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명령권은 준전시 또는 전시 상황에서만 발동… 헌재 "긴급명령도 심판 대상" 판례
  •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에 앞서 마스크를 내리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에 앞서 마스크를 내리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에게 '긴급명령권'을 요구했던 권영진 대구시장이 즉시 "법적 검토가 미비했다"며 사과했다. 결국 우한폐렴 사태 악화에 따라 나올 수 있었던 해프닝으로 정리됐지만, 실제로 추진됐다면 대통령 탄핵 사유로 번질 뻔했던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권 시장은 지난 2일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 긴급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경증환자를 수용할) 생활치료센터로 활용이 가능한 공공연수원과 대기업 연수원 등을 확보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3000실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긴급명령권은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에 긴급한 조치가 필요할 때 국회의 입법과정을 거치지 않고 내리는 명령이다. 헌법 제76조에 그 권한을 명시했다. 2항에는 발동 요건으로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라고 규정했다.

    긴급명령권은 준전시 또는 전시상황에 발동된다. 우한폐렴과 같은 감염병 위기는 긴급명령권 발동 요건에 포함되지 않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3일 "지금은 아시다시피 교전상태라는 요건에 해당되지 않고 국회가 열려 있다"며 긴급명령권을 발동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YS 금융실명제 추진 때 '위헌적 통치행위' 논란

    헌법재판소는 1996년 2월29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긴급재정경제명령과 관련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행해지는 국가작용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심판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위헌 확인을 청구했던 박상훈 변호사는 "국회는 위헌적 행위를 한 대통령에 대해 탄핵소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아울러 "긴급재정경제명령은 평상시의 헌법질서에 따른 권력행사방법으로서는 대처할 수 없는 중대한 위기상황에 대비해 헌법이 인정한 비상수단으로서 의회주의 및 권력분립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되므로 요건은 엄격히 해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 제76조 1항(긴급재정경제명령)은 '국회의 집회(集會)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2항(긴급명령)은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에 한해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5일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통과가 조금이라도 지체된다면 긴급재정명령권이라도 발동해서 적시 대응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당시는 2월 국회가 열린 시기였다. 

    문 대통령이 정치권의 요구를 받아들여 긴급명령을 단행했다면 탄핵 요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셈이다.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발동되지 않았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146만9023명의 동의를 받고 5일 마감됐다. 국회도 전날 10만 명 동의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 탄핵 촉구' 국민동의청원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했다. 이에 따라 법사위는 청원 내용대로 문 대통령의 행위가 탄핵소추 사유에 해당하는지 논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