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헌신에 감사 표하며 '노동계 끌어안기'… "이 세상 모든 조연들에게 상장 주고 싶다"
  •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천국제공항 입국 검역소를 방문해 코로나19 방역 최일선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천공항 검역소 관계자를 비롯한 관계부처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천국제공항 입국 검역소를 방문해 코로나19 방역 최일선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천공항 검역소 관계자를 비롯한 관계부처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천공항을 방문해 우한 코로나 검역 직원들을 격려하고 지역 현안인 비정규직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당초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4·15 총선과 거리를 두라"고 당부하면서도, 사실상 '노동계 끌어안기' 로 보일 수 있는 행보를 벌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인천공항 검역 현장에 다녀왔다"며 "이름 없이 헌신하는 검역 관계자들이 그곳에 있었다. 최근 일일 확진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해외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밤낮없이 땀 흘리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일정을 사전 예고 없이 비공개로 진행한 뒤 사후 공개했다. 현장 직원들은 '깜짝 이벤트'로 대통령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돌아오는 길, 못내 마음에 걸리던 분들을 생각했다. 바로 간호사분들"이라면서 "반창고와 붕대를 이마와 코에 붙인 사진을 보았다. 안쓰럽고 미안했다"고 했다.

    이어 "간호사 여러분은 코로나19와의 전장 일선에서 싸우는 방호복의 전사"라며 "하지만 '의료진의 헌신'으로 표현될 뿐 의사들만큼 주목받지 못한다. 조명 받지 못하는 이 세상의 모든 조연들에게 상장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는 말 안 했지만, 일선 현장에서 고생하는 조연들이 주연인 정규직·전문직에 비해 더이상 차별 대우받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현장에서 "인천공항은 우리나라의 검역 및 방역 시스템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곳"이라며 "우리나라가 국경을 전면 봉쇄하지 않고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 3원칙을 지키면서 방역에 임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들께서 해외 유입을 철저히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격려했다.

    '비정규직 사태' 인천공항 3년만에 다시 방문

    앞서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후 3일 만에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노동자 1만명의 정규직화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우한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자 공항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대량 해고와 무급 휴직 등 고용 불안과 생계 불안에 내몰린 상황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1일 "인천공항을 거점으로 영종도에 직·간접적으로 고용된 인원이 약 7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사람들의 생존이 달린 일터에서 무급휴직 강요와 권고를 가장한 해고 사례가 지금 폭증하고 있다"며 "지금 이 정도의 상황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모른 척한다면 이는 직무유기"라며 현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 같은 부름에 답하듯 문 대통령이 3년만에 인천공항을 다시 찾은 것은, '노동계'를 끌어안는 총선용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총선 20일 전인 지난달 26일부터 "청와대는 확실하게 '선거와의 거리두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정무수석실에 내린 지침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이 "선거와 관련해 일말의 오해가 없도록 다른 업무는 하지 말고 코로나19 대응과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에만 전념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통합당 "왜 하필이면 선거 관련 지역·직능 고르나"

    그러나 최근 연이은 문 대통령의 외부 일정을 보면 총선과 연결 짓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참석과 지난 1일 경북 구미 산업단지 방문은 '보수·TK층 끌어안기', 3일 제주 4·3 기념식 참석은 '지지층 끌어안기', 6일 은행 회장들과 금융지원 간담회는 '기업·소상공인 끌어안기'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1년 전 같은 시기와 비교해 왜 하필이면 총선 시기에 문 대통령이 일정에도 없었던 외부 방문이 잦은지, 하필이면 선거와 관련된 지역·직능을 골라 방문하는지 청와대는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며 "오이밭에서 신발 끈을 보란 듯이 매고 있다. 국민이 모를 것 같아도 다 안다"고 비판했다.

    정연국 통합당 상근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 임기는 이제 불과 2년 남았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임기 마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대한민국은 계속 미래로 달려야 한다"며 "선거에 이기고 지는 것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한 들,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 모든 일정 가운데 예정에 없던 일정은 없다. 단지 보안이 있을 따름"이라면서 "오로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에 전념하는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관권선거를 한 일도 없고, 할 수도 없으며,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