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맹견에 실탄사격, 총탄 튀어 사람 맞아"… 피해자 “한국 경찰, 사과도 안 해”책임 요구
  • ▲ 현행법에 따라 외출시 반드시 입마개를 해야 하는 맹견 5종. 평택에서 사고의 원인이 된 개도 포함돼 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현행법에 따라 외출시 반드시 입마개를 해야 하는 맹견 5종. 평택에서 사고의 원인이 된 개도 포함돼 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찰이 지난 3월26일 길거리에서 사람을 공격하는 맹견을 잡는다고 실탄사격을 했다가 은퇴한 미군을 맞췄다. 이 사건의 피해자 가족이 매우 분노한다고 미국 매체가 전했다. 경찰은 "당시 매우 위험한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총격을 하던 중 일어난 사고"라며 "관련 내용은 계속 조사 중이며, 피해자 상태가 좋아지면 찾아뵐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맹견 잡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유탄에 맞았을 뿐”

    사고는 경기도 평택시 오산미군기지 인근에서 일어났다. 뉴시스 등에 따르면, 평택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55분쯤 평택시 신장동의 한 거리에서 개 한 마리가 사람과 애완견을 공격한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현장에 가보니 길이 70cm, 몸무게 20kg가량의 아메리칸핏불테리어가 40대 여성을 공격하고, 그의 애완견을 물어 죽인 상황이었다.

    경찰은 개를 향해 테이저건을 쏘아 마비시키고 119 동물포획 담당자를 불렀다. 그러나 테이저건이 방전되면서 개가 다시 일어나 도망쳤다. 얼마 못 가 주택가 길거리 바닥에 엎드린 개를 향해 경찰이 총을 쏘았는데, 이 총탄이 땅바닥에 맞고 튀어 마침 집에서 나오던 63세의 미국인 남성 뺨을 맞췄다.

    “미국인 남성은 곧바로 평택미군기지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받고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경찰이 총을 쏘는 순간에는 사람이나 차량이 주변에 없었지만 발사 직후 뒤편에서 피해자가 걸어 나오다 유탄에 맞은 것으로 CCTV 등을 통해 확인됐다. 경찰관이 자신이나 타인의 위급한 상황을 피해 총기를 사용하다 발생한 사고”라는 경찰의 해명을 덧붙였다. 피해자 측의 주장은 없었다.

    피해자 측 “한국 경찰, 사과조차 안 했다”

    그런데 주한미군 측 보도는 이와 달랐다. 미군 매체 ‘성조’지는 지난 5일 피해자 가족의 주장을 전했다. ‘성조’지는 “오산공군기지 바깥에서 ‘맹견사고’와 관련해 한국 경찰이 쏜 총에 은퇴한 미군의 턱이 산산조각났다”고 보도했다. "곧바로 수술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는 단순한 국내 보도와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 ▲ 평택경찰서.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평택경찰서.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피해자는 미 공군을 하사로 은퇴한 63세의 아놀드 샘버그다. 샘버그는 사건 당시 집 근처의 치과로 향하던 중이었다. 총에 맞은 샘버그는 평택시 캠프 험프리 병원으로 응급후송돼 8시간 동안 수술받았다고 가족들이 전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그는 현재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이며, 턱 재건수술을 다시 받아야 한다.

    그의 부인 소니아 샘버그는 “남편이 부대 응급실로 실려 갈 때 아무도 연락해주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알래스카 포트러커에 근무 중인 샘버그의 사위는 “장인은 총에 맞기 전 경찰과 눈이 마주쳤다”면서 “그의 가장 큰 궁금증은 길을 걷고 있던 자신이 왜 총에 맞았는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고 '성조'지는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소니아 샘버그는 지난 2일 통역과 함께 경찰 관계자를 만났다. "경찰은 그에게 금전적 보상은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사고 내용을 설명하거나 사고와 관련해 사과하지는 않았다"고 소니아 샘버그는 주장했다. 그는 “남편이 24년 동안 미 공군에서 복무한 대가가 이것이냐”며 “나는 정의가 이뤄지기 바란다”고 강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경찰 "급박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현재 조사 중"

    “샘버그와 그의 가족은 경찰의 해명에 만족하지 않았고,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그들은 현재 (한국 경찰을 통해) 일이 진행되는 방법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성조'지는 전했다.

    이에 경찰은 "관련 사건에 대한 초동수사는 마무리된 상태이고, 총격 관련 부분들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피해자 주장도 청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평택경찰서 신동천 형사과장은 "당시 급박한 상황에서 경찰의 불가피한 조치로 일어난 사고"였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현장에는 개 한 마리가 이미 죽어 있고, 옆에 있던 사람과 다른 개가 공격받던 상황"이었다며 "맹견이 날뛰는 가운데 테이저건마저 방전된 상황에서 경찰의 선택지는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아메리칸핏불테리어는 이후 사살됐고, 견주도 조사 중이라고 신 과장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관련 정황을 모두 조사하는 동시에 피해자의 상태가 나아지는 대로 찾아가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