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 "문제없다" 판단… 법조계 "친분 있는데 왜 문제가 없나" 정부 신뢰훼손 우려
  • ▲ 광호 청와대 신임 교육비서관.(=청와대 제공) ⓒ뉴시스
    ▲ 광호 청와대 신임 교육비서관.(=청와대 제공) ⓒ뉴시스
    이광호 청와대 교육비서관은 5년 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소재한 이우학교 교장을 지냈다. 그런데 이 비서관이, 이 학교법인 이사장을 지낸 인물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공직자윤리법은 고위공직자가 직무와 관련 있는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인사혁신처는 이 비서관이 보유한 주식이 직무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 비서관이 해당 기업 대표이사와 과거 학교법인 설립을 주도하는 등 '친분관계'에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인사혁신처의 주식보유 심사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26일 공개한 관보에 따르면 이 비서관은 코스닥 상장사인 잉크테크의 주식 2만199주를 보유했다. 주식 가치는 관보기준 8039만2000원이다. 이 비서관은 전년 대비 해당 주식을 400주 더 매입했다.

    잉크테크는 잉크와 기능성 필름을 생산하는 업체로, 교육비서관이라는 이 비서관의 직무와는 직접적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비서관은 과거 잉크테크의 대표이사인 정광춘 대표와 함께 이우학교 설립을 주도하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우학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소재하고 있다.

    잉크테크 대표와 친분... 이우학교 설립부터 이사장-교장으로 일해

    이광호 비서관과 정광춘 대표는 지난 2003년 9월 이우학교 개교 전부터 학교 설립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두 사람은 개교 후 각각 이우학교 교사(기획팀장)·이우학교 이사로 함께 일했다. 잉크테크는 2003년에 이우학교에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10월에는 정 대표가 이우학교 이사장으로 취임했고 5개월 만인 2015년 3월 이 비서관이 이우학교(중·고등학교) 교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2018년 정 대표가 이우학교 이사장에서 사임했다. 이 비서관은 2017년 8월 사임 후 교육부 정책자문위원·경기도교육청 학교정책과 장학관을 거쳐 2018년 9월 청와대 교육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청와대 교육비서관인 이 비서관은 고위공무원으로 공직자윤리법에 적용을 받는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의 고위공무원은 3000만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할 경우 해당 지분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해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보유주식이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돼 백지신탁 의무를 면제받으려면 당사자가 기준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도 주식의 직무관련성을 판단할 때 "공개대상자 등이 본인이나 그 이해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을 발행한 기업의 경영 또는 재산상 권리에 관한 상당한 정보를 입수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무"로 규정하고 있다. 공직윤리시스템의 직무관련성 판단기준에 따르면 "주식 및 주식발행기업 관련 정보에 관한 직접적·간접적인 접근 가능성과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돼 있다.
  • ▲ 이광호 청와대 교육비서관(왼쪽 끝)과 정광춘 잉크테크 대표(오른쪽 끝)가 지난 2003년 이우학교 설립인가 기념 좌담회를 가지고 있다. ⓒ이우학교 홈페이지
    ▲ 이광호 청와대 교육비서관(왼쪽 끝)과 정광춘 잉크테크 대표(오른쪽 끝)가 지난 2003년 이우학교 설립인가 기념 좌담회를 가지고 있다. ⓒ이우학교 홈페이지
    인사혁신처, 이 비서관 주식보유 '적격' 판정

    하지만 2018년 12월 28일에 게재된 관보에 따르면 이 비서관은 인사혁신처산하 주식백지신탁위원회의 업무관련성 심사를 통과해 주식 보유가 가능하다고 판정받았다. 

    법조계는 이 비서관의 주식보유가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인사혁신처의 결정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변호사는 "대한민국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비서관이 주식을 보유한 회사의 대표와 직접 친분으로 연관돼 있다면 그것 자체가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하는 이유"라며 "주식백지신탁을 법제화한 취지는 직무의 친분과 이익이 결합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단순 직접 연관된 업무가 아니라 사적인 친분도 고려 대상이 돼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 "인사혁신처 판단 문제 있어…기계적으로 직무관련성 판단"

    또 다른 기업 전문 변호사는 "인사혁신처가 엄격한 심사보다는 기계적으로 관련 직무인지 아닌지만을 판단하는 것 같다"며 "정부가 스스로 신뢰를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주식보유의 적격 여부와 왜 적격판정을 내렸는지는 공개하지 않도록 돼 있다"며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 27조에 나오는 각호의 기준으로 직무연관성을 판단한다"고만 답했다.

    이 비서관 "교육과 전혀 무관한 주식…문제 없다"

    이광호 비서관은 해당 주식 보유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 비서관은 21일 본지와 통화에서 "이건 교육과 전혀 무관한 주식이고 (정광춘 대표가) 학교 이사장 할 때 교장을 하기도 했고 보유한 것은 훨씬 이전 20년쯤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원래 2만~2만5000원 하던 주식인데 지금은 곤두박질하고 있다"며 "회사 상황은 전혀 모르고, 이런 걸 가지고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