지 등에 대한 부분이다. 현행법상 강력범죄자의 신상은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해 공개됐다.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이 정한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등에 한해서다.형사 전문의 한 변호사는 "그동안 강력범죄자의 신상공개는 엄격히 적용돼왔다"며 "사회적 관심에 따라 강력 범죄에 한해서는 신상은 공개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피해자 인권 중요" VS "일부 내용, 법 형평성 어긋나"이 변호사는 그러나 "공소시효 폐지는 법체제를 흔드는 문제로, 여론에 의해 폐지 여부를 결정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법은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성착취물 제작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는 다른 범죄와의 균형성과 엇나간다"라며 "가령 살인죄 공소시효가 과거 폐지됐는데, 이때에도 '살인죄와 상해치사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등 논란이 있었다"고 부연했다.서울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의 증거는 다른 범죄 증거보다 (온라인상에서) 오래 남을 가능성이 있고 범죄자 추적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과 어긋나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신상공개 문제는 다른 흉악 범죄들도 있는데 유독 이 사건에서 예외를 둬야 하는지 의문이다"라는 말도 보탰다.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입법 과정에서 공소시효 폐지가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한편 정부는 미성년자 의제강간 기준 연령을 상향하기로 했다. 지금의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다. 의제강간은 강간과 같이 취급되는 성행위로,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만 13세 미만의 아동과 성행위를 할 경우에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이 기준을 16세 미만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도 조만간 마련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