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마스크 조심하라더니…'마스크 특혜' 이의경 식약처, 갑자기 입장 바꿔
  • ▲ 우한코로나 대응 중인 네델란드 의료진. 네델란드가 중국으로부터 구입한 마스크가 전량 불량으로 드러났다. ⓒ연합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한코로나 대응 중인 네델란드 의료진. 네델란드가 중국으로부터 구입한 마스크가 전량 불량으로 드러났다. ⓒ연합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한코로나 종식’을 선언한 중국이 세계 83개국에 진단 키트와 시약·마스크·방역복 등 의료용품을 판매하거나 기증했다. “중국이 시진핑의 영도 아래 우한코로나로 위기에 빠진 세계를 구했다”는 선전도 병행했다.

    네덜란드 “중국서 구입한 마스크 130만 장 모두 불량”


    반면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간) 중국으로부터 구매한 마스크의 품질이 너무 떨어져 모두 리콜한다고 밝혔다고 유로뉴스·도이체벨레 등이 보도했다. 네덜란드는 FFP2급 마스크를 구매했는데 실제 성능은 기준에 한참 못 미쳤다고 한다.

    미국의 N95나 한국의 KF94처럼 EU에는 FFP라는 의료용 마스크 기준이 있다. FFP1은 한국의 KF80, FFP2는 KF94, FFP3는 KF99 수준이다.

    네덜란드는 중국 업체로부터 FFP2 수준, 중국 기준으로는 KN95급 마스크 130만 장을 수입했다. 마스크는 지난 21일 네덜란드에 도착했고, 그 가운데 60만 장을 의료기관에 보급했다. 그런데 검사 결과 FFP2 마스크라면서 얼굴에 밀착되지 않아 외부 공기가 그대로 통하고, 멜트 블로우(MB) 필터가 제대로 부착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네덜란드 보건당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중국산 마스크의 1차 품질검사 결과 기준미달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중국산 마스크는 2차 품질검사에서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그들이 보낸 물건은 모두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보건당국은 이미 배급한 마스크를 회수하는 한편 곧 도착하는 물량도 특별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중국산 마스크를 대량주문한 다른 EU 국가와 중동은 아직은 조용하다. 지난 21일 110만 장의 마스크를 받은 체코를 비롯해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세르비아 등은 중국에 마스크를 주문한 뒤 물건이 오기를 기다린다. 이집트는 1억4500만 장의 마스크를 중국에서 수입한다고 지난 2월5일 밝혔다. 비슷한 시기 쿠웨이트도 중국에 마스크 800만 장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주문한 마스크는 모두 FFP2 급이다.
  • ▲ 11번가에서 판매 중인 '한국산 KF94 마스크'. 그런데 원산지는 중국이다. ⓒ11번가 관련 상품 페이지 캡쳐.
    ▲ 11번가에서 판매 중인 '한국산 KF94 마스크'. 그런데 원산지는 중국이다. ⓒ11번가 관련 상품 페이지 캡쳐.
    한국서 무제한으로 팔리는 중국산 마스크, 미국 CDC는 이미 ‘경고’

    ‘마스크 배급제’를 시행 중인 한국에서는 가짜 KF94와 N95 마스크가 버젓이 팔린다. 생물학적 안전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중국산 수술마스크도 ‘국산’으로 둔갑해 팔린다. ‘KN95 인증’을 받았다고 홍보하는 마스크도 있다. KN은 중국 식품의약국의 인증 표시다.

    ‘11번가’ 등 오픈 마켓에서 KF94 마스크를 찾으면 다양한 상품이 나온다. 그런데 적지 않은 마스크의 원산지가 ‘중국’으로 돼 있다. KF 인증은 국내에서만 받을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FDA)의  인증을 받은 마스크에는 KF, 미국 국립산업보건안전연구원(NIOSH)이 인증한 마스크에는 N이 붙는다. EU는 FFP로, 일본은 VFE(마스크 필터의 바이러스 저항기준)로 의료용 마스크 등급을 매긴다. 미국 NIOSH는 수술용 일회용 마스크에도 ASTM이라는 기준을 적용, 등급을 매긴다. 각국은 상호 검증을 거쳐 다른 나라 기준도 인정했다.

    하지만 중국 KN을 향한 각국의 태도는 다르다. 대부분의 KN95 마스크가 미국·유럽·일본으로부터 동일한 수준의 인증시험과 품질관리를 한다는 검증을 받지 못했다. 때문에 중국산 마스크의 신뢰는 바닥을 긴다.

    일부 중국업체는 미국시장에 진출한답시고 N인증을 무단으로 사용했다. 미국 CDC는 지난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마스크 모델을 공개하며 “중국산 마스크들 가운데 적지 않은 제품이 NIOSH 인증을 통과한 적이 없다”며 “짝퉁 마스크에 주의하라”고 공지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일본도 중국 KN 기준은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동안 “중국산 KN 마스크에 유의하라”고 경고했던 식약처(처장 이의경)가 지난 24일 “중국산 KN95 마스크의 시험 인증서를 인정한다”고 느닷없이 발표했다고 의약뉴스가 보도했다. 관련 내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식약처는 불과 열흘 전(14일)만 해도 "미국과 중국의 (마스크) 인증 기준만 보면 KF와 비슷하지만 국내 검증을 받지 않은 이상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면서 "해외 인증만 받은 마스크를 KF마스크와 동급이라고 광고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중앙일보와 JTBC가 보도했다.

    식약처는 또 "해외에서 직접구매하는 경우 해외 인증 자체를 받지 않은 상품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정식 수입을 거쳤더라도 국내에서 (KF)인증을 받지 않았다면 기능이 같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KN95와 KF94가 동급이라는)이런 설명은 허위광고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더했다.
  •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0일 중국산 짝퉁 마스크에 대한 경고 공지를 올렸다. ⓒ미국 CDC 공지 캡쳐.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0일 중국산 짝퉁 마스크에 대한 경고 공지를 올렸다. ⓒ미국 CDC 공지 캡쳐.
    믿을 수 없는 중국 진단 키트…확진자 수 이걸로 속였나?

    중국이 세계 각국에 판매하거나 기증한 우한코로나 진단 키트 문제도 심각하다. 스페인 정부가 중국업체로부터 구입한 우한코로나 PCR 진단 키트가 불량으로 드러났다고 현지 언론이 지난 26일 보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이 판매한 PCR 진단 키트의 정확도는 30%로 양성환자도 음성으로 판정하는 수준이었다. 일반적으로 PCR 진단 키트의 정확도는 최소 80% 이상이다. 한국산이나 스위스산의 경우 정확도는 95% 이상이다.

    이 중국산 PCR 진단 키트는 스페인 정부가 4억3200만 유로(약 5859억원)을 주고 중국에서 구매한 의료장비 가운데 처음 도착한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결국 이들 진단 키트의 사용을 중단하고, 중국업체에 환불을 요구했다.

    필리핀에서도 중국의 PCR 진단 키트는 믿을 수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마리아 로사리오 베르게이어 필리핀 보건부차관은 지난 29일 “중국의 우한코로나 진단 키트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공한 진단 키트와 비교할 때 정확도가 40%에 불과해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은 앞서 필리핀에 우한코로나 진단 키트 10만 개를 기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