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집값전쟁’ 선포했는데, 총리 출신이 ‘부동산 개발’ 공약… "비현실적" 지적
  • ▲ 4·15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9일 서울 사직동 재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 4·15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9일 서울 사직동 재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4·15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9일 첫 번째 지역발전 공약을 내놨다. 용산~고양 삼송 구간 신분당선 연장 추진, 도시재생사업 추진 등이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집값과 전쟁’을 선포한 상황에서 이 전 총리가 부동산가격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부동산 관련 정책을 첫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종로구 사직동 일대를 돌며 “청년이 돌아오는 종로로 바뀌기 위해선 교육·보육·주거환경·산업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교통이 원활한 종로로 개선하겠다”며 신분당선 연장 추진계획을 밝혔다. 

    이 전 총리는 또 “종로를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역사문화도시로 발전시키겠다”면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재생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우파勢 강한 사직동 방문해 “재개발 관련 지혜 짜겠다”
     
    특히 이 전 총리는 이날 일정 중 도시환경정비구역인 사직2구역을 콕 집어 방문했다. 사직동의 최대 현안인 사직2구역은 재개발 여부를 놓고 서울시와 재개발 추진 주민들의 갈등이 10년째 지속돼온 곳이다. 서울시는 한양도성 보존 등을 이유로 개발을 불허했다. 

    이 전 총리는 동행한 정영미 사직2구역 재개발조합장의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역사문화 때문에 주거환경이 이렇게 열악해서 되겠습니까”라는 하소연에 “이 상태로는 안 된다는 건 확실하다. 행정부의 수요도 충족하면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지혜를 짜보겠다”고 응답했다. 재개발조합 측의 주장을 고려해 중단된 재개발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신분당선 연장, 사직2구역 재개발... 실현 가능성 낮다”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의 이 같은 첫 공약이 종로 민심을 얻기 위한 단순한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신분당선 연장 추진이나 사직2구역 재개발이나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이 전 총리가 스스로 조급함에서 그런 공약들을 내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사직동만 재개발하는 건 사업성이 너무 떨어진다. 필운동‧누상동‧누하동‧통인동 등을 전부 재개발할 때 사업성이 있는데 일부가 한옥보존지역으로 돼 있어 그것도 불가능하다”며 “설득력이 없다. 지역주민들도 (이 전 총리의) 공약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또 ‘그럼에도 이 전 총리가 이 같은 공약을 내세운 이유’로 “그만큼 이 전 총리가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는 방증”이라며 “정세균 국무총리도 종로 지역구에 출마했을 당시 그런 식의 공약을 하지는 않았다. 이 전 총리가 여러 측면에서 상당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미 누상동‧누하동 같은 경우에는 집값이 엄청 올랐다. 동시에 현 정권 들어 보유세가 엄청 오르며 지역주민들의 불만이 많다”며 “특히 창신동 등에는 호남 출신 주민이 많은데, 여기서 이정현 의원 같은 사람이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도와준다면 (민주당이)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李, 종로 연고 없어 민심 잡기 공약 내세워”

    실제로 사직동은 평창동과 함께 지난 20대 총선 때 오세훈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정세균 민주당 후보를 제친 지역이다. 그만큼 종로에서도 우파 색채가 짙은 곳이다. 이 전 총리가 이 지역을 방문해 포퓰리즘성 공약을 내세운 게 이 같은 지역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여론조사상 이 전 총리가 앞선다고 하더라도 종로는 워낙 변수가 많은 지역이라 실제 투표까지 가봐야 안다”며 “이 전 총리는 (종로에 연고가 깊은) 황교안 대표에 비해 지역 연고가 없어 그런 공약으로 민심을 잡으려는 전략 같다”고 관망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포퓰리즘성 공약으로 볼 수 있다”며 “사직2구역만 놓고 보면 재개발조합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난 4월 승소하면서 재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상태가 됐지만 현실성은 낮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