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들 "1~5장씩 각각 들어 있어, 우리가 다시 포장"… 마스크 유통 마진 20% '특혜' 논란
  • ▲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 한 약국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권창회 기자
    ▲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 한 약국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권창회 기자
    정부의 공적마스크 독점 유통업체인 지오영과 백제약품 관련 특혜의혹이 제기된 뒤 정부가 내놓았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정부는 이들 업체가 마스크를 약국에 공급할 때 1인 2매로 재포장해 납품한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지오영과 백제약품을 비롯해 정부의 마스크 공급대책을 향한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정부로부터 독점 유통권을 받은 지오영과 백제약품은 마스크를 장당 900~1000원에 조달청에서 넘겨받아 전국 2만2000여 약국에 1100원에 공급한다. 장당 100~200원의 차익이 발생한다. 하루 공급물량은 지오영이 약 400만 장, 백제약품이 100만 장 정도다. 두 업체는 마스크로만 각각 하루 최대 8억원, 2억원의 마진을 챙기는 셈이다.

    정부 "지오영·백제약품이 재포장… 이윤 많지 않다"

    마진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커지자 지난 9일 기획재정부는 대변인 명의의 보도참고자료에서 "최근 지오영·백제약품이 전국적으로 급증한 물량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매일 밤샘배송과 작업 등에 따른 물류비·인건비 인상분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한 가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물류창고에서는 배송받은 벌크 마스크 포장을 밤샘작업을 거쳐 약국에서 1인 2매로 판매할 수 있도록 재분류, 포장함에 따라 물류비·인건비 등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재분류·재포장작업은 일선 약국에서 한다. 정부가 거짓 해명을 내놓은 것이다. 본지가 서울 여의도의 한 약국에 문의한 결과 약국에 도착하는 마스크는 1~5장까지 포장이 제각각이었다. 이것을 2장씩 재포장하는 것은 약국의 몫이었다. 

    이 약국의 약사는 "예를 들어 5장씩 포장됐으면 포장을 해체해 2장씩 비닐에 담아 판다"며 "간혹 비닐 포장을 미심쩍어 하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마스크가 주민센터를 거쳐 오는 경우도 있는데, 아마 공무원들이 분류 포장해 보내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냥 주민센터 통해 배급하면 될 일을...

    지오영과 백제약품이 마스크 공급을 도맡으며 큰 차익을 본다는 주장은 이른바 '조마진율'에서도 드러난다. 업계에서는 의약품 유통사의 유통마진을 조마진이라고 하며, 조마진율은 인건비를 비롯한 판매관리비 등 일체의 비용을 제외하기 이전의 이익률이다. 

    의약업계 전문매체인 '의학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지오영의 조마진율은 4.8%, 백제약품은 7.0%였다. 현재 지오영과 백제약품의 공적 마스크 조마진율은 2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이 두 업체가 마스크 공급 독점에 따라 받은 특혜가 상당하다는 주장이 업계에서 계속 제기됐던 것이다.

    정부가 공적 마스크 유일 구입처로 약국을 지정한 것에도 의문은 계속된다. 서울 광진구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한 의사는 "공적 마스크라고 하는데, 전혀 공적이지 않다. 그냥 주민센터를 통해서 배포하면 줄 설 일도 없지 않나"라며 "설령 약국을 통한다고 하더라도 택배업체를 이용하면 비용이 훨씬 싸게 들 텐데, 왜 굳이 특정 유통업체에 마진을 그렇게 많이 붙여 일을 몰아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적 마스크라는데 전혀 '공적'이지 않아"

    일선 약사들도 불만이 거세다. 약국 업무가 과중해지고 고객 불만을 응대하는 데 따른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인천 연수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통화에서 "1100원에 받아서 1500원에 파는데, 세금 내고 카드 수수료 내면 남는 게 없다. 아르바이트 쓰는 약국도 있다던데, 그러면 더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약사는 "지금은 초기보다 좀 덜 하지만 한때 마스크 문의전화만 하루에 수백 통 오고, 품절이라면 욕설을 내뱉는 손님도 많았다"며 "약국도 어려움이 많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냥 수긍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