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황당 공약' 발표와 철회 반복…민주당 '효자' 자처하는 열린민주당도 비판 나서
  • ▲ 1일 오후 3시 현재 선관위 홈페이지 모습. 더불어시민당 공약집은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다.ⓒ선관위 홈페이지 캡처
    ▲ 1일 오후 3시 현재 선관위 홈페이지 모습. 더불어시민당 공약집은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다.ⓒ선관위 홈페이지 캡처
    더불어시민당이 이틀 사이에 10대 공약의 발표와 철회를 잇따라 반복해 빈축을 샀다. 시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공약집이 공식 게재됐는데도 이를 실무자의 실수라는 황당한 해명을 하고 철회했다. 다시 게재한 공약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을 그대로 베껴 썼다. 정치권에서는 "졸속정당이라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더불어시민당은 4·15총선 관련 10대 공약에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이자 이웃 국가로 인정할 것' '매달 60만원씩 기본소득 지급' 등의 공약을 내놨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 "정부여당의 정책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자 곧바로 철회했다. 

    시민당은 당초 '한반도 좋은 이웃국가정책'이라는 제목의 공약을 통해 "분단상황이 전면전의 위협이나 경제파탄 요인으로 지금 당장 작용하지 않는데 이런 상황을 굳이 왜 바꾸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국민 대다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이자 이웃국가로 인정하고 국제사회의 행동기준과 원칙을 남북관계에도 적용함"이라고 공약목표를 제시했다. 

    황당한 급조 공약... 열린민주당도 "도저히 이해 못해" 비판

    시민당의 황당 공약은 더불어민주당의 '효자'라고 자처하는 열린민주당으로부터도 비판받았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는 시민당의 '한반도 좋은 이웃국가정책'과 관련해 이날 긴급 논평을 내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정녕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하는 정당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매달 60만원 기본소득 지급' 공약도 민주당과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당의 당초 공약집에는 기본소득법을 국회에서 입법화한 뒤 '기본소득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또 이 공약을 올해부터 당장 시행하는 것으로 한 뒤, 재원은 탄소세·핵발전위험세 등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공약 역시 민주당의 조세복지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시민당은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공약집을 삭제했고, 정필모 수석대변인은 "조율이 안 된 것을 실무자가 선관위에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민당은 1일 선관위 홈페이지에 공약집을 다시 게재했다. 이번에는 10대 공약 중 1번 공약('벤처 4대강국 실현하겠습니다')부터 10번 공약('문화예술 1등 국가, 문화강국을 실현하겠습니다')까지 모두 민주당이 이미 제출한 10대 공약과 판박이였다. 공약목표, 이행방법, 재원조달방안 등 세부 내용까지 모두 똑같았다. 

    통합당 "아무리 급조정당이라지만… 조악함 그 자체"

    미래통합당은 급조정당·졸속정당이라며 공세를 폈다. 정연국 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상근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더불어시민당이 국민에게 보여준 모습은 급조정당·졸속정당·국민우롱정당의 모습 그 자체였다"며 "아무리 급조정당이라지만 어제(31일) 더불어시민당이 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은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생각하지 못할 조악함 그 자체였다"고 비난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애초부터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만들어진 구태정당일 뿐이었다"며 "구태와 꼼수로 급조된 더불어시민당, 국민들이 심판해 주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시민당은 1일 오후 1시쯤 시민당의 공식 결정사항이라며 10대 공약을 기자단에게 다시 배포했다. 민주당 공약을 베낀 공약마저 비판에 직면하자 철회하고 다시 발표한 것이다. 배포된 공약집에는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1번 공약으로 밝히며, 이어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2번으로 배치했다. 

    하지만 다른 정당의 공약집이 '목표-이행방법-재원조달방안' 등 체계적으로 구성된 데 비해, 시민당의 새로운 공약집은 공약 이름 한 줄과 공약별 부연설명 3줄이 전부였다. 10대 공약의 총 분량은 A4 용지 2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