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판사, 日 산케이 박근혜 명예훼손 재판 개입 혐의… 1심 "위헌적 행위지만 직권남용 아냐"
  • ▲ '박근혜 정부 관련 재판 개입'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1심에서 14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상윤 기자
    ▲ '박근혜 정부 관련 재판 개입'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1심에서 14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상윤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임 판사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 박근혜 정부를 비판한 칼럼을 써 기소된 일본 언론인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로써 임 판사를 비롯해 신광렬·조의연·성창호 판사, 유해용 전 재판연구관(현 변호사) 등 현재까지 '사법농단'에 연루돼 1심 판결을 받은 전·현직 법관 5명 전원이 '무혐의'로 판명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임 판사의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임 판사에게 재판 관련 사법행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조직법에는 대법원장, 각급 법원장은 지휘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규정했지만 임 판사에게는 이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재판에 개입한 행위 자체는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위헌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판사, 사법행정 권한 없어 직권남용 성립 안 돼"

    임 판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2019년 3월5일 불구속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임 판사는 2014년 10월9일 '가토 다쓰야 전 지국장의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이 법원에 접수된 이후부터 이 재판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가토 전 지국장은 2014년 8월3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에 관한 추측성 칼럼을 게재한 혐의(명예훼손 등)로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영토지킴이 독도사랑회'에 의해 그해 8월7일 고발당했다.

    임 판사는 2015년 8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들의 체포치상사건에 대한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도 받는다.

    재판부는 "헌법은 사법부 독립과 함께 (사법부의) 행정작용도 규정한다"며 "법원의 권한을 위한 사법행정작용은 법관과 법원의 조직구성과 관리, 실제 예산보수와 같은 재무관리를 포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조직법상 임 판사의 상급자인 서울중앙지법원장에게는 재판 업무를 지휘·감독할 사법행정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설령 법원장에게 행정권이 있다고 해도 피고인이 당시 법원장의 권한을 대행할 근거도 없고 행정권을 위임받거나 전결사항을 정한 규정도 없다"고 부연했다.

    사법행정 권한이 임 판사에게 없었기 때문에 재판 개입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다만 재판 개입 행위 자체는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직권남용 혐의는) 공무원의 일반적 직권에 속하는 한에서 그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해야 성립한다"며 "또 공무원이 일반적 직권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를 할 때는 그 지위를 이용한 불법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행위가 공무원의 직권상 행위인지는 법령상 근거를 봐야 하고, 명문상 근거가 없더라도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상대방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재판 간섭, 위헌행위… 형사처벌 아닌 징계 사유"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각 재판에 간섭한 피고인의 행위는 법관의 재판에 간섭한 것이지만 서울중앙지법 재판업무에 관한 사법행정권은 명시적 근거가 없고 각 재판에 관여한 행위가 (피고인의) 일반적 직무권한으로 속할 여지가 없다"며 "피고인의 지위나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시와 같이, 위헌적 행위라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범죄구성요건을 확장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며 "징계사유에는 해당한다고 보지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볼 수 없어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2019년 12월20일 결심공판에서 임 판사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한편 '정운호 게이트' 관련 재판 정보를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등)로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조의연·성창호 판사는 13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 문건 유출' 혐의의 유 전 연구관 역시 1월13일 1심 재판부로부터 무죄 판단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