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권보 "방역물자 미친 듯 쓸어 담아"… "민관 합동으로 구매" 文정부 발표와 달라
  • ▲ 시중의 한 마트에서 마스크 구매 갯수를 제한한다고 안내하는 문구가 보인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시중의 한 마트에서 마스크 구매 갯수를 제한한다고 안내하는 문구가 보인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달 정부가 중국에 보내기로 했다는 마스크 300만 장이 실은 중국기업들이 돈을 주고 사간 것이며, 당시 국내에서 ‘마스크대란’이 일어났음에도 정부는 이들의 편의를 봐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17일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민·관 합동으로 구매해 중국에 보낸다던 마스크 300만 장이 실은 중국기업들이 낸 돈으로 국내에서 마스크를 쓸어 담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의 마스크) 구매단이 한국에서 미친 듯이 마스크를 쓸어 담았다는 보도가 중국 증권보에 나왔다”고 전했다. 중국 매체들이 “중국기업이 한국에서 마스크를 쓸어 담아온 쾌거”라는 식으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중국 증권보가 지난 2월4일 보도한 ‘해외에서 싹쓸이한 방역물자’라는 기사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중국 매체 “한국서 마스크를 미친 듯이 쓸어 담았다”

    우한폐렴이 확산하자 ‘우한대동문기업가연합회’가 한국에서 마스크 등 방역물자를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회원인 샤오미 창업가 레이쥔이 1070만 위안(약 18억원), 장린부동산(장린지산)이 340만 위안(약 5억7600만원), 중청신 신용평가사가 330만 위안(약 6억원)을 내놨다.

    우한대동문기업가연합회는 ‘설날구매단’을 결성했다. 우한대한국교우회(동문회)가 주축이 됐다. 이들은 “한국 곳곳에서 미친 듯이 방역물자를 쓸어 담았다”고 한다. “우한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에는 ‘우한대한국교우회가 한국에서 물품을 쓸어 담는 식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정부, 중국의 대량반출 오히려 도와

    이때는 중국 당국이 우한시 폐쇄령을 내리고, 외부로 우한폐렴 관련 정보가 쏟아지면서 국내에서도 마스크대란이 벌어진 시기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들의 ‘마스크 싹쓸이’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전폭적으로 도와줬다.
  • ▲ 지난 1월 30일, 중국 우한을 향해 이륙하는 전세기. 여기에 문제의 마스크가 실려 있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월 30일, 중국 우한을 향해 이륙하는 전세기. 여기에 문제의 마스크가 실려 있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문에 따르면, 우한대교우회 측에서는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전용기를, (중국은) 국가민항국·우한시상무국·우한해관(세관)·우한교관 등이 협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한대교우회가 확보한 마스크 11만 장을 지난 1월30일과 31일 우한교민을 데리러 가는 전세기 편으로 중국에 보냈고, 지난 2월3일에는 별도 전세기를 띄워 마스크 150만 장을 우한에 보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신문은 지난 4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에 “매우 감동받았다”며 감사인사를 건넨 반면 한국은 언급하지 않은 것도 중국으로서는 자기네 돈으로 구입한 마스크를 배송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거들었을 뿐이어서 감동받았다고 표현할 일이 아니라고 봤을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마스크대란’ 촉발한 정부, 또 다르게 말했나

    국내어서 마스크대란이 일어난 데는 정부도 일조했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중국에 마스크 300만 장을 보낸다는 발표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이후 ‘마스크 사재기’가 급증했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부는 뭐하느냐”는 비난이 일었다.

    그러자 정부는 “마스크는 모두 중국유학교우총연합회와 우한대한국총동문회가 준비하고, 정부는 도와줬다”고 발을 뺐다. 두 단체의 회장인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중국 당국은 우리나라에서 마스크 300만 장을 우한으로 보내준 데 대해 매우 감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보도에 따르면, 이것도 사실과 다르다. 조선일보의 지난 7일 보도에 따르면, 우한대한국총동문회에서 마스크가 마련되는 대로 중국에 보내려 했으나 정부 측에서 “마스크 300만 장을 중국에 보낸다고 이미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니 수량을 맞추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중국에 마스크 200만 장, 의료용 마스크 100만 장, 방호복 10만 벌, 보호안경 10만 개 등을 보낼 예정”이라는 외교부 발표에서 시작한 ‘마스크 300만 장’ 논란은 결국 중국 대기업이 국내 마스크를 싹쓸이해가는 것을 정부가 숨겨주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