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마윈이 일본에 보낸 1만 장, 한국산으로 드러나… 한국 마스크 '싹쓸이' 흔적
  • ▲ 홋카이도 도청 한 쪽으로 KF94 마스크가 쌓여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2월 초순에 품절된 제품들이다. ⓒ일본 닛케이 관련영상 캡쳐.
    ▲ 홋카이도 도청 한 쪽으로 KF94 마스크가 쌓여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2월 초순에 품절된 제품들이다. ⓒ일본 닛케이 관련영상 캡쳐.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됐다고 주장하는 중국이 최근 들어 한국과 일본에 마스크를 지원하고 나섰다. 중국 재벌 마윈도 두 나라에 마스크를 기증했다. 그런데 그가 일본에 보낸 마스크 가운데 한국에서는 지난달 초에 이미 품절된 마스크가 있었다.

    마윈, 홋카이도에 KF94 마스크 1만 장 선물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지난 9일 “중국의 대표적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의 창업주이자 대표인 마윈(馬雲)이 코로나-19 감염자 증가로 고민인 홋카이도 지역에 마스크 1만 장을 선물로 보냈다”고 전했다.

    마윈은 일본이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을 도와준 것에 감사의 표시로 일본 전역에 100만 장의 마스크를 보낸다고 밝혔다. 홋카이도에 먼저 마스크 60장이 든 박스 165개, 50장이 든 박스 2개를 4t 트럭에 실어 보냈다. 홋카이도 도청은 이 마스크를 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한 병원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닛케이는 기사와 함께 홋카이도 도청에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그런데 마스크 60장이 든 박스에 ‘KF94 퓨어돔 마스크, 중형’이라는 한글이 선명했다. 국내 생활용품업체 락앤락이 제조한 마스크였다. 이 ‘KF94 퓨어돔 마스크’가 도청 복도 한편을 가득 메웠다.

    마윈 측도 한국산 마스크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윈공익기금회는 “마윈이 홋카이도에 기부한 방역용 마스크 1만 장은 한국산이 맞다”고 확인했다고 아시아경제가 11일 전했다. 

    마윈공익기금회 측은 “세계적 문제는 세계의 자원으로 해결한다는 것이 알리바바의 견해”라며 “한국에 보낸 마스크에 일본산도 섞여 있다. 한국 마스크가 일본에 전달되고, 일본 마스크가 한국에 전달된 것은 이후 한일 양국이 서로 도와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었다는 역사적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고 신문은 전했다.
  • ▲ 미국 온라인 오픈마켓 이베이에서 한국산 KF94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자칭 미국 판매자. 실제로는 중국업체다. ⓒ이베이 판매자 정보 캡쳐.
    ▲ 미국 온라인 오픈마켓 이베이에서 한국산 KF94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자칭 미국 판매자. 실제로는 중국업체다. ⓒ이베이 판매자 정보 캡쳐.
    한국에는 거손·하니웰 등 미국산 마스크 100만 장 기증

    마윈이 우리나라에 기증한 마스크 100만 장은 지난 8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대한적십자사는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이 설립한 마윈공익기금회와 알리바바공익기금회가 한국에 기증한 마스크는 12일 오전 통관이 끝나는 대로 전국 15개 적십자사 지사를 통해 우한폐렴 확진자와 의료진, 취약계층 위주로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중앙일보가 전했다. 신문은 “마윈이 한국에 기증한 마스크는 하니웰·거손 등 미국산 마스크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일본에는 한국산 마스크를, 한국에는 미국산 마스크를 보낸 중국. 미국에는 방역물자를 지원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한국·일본에 비해 뒤늦게 ‘마스크대란’이 벌어진 미국에서는 현재 한국산 KF94 마스크도 온라인에서 팔린다. 그런데 판매자가 대부분 중국인이다. 

    이들이 판매하는 KF94 마스크는 20장 묶음에 37.99달러(약 4만5300원)인 데다 배송비도 무료여서 괜찮아 보이지만, 배송 예정일이 5월이다. 배송 추적이 안 되기 때문에 물건이 사라져도 알 수 없다.

    미국에 재고를 보유했다(US in stock)는 판매자도 대부분 중국인이다. 이들이 파는 마스크는 매우 비싸다. 이베이의 한 판매자는 KF94 마스크 10장 묶음을 89.99달러(약 10만7500원)에 판다. 다른 판매자는 KF94 마스크 20장 묶음을 159.98달러(약 19만1000원)에 판매 중이다. 두 판매자 모두 자신들이 미국 뉴욕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처음 이베이에 판매자 등록을 할 때 올린 정보를 보면 각각 홍콩과 중국을 기반으로 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는 하니웰·3M 등에서 제조한 1급 방진 마스크, N95급 마스크가 보통 한 장에 13~36달러(약 1만5000~4만2000원)에 팔린다. 미국에서 마스크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말부터다. 하루에 수십 %씩 가격이 오른다. 

    이처럼 미국에서도 갑자기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자 일부 시민은 특정 세력이 마스크를 사재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