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때 폐지 '국정원장-대통령 밀담' 부활… 총선 전 '남북 평화쇼' 모색하나
  • ▲ 문재인 대통령과 서훈 국정원장.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서훈 국정원장. ⓒ뉴시스

    우한폐렴 사태가 급격히 악화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비공개 독대하고 비공식 채널을 통한 남북 접촉방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남용'으로 여겨 폐지한 '국정원장의 대통령 비공개 독대'를 부활했기 때문이다.

    "서훈 원장이 지난 18일 오후 청와대를 찾아 문 대통령과 비공개로 면담을 가졌다"고 문화일보가 20일 보도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서 원장은 면담에서 △북한 개별관광 △일본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4·27남북정상회담 2주년과 6·15남북정상회담 20주년 공동행사 등 3대 현안과 관련해 북측과 비공식으로 접촉하는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한폐렴 확산으로 북한경제가 위축된 현재 상황을 비공식 대화를 재개하는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독대가 이뤄진 당일 국회에서 남북 간 방역협력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통상적인 남북관계 정책은 통일부장관과 외교부장관이 동석하지만, 이날 보고는 국정원장 독대로 이뤄졌다”면서 “국정원이 북한이 남북대화에 호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비공식 채널로 관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문화일보가 보도했다.

    북한이 호응할지는 미지수

    정부내에서는 북한의 경제 악화라는 상황에 더해, 비공식 채널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군 출신의 리선권 외무상이 대외전략을 주도하는 것에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의 관계개선 방침에 북한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지난해 2월 말 미·북 하노이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한의 각종 협력방안에 호응하지 않고, 국내는 우한폐렴 확진자 급증으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금 시점에 북한과 물밑 접촉에 나서는 것은 '4월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무리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서 원장은 지난 13일 서울 도심의 L호텔에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비밀리에 미국 측 인사와 접촉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총선 전 남북 정상 간 이벤트를 추진하기 전에 미국과 사전협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 호텔은 이전부터 국정원장의 안가로 쓰인 곳이다.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이 지난주 극비로 미국 워싱턴을 찾았던 것과 연장선상에서 한미 간에 내밀한 조율이 이뤄진다는 분석이다.

    한편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단독보고하는 관행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초 정보독점, 밀실정치의 폐해를 이유로 폐지했다. 국정원장과 만남은 참모들이 배석한 가운데 공개적으로만 이뤄졌다. '독대' 형식은 내용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정보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잃게 된다. 문 대통령은 상관으로 모셨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반대의 방향을 택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