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에 김문수 추대… 전광훈 "보수통합이 아니라 후보단일화 승부 걸어야"
  • ▲ 31일 자유통일당 창당대회에서 대표로 추대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이날 창당대회는 보수분열이란 비난 속에서도 주최측 추산 3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권창회 기자
    ▲ 31일 자유통일당 창당대회에서 대표로 추대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이날 창당대회는 보수분열이란 비난 속에서도 주최측 추산 3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권창회 기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주도하는 자유통일당이 31일 공식 출범했다. 자유한국당의 ‘좌클릭’ 저지를 명분으로 내건 이날 창당대회는 70여 일 밖에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두고 적전분열이라는 비난 속에 진행됐다.

    지난 25일 전 목사가 창당을 공식 선언한 후 한국당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8일 유튜브 채널 ‘신의 한 수’에 출연해 "제가 왜 태극기세력에 관심이 없겠나.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시민 여러분"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나치게 중도파로 구성됐다는 태극기세력의 불안감을 의식한 듯 “잘못된 공천에 대해서는 최고위원회가 제재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김형오 공관위원장과 갈등설이 불거지자 김 위원장은 “공천에 관한 임무는 공관위가 한다”고 못박으면서도 “우리(황 대표와 공관위)는 원 팀”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 중진 "창당의 뜻, 선거판서 안 통해"… "통합 방해하면 비루한 몰락 맞을 것"

    31일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유통일당을 향해 “쪼개진 채로 외치는 반문연대는 부족하다”며 “당을 만들어 그 뜻이 선거판에서도 쉽게 통하리라고 생각했으면 오산이다. 오히려 문재인을 심판해야 하는 결집을 저해해서 총선 결과를 빈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일부 정치인이 창당을 한다는데, 이는 그동안 많이 고생하셨던 애국시민을 분열의 세력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김 의원은 김 대표를 ‘보수통합을 방해하는 정치인’으로 규정했다. 

    김 의원은 “혁신통합추진위원회에서도 광장세력이 참여할 수 있는 필드를 확보해달라. 우파·보수 통합에 훼방을 놓는 정치인들은 4월 총선 이후 어디에도 발 붙일 수 없는 비루한 몰락을 맛볼 것임을 경고한다”고 언급했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공관위 구성 때 아스팔트 쪽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이들의 성향을 고려해 공관위원 1명을 추가로 선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형준 “머지않아 만날 지점 있을 것”... 김문수 “우린 통추위와 상관없다”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본지 취재진과 만나 '자유통일당 창당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분열이라는 시각이 크다'는 지적에는 “그분들의 열정을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다만 그분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분열이라는 평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머지않아 만날 지점이 있을 것이다. 그래야 하고”라고 말했다.

    자유통일당 창당 행사가 끝난 뒤 김문수 당대표에게 이 같은 박 위원장의 견해를 전하자 김 대표는 “우리는 그쪽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우리는 우리의 갈 길을 간다”며 “통추위의 실체가 뭔가”라고 반문했다. 

    자유통일당 핵심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53개 지역구의 당협위원장 인선이 사실상 거의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전 목사가 내세운 후보단일화 전략에 대해 묻자 “그건 나중에”라며 짧게 대답했다.

    이날 자유통일당 창당대회는 오후 2시부터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주최측 추산 3000명이 모인 가운데 개최됐다.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김 대표는 “창당의 의미가 매우 크다.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적화통일을 막기 위해 광장에서 뭉쳐 문재인 일당과 싸웠다”며 “이미 우리나라는 청와대·국회·대법원·방송, 민주노총 노동계, 전교조 교육계,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적화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들과 죽기살기로 싸우지 않고는 대한민국을 못 구한다. 자유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우기 위해 오늘 마침내 자유통일당을 만들었다”고 연설을 이어갔다.

    김문수 “의원 배지 달려고 창당한 것 아냐… 희생과 헌신 보여줄 것” 

    김 대표는 ‘보수 분열’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우리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당을 만든 게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의 적화통일을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자유통일을 맞이하기 위해 창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한미 핵공유협정으로 김정은의 핵공갈을 막아내고 자유평화통일을 이뤄야 한다. 하지만 중도실용주의 타협정신으로는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건져낼 수 없다”며 “정치인의 희생과 헌신정신이 무엇인지 자유통일당이 보여주겠다. 정치풍토를 쇄신하겠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전 목사는 김 대표가 대표수락연설을 시작할 때 입장했다. 전 목사는 김 대표의 연설이 끝난 뒤 축사에서 창당을 결심한 이유와 ‘창당이 분열’이라는 비판에 해명했다.

    전 목사는 먼저 “그 전에는 시민단체운동에 그치려 했다. 실제로 우리 운동을 통해 광화문은 우리가 접수했다. 좌파단체는 광화문에서, 서초동에서 다시 여의도로 쫓겨났다”고 운을 뗐다. 

    전 목사는 이어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공수처법·선거법·예산안, 이 3대 악법을 힘 한 번 못 써보고 그냥 내주는 걸 보고 큰일났다고 느꼈다”며 “이것은 북한에 대한민국을 넘겨준 사건이라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예전에 황교안 대표를 만나 공관위원장 선임하기 전에 한 번만 상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웃기만 하더라”며 “그런데 공관위 구성을 보니 정당 간 싸움에서 무조건 질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은 해체해야 한다. 정당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한국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전광훈 “통합은 선거전략 안 돼 후보단일화로 가야” 

    전 목사는 또 보수우파의 선거전략으로 지금의 통합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일산 고양 등을 돌며 한국당 당협위원장을 만난 경험을 전하며 “당협위원장들이 표가 모자라서 진 게 아니라 후보가 갈라져서 진 거라고 말하더라”며 “통합해봤자 거기에 반발한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와버리면 끝이다. 통합이 아니라 후보단일화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은 못한다. 당사자이기 때문”이라며, 자신이 후보단일화에서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겠다는 뜻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안상수 한국당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안 의원은 김 대표의 연설에 앞서 진행된 축사에서 “4·15총선에서 압승해 문정권의 폭주를 중단해야 한다”며 “제도권에선 한국당 중심으로 (보수)야권 통합 중이어서 야권이 분열되는 거 아니냐, 그런 비판이 있다. 방법상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공화당에서는 박태우 사무총장이 참석해 ‘우리는 동지’라며 “우리공화당과 당 강령이 거의 같다. 싸우지 않는 기회주의 가짜보수를 함께 물리치자”고 말했다. '미래를 향한 전진4.0'에서는 양주상 최고위원이 참석했으나 별도로 발언하지는 않았다. 당초 ‘전진4.0’에선 이언주 대표가 직접 참석하기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대회는 김경재 전 자유총연맹 총재가 임시의장을 맡아 진행했다. 또 이승만 대통령의 며느리인 조혜자 여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또 최인식 창당준비위원장, 성창경 KBS 공영노조위원장, 안동선 전 국회의원, 이윤수 전 민주당 부총재, 이동한 전 세계일보 회장, 김수열 일파만파 총대장, 김성진 부산대 교수,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김일주 이승만기념사업회 전 사무총장, 박규식 헌정회 부회장, 허광일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 이애란 탈북여성 1호 박사 등이 참석했다. 이 박사는 대회 도중 “북한으로 진격해 김정은 정권을 쓸어버리겠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서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 명의의 화환을 볼 수 있었다. 한국당은 지난 5일 새로운보수당 창당대회에는 화환을 보내지 않아 그 의도를 두고 논란이 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