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와 제휴, 9개월 전부터 '맞춤형' 민심 파악… 주먹구구 통합당은 '막말' 차명진 탓
  •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광진을 후보. ⓒ권창회 기자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광진을 후보. ⓒ권창회 기자

    "저 사람들은 연극 하고 조작하는 데는 능한데 국민 실생활을 해결하는 데는 무능하고 염치도 없다. 소득주도성장의 결과가 어떤 건지 세상이 아는데, 그게 마치 코로나 때문인 것처럼 마스크를 씌우고 시치미를 뗀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4일 기자회견에서 호소한 말이다. 3년간 쌓인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무능을 강조했지만, 각종 조사 흐름상 총선 결과는 정부여당에 긍정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같은 '모순적' 현상은 민주당이 총선 9개월 전부터 전국 각 지역 후보들에게 '빅데이터 시스템'을 제공한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빅데이터 시스템은 "선거는 과학"이라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판단 아래 9개월 전부터 극비리에 진행됐다. 세대별·성별 취향과 소비 패턴을 파악해 유권자의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것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후보 공천을 확정한 뒤에야 후보들에게 빅데이터를 제공할 정도로 보안을 철저히 지켰다.

    민주당은 이동통신 가입자의 수년치 동선, 소비 패턴 등과 관련한 빅데이터를 합법적 범위 안에서 활용한다. 민주연구원이 이동통신사와 독점계약을 통해 선거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국 정당 역사상 빅데이터 시스템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후보자 전원은 해당 지역구에 제공되는 빅데이터 자료를 통해 어느 시간대 어디로 유권자가 모이는지 알 수 있다"고 국민일보가 이날 보도했다.

    통신사 가입자 동선·소비 패턴 기록 활용

    서울의 격전지인 광진을에 출마한 고민정 민주당 후보는 지난 12일 차 한 대도 지나다니기 힘든 자양2동의 골목 곳곳을 찾아 인사를 나눴다. 데이터에 기반해 언제, 어느 골목을 찾아갈지 결정한 전략이다. 

    동작을 이수진 민주당 후보는 유세차량의 모든 동선을 빅데이터에 맡겼다. 빅데이터가 제공하는 시간대별 정보에 맞춰 아침·저녁 인사 장소 등 모든 일정을 짠다. 노웅래 마포갑 후보도 유동인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의선숲길공원 단절구간 연결 공약을 만들었다.

    이에 비해 미래통합당의 선거전략은 주먹구구식이다. 막연히 전통시장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유세한다. 가는 곳마다 "정권 심판, 지역 발전"을 외치지만, 유권자들이 듣기에는 여당 후보의 '맞춤형 공약'을 능가할 만한 설득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통합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에게 빅데이터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지난해 8개월간 원장을 역임한 사람은 자기가 소속된 당을 향해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고 악담을 쏟아부은 김세연 의원이었다. 공천 과정에서부터 '김형오의 난' '한선교의 난'이라는 파동이 일었고, 결국 이 같은 상황에서 4·15총선은 단 하루 남았다.

  • ▲ 박형준·신세돈 미래통합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거전략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박형준·신세돈 미래통합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거전략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박형준 "차명진 제명 늦어져 정치적으로 아쉽다"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굉장히 큰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아깝게 지는 지역이 전국에 50~60개가 생길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개 전국에 지금 접전지역이 한 50군데 되는데, 지난주에 이것이 정권 견제바람이 불고 야당에 표가 결집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을 기대했는데, 예기치 않은 막말 프레임 때문에 기세가 꺾이는 추세가 확인됐다"고 판세를 분석했다.

    박 위원장은 차명진 후보의 제명이 늦었다는 지적에 "그 부분은 정치적으로 아쉽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수도권의 중도층과 30~40대 표심이, 미래통합당 쪽으로 오려고 하던 표심들이 멈춰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병태 "통합당 당권파들, 책임 뒤집어씌워"

    그러나 통합당의 표심 지체현상을 차 후보 탓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부터 과학적 선거전략을 짜지 않고 구시대적 선거운동 사고를 못 벗어나 정권 심판 바람을 일으키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말 최근의 미래통합당에 불리한 여론 흐름이 차명진·김대호의 '막말' 때문일까?"라며 "내가 받은 느낌은 당권파들이 벌써 패배를 가정하고 그 책임을 두 후보에게 뒤집어씌우는 비겁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실 여론이 바뀌는 원인을 적시하기는 매우 어렵다. 막말이 그렇게 중요한 이슈라면 문재인 정권에 대해 이슈다운 이슈로 선거 프레임을 짜지 못한 당권파의 책임이 더 크다"면서 "그런데 선거 전날 패배를 시사하고, 그 책임 전가를 시사하는 여론전이 말이 되나?"라고 일침을 놓았다.

    차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내가 막말을 했다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묻는다. 그 사건에서 더러운 악취가 나는 거지, 그 말에서 더러운 악취가 나는가?"라며 "당신들의 검은 양심과 비겁함 때문에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가 침묵과 굴종, 패배의 검은 역사 속으로 묻혀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