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여성 상대 잇단 폭력 진압… 경찰 "주거부정", 법조계 "공권력 남용"
  • ▲ 최근 경찰이 시민들을 상대로 강제로 수갑을 채우고 연행하는 등의 과잉 진압 행태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경찰의 과잉 진압은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촬영해 유튜브 등에 올리면서 확산, 논란이 됐다. ⓒ정상윤 기자
    ▲ 최근 경찰이 시민들을 상대로 강제로 수갑을 채우고 연행하는 등의 과잉 진압 행태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경찰의 과잉 진압은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촬영해 유튜브 등에 올리면서 확산, 논란이 됐다. ⓒ정상윤 기자
    경찰이 문재인 정권을 비난한 시민들을 강제로 연행하는 일이 연달아 발생해 과잉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경찰의 연행 과정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특히 경찰은 10명가량의 병력을 동원해 손녀 앞에서 할머니에게 강제로 수갑을 채우는 '폭력적'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정당한 업무'라고 항변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공권력 남용'을 지적한다. 시민들은 "군부독재 시절로 회귀한 것 아니냐"며 "경찰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견찰'"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경찰 10명 우르르 나와 손녀 앞에서 연행, 짓누르고 팔 뒤로 꺾어

    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지난달 17일과 24일 두 차례 시민들에게 강제로 수갑을 채워 연행하는 등의 폭력적 진압 행태를 보였다.

    경찰은 지난달 17일 미국대사관 옆에서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던 여성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종로경찰서로 연행했다. 경찰은 "한 여성이 미대사관 근처에서 욕설을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며 "거주지가 불확실하다" 는 등의 이유로 A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현장을 촬영한 유튜브 영상을 보면 경찰의 과잉진압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상 내용은 이렇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종로경찰서 관할 청진파출소의 경찰들이 A씨에게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며 다가간다. 60대 초·중반으로 추정되는 A씨가 "내가 무슨 현행범이냐"며 저항하자 경찰은 10명 이상의 병력을 동원해 제압했다. 여성 노인에게 10명가량의 경찰력을 동원한 것이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A씨의 손녀는 "무슨 이유로 잡아가는 거예요?"라고 물으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불확실한 거주지'라는 체포 이유도 의문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손녀와 함께 광화문에 나온 여성에게 '거주지 불명(주거부정)'이라는 이유를 들이대는 게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한 경찰은 "대사관 앞에서 욕설한다고 체포하는 것도 드물지만, 손녀까지 있는 상황에서 '주거부정'을 체포 사유로 말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개탄했다.

    경찰의 '폭력진압' 행태는 또 있다. 지난달 24일 오후 8시쯤 서울 송파구 잠실역 역사에서 중년여성 B씨가 '문재인 하야 7가지 이유' 등이 적힌 전단지를 돌리며 "문재인 빨갱이" 등의 구호를 외치다 경찰에 체포됐다.

    B씨는 경찰이 신분증을 요구하자 "(장 보러 가던 길이라)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B씨에게 두 차례 더 신분증을 요구했고 "신분증을 세 차례 요구했다"고 말한 뒤 김씨를 제압했다. 이때 경찰은 B씨를 강제로 엎드리게 한 뒤 뒷목을 짓누르고 팔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우는 등 물리력을 행사했다.

    경찰 "주거부정, 현행범 체포 가능"… 법조계 "공권력 남용"

    경찰은 A씨와 B씨의 사례 모두  '50만원 이하 벌금·구류·과료에 해당하는 죄의 현행범인에 대해서는 주거지가 분명치 않을 때(주거부정)에 한해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다'는 형사소송법 214조를 근거로 들었다.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 주거지를 알 수 없던 것이 '주거부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의 의견은 달랐다. 두 사례 모두 주거부정으로 해석할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김기수 변호사는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은 것만으로 주거부정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주거부정은 말 그대로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노숙자 등에게나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CCTV로 얼굴을 확인하고 추적하는 세상인데 단순히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체포 이유로 들먹이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경찰의 공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구주와 변호사도 "해당 사안을 주거부정으로 체포하는 것은 무리"라며 "피해자의 행위는 중대한 범죄행위가 아닌 경범죄에 해당하는데, 이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은 상당히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독재시절에도 없던 행태"… 시민들 분노 '폭발'

    시민들은 문재인 정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고령의 여성을 잡아가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경찰이 아닌 견찰'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하지 않은 행태를 경찰이 보인다'는 비난도 있다.

    영상을 접한 한 네티즌은 "죄 없는 사람들을 좌파경찰들이 수갑을 채워 연행한다"며 "죄도 없는데 무슨 현행범이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명명백백한 경찰의 과잉대응"이라며 "대한민국의 민주경찰이 아니라 중화인민공화국의 공안들이나 할 짓"이라고 개탄했다.

    이외에 "군사독재 시절에도 하지 않던 짓을" "이런 경찰들에게 무슨 수사권 분리냐" "경찰한테 기소권 주면 망한다" "정권의 하수인 문제견찰" 등 비판 의견이 뒤를 이었다.

    한 시민은 "문재인 정권 비판해서 연행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그 논리라면 대한민국 국민 반 이상을 연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정부의 경찰은 민주경찰이 아닌 '민주견찰'인 듯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당시 A씨가 자신에게 욕설을 한다는 한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며 "A씨가 연행된 것은 이것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A씨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경찰 병력이 10명 이상 동원된 것은 맞으나, 이는 A씨가 저항하며 윗옷을 벗는 등의 행위를 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를 노출하지 않기 위함이었다"며 "이후 여경을 불러 A씨에게 수갑을 채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에 A씨 손녀가 있었고, 울음을 터뜨렸던 것도 사실이지만 근처에서 현장을 촬영하던 유튜버들에게 손녀를 인계해 수갑을 채우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았다. 잠실역에서 체포됐던 B씨 역시 휴대전화로 현장 경찰의 머리를 내려치고 이빨자국이 나도록 팔을 물어 뜯는 등의 폭행행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