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비용 사드·정찰위성 보유 UAE… 한국산‘MLRS’도 수입해 이란 혁명수비대 억지
  • ▲ 국방과학연구소가 2017년 7월 KTSSM 개발 성공을 밝히며 영상을 공개했다. ⓒ국방부 제공영상 캡쳐.
    ▲ 국방과학연구소가 2017년 7월 KTSSM 개발 성공을 밝히며 영상을 공개했다. ⓒ국방부 제공영상 캡쳐.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전술지대지유도탄(KTSSM) 수출을 추진 중이라고 한국일보가 21일 보도했다. 최근 대통령 특사로 UAE를 찾아간 임종석 대통령 외교특별보좌관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신문은 설명했다.

    신문은 “UAE를 방문하는 대통령 특사단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단장이며, 방위사업청 국장급 관계자도 동행했다”면서 “특사단은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해 한국이 수출한 원전 가동 상황도 점검하지만 우리가 개발한 KTSSM 등 첨단무기 판매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의 이야기도 전했다.

    KTSSM, 북한 장사정포 갱도 부수는 무기

    KTSSM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장사정포 공격을 사전에 포착해 제거하는 ‘킬체인’ 전력 중 하나다. 2010년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청와대 지시로 추진된 ‘2012 번개사업’으로 시작, 2014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민간기업과 함께 만든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다. 체계 개발은 2017년 7월 끝났기 때문에 2019년 배치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사정에 의해 2021년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KTSSM은 크기와 외형은 물론 성능도 ATACMS를 많이 닮았다. 일각에서는 ‘김치태킴스’라 부르기도 한다. 요격회피능력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KTSSM은 1형과 2형이 있다. 1형은 지상의 고정 발사대를 사용하고, 2형은 기존의 ‘구룡’ MLRS를 대체할 K-239 이동식 발사 차량(TEL)에 탑재할 예정이다. 1형은 2020년부터 지상작전사령부 예하 화력여단에 배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2형은 아직 개발 중이다.

    사거리는 1형이 180킬로미터, 2형이 290킬로미터 가량이다. 탄두는 모두 500킬로그램짜리 관통형 열 압력탄(일명 기화폭탄)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열 압력탄은 넓은 지역을 파괴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지뢰지대 개척에 이용한다. 그러나 KTSSM 탄두는 관통형으로 만들어져 일정 부분 지하를 뚫고 들어가 지하갱도 내부를 모두 소각할 수 있다.

    UAE은 KTSSM을 사서 어디에 쓸까

  • ▲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둔 UAE와 이란 간 거리. ⓒ구글 맵 거리측정.
    ▲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둔 UAE와 이란 간 거리. ⓒ구글 맵 거리측정.
    UAE가 KTSSM을 구매한다면 이란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 UAE는 오래 전부터 이란을 최대 위협으로 꼽아 왔다. 시작은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3개의 섬에 대한 영유권 분쟁이다. 1968년 영국이 걸프 지역에서 철수한 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섬 ‘시르 바니 야스’ ‘아부 무사’ ‘아부 누야이르’에 눈독을 들였다. 1971년 12월 UAE가 독립하자 이란은 노골적으로 이 섬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했다. 그리고 1992년 3월 ‘아부 무사’를 무력 점령했다. 이후 지금까지 UAE와 이란은 이 섬 영유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이란은 잘 알려지다시피 북한과 긴밀한 관계다. 북한은 이란에게 핵폭탄과 미사일을 비롯한 무기 기술은 물론 땅굴 굴착 기술도 제공했다. 이란은 특히 탄도미사일 부대를 대부분 지하 갱도에 배치해 놓았다.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는 2015년과 2016년, 지하 갱도에 있는 탄도미사일 부대를 관영 매체를 통해 자랑하기도 했다. 이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레바논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하마스에게 기술을 전수했다. 이들이 이스라엘을 향해 뚫는 땅굴이 그 근거다. 이는 미 육군 정보보안사령부(INSCOM)와 중앙정보국(CIA)도 공개한 내용이다.

    UAE는 이런 이란과 60킬로미터 가량 떨어져 있다. UAE 병력은 정예라고 평가받지만 병력이 7만 명에 불과하다. 반면 이란은 정규군과 공화국 수비대를 합쳐 53만 명이다. 게다가 북한, 시리아와 손잡은 뒤 소형 고속정과 무인기, 탄도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 확충에 열을 올렸다.

    UAE는 이 가운데 탄도미사일을 가장 위협으로 봤다. 때문에 UAE는 2011년 미국으로부터 사드(THAAD, 종말고고도요격체계) 2개 포대를 19억 6000만 달러(한화 2조 3700억원)에 사들였다. 이어 EU 군수기업으로부터 조기경보용 정찰위성 2기를 도입해 운용 중이다. 이런 UAE에게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이 지하시설 파괴무기다. 미국의 GBU-57 MOP 벙커버스터와 같은 무기가 좋지만, UAE 공군에는 이를 실을 대형 전투기가 없다. 그렇다면 지상 고정식에 비슷한 파괴력을 가진, 정확한 미사일도 대체할 수 있다. 바로 한국산 KTSSM이다.

    한국군에 아직 배치도 안 끝난 무기를 왜 수출할까


    한국이 실전 배치도 아직 끝나지 않은 KTSSM을 UAE에 수출하는 것은 과거 양국 간의 협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09년 12월 UAE로 원전 수출에 성공한 한국은 2010년 4월부터 6개월 동안 ‘군사비밀정보보호약정’ ‘정보보안 교류협력 양해각서’ ‘군사교육 및 훈련분야 협력 양해각서’ ‘방산 및 군수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협정은 2급 비밀로 비공개 상태다.
  • ▲ 2017년 12월 UAE를 찾은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크 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12월 UAE를 찾은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크 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후 한국은 특전사 병력으로 구성된 아크부대를 UAE에 파병했다. 아크부대는 UAE 핵심 부대에 대한 교육을 맡았다. 이는 ‘군사교육 및 훈련분야 협력 양해각서’에 따른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군사비밀이나 정보보안 관련 내용은 파악이 어렵다. 하지만 ‘방산 및 군수협력 양해각서’ 내용은 추정이 가능하다.

    UAE는 아크부대 파병 이후 한국 무기를 대거 구매했다. 2017년 12월 국방부 설명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UAE에 수출한 무기는 1조 2000억원 상당이었다. 한국과 UAE 정부는 무기 목록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KTSSM 2형과 같은 이동식 발사 차량을 쓰는, 한국형 MLRS를 수출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KTSSM을 UAE에 수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2017년 9월부터 꾸준하게 나온 것도 이런 이유였다.

    한국과 UAE는 박근혜 정부 때도 이런 협력관계를 잘 유지했다. 양국은 2013년 10월 상호군수지원협정도 체결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2017년 5월 들어선 뒤 정부와 여당에서 아크 부대 파병을 문제 삼는가 하면 탈원전 정책을 공표했다. 여당 일부 의원은 한국과 UAE가 “유사시 상호 참전한다”는 조항을 담은 군사협정을 파기하라고 요구했다. 군사협정이 원전 수출의 전제조건이었음에도 파기하라고 떠든 것이었다. 이 소식이 UAE에 알려진 뒤,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UAE를 급히 찾아 사태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KTSSM 수출과 관련해 양국은 현재 계약 규모와 세부 조건을 논의 중이다. 또한 UAE에 한국 국방과학연구소 같은 기관을 설립하는데 협력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지도자 간의 두터운 친분을 생각하면, 이번 특사단의 행보에 따라 양국 관계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나아가 이들을 지원하는 미국과의 관계도 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