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접속 가능 北 공식 웹사이트 11곳… 국정원·경찰청, 文정부 '친북' 기조에 강 건너 불구경
  • ▲ 서훈 국가정보원장. ⓒ이종현 기자
    ▲ 서훈 국가정보원장. ⓒ이종현 기자
    북한이 운영하는 다수의 공식 웹사이트가 국내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접속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인 가운데, 국가정보원·경찰청 등 정부 유관기관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단 한 건의 차단 요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 차단을 요청해야 할 의무가 있는 중앙행정기관들이 문재인 정부의 '친북(親北)' 기조에 부합하기 위해 북한 웹사이트들을 고의로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본지 취재 결과 21일 현재 국내에서 접속 가능한 북한 웹사이트는 모두 11곳으로 파악됐다. 조선관광(www.tourismdprk.gov.kp) 만물상(www.manmulsang.com.kp) 남산(www.gpsh.edu.kp) 조선료리(www.cooks.org.kp) 김책공업종합대학(www.kut.edu.kp) 미래(www.mirae.aca.kp) 고려항공(www.airkoryo.com.kp) 국가해사감독국(www.ma.gov.kp) 우리민족강당(https://www.ournation-school.com) 조선금강산국제려행사(http://www.tour-kumgangsan.com) 조선의오늘(https://dprktoday.com) 등에 국내에서 접속할 수 있다. 이들 북한 웹사이트에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과 북한체제를 찬양하는 자료가 널렸다. 국가보안법에 따라 '이적표현물'로 분류되는 각종 서적과 문서를 디지털 파일 형태로 통째로 내려받을 수도 있다. 

    방심위 "국보법 위반 정보 심의하고 있다"…현실은 무더기 방치

    논란이 커지자 방심위는 20일 언론에 '북한 사이트 접속 관련, 설명자료'를 통해 "북한체제 선전 등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는 음란·도박과 같은 불법 정보와 달리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전문적인 검토와 심의 요청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반국가단체를 선전·선동하거나 찬양·고무하는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는 정보통신망법 절차에 따라 심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 정보를 △북한의 주체사상·선군정치 등을 선전하는 내용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일방적 주의·주장을 선동하는 내용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代)의 정치적 지도력을 미화·찬양하는 내용으로 규정했다. 

    방심위는 북한 관광총국이 운영하는 '조선관광'과 북한 전자상거래 연구·개발기업 연풍상업정보기술사가 개설한 인터넷 쇼핑몰 '만물상' 웹사이트는 "방심위가 심의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정원과 경찰청에서 차단 심의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방심위에 따르면, 국정원과 경찰청은 '조선관광'과 '만물상' 외에 추가로 국내 접속이 가능한 사실이 확인된 나머지 9개 북한 웹사이트도 최근 일주일 내에 차단 심의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심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최근 일주일 내에 국내 접속이 가능한 북한 웹사이트 11곳에 대해 국정원과 경찰청에서 차단 심의를 요청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방심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방심위에서 직접 유관부처에 차단 신청 권고를 통보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관련법상 중앙행정기관장이 요청하도록 돼 있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 ▲ 민갑룡 경찰청장. ⓒ박성원 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 ⓒ박성원 기자
    차단 요청 안 하는 국정원·경찰청, 직무유기 지적

    정보통신망법 제44조 7 제3항은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 정보라고 판단될 경우 중앙행정기관장이 방심위에 차단을 신청하도록 규정했다. 방심위가 통신사업자에게 차단을 요청하면 통신사가 해당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국정원과 경찰청 등 유관기관이 북한 웹사이트의 차단 심의를 요청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국내 접속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북한의 국립도서관인 인민학습대학당 웹사이트 '남산'에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과 북한체제를 찬양·고무하는 자료가 수두룩하다. 심지어 북한의 금성청년출판사가 2019년 발간한 서적인 <림강현 외차구전투> 전문을 PDF 파일 형태로 통째로 내려받을 수도 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김일성과 함께 항일투쟁을 벌여 '혁명1세대'로 통하는 황순희와 박성철의 회상기를 그림책으로 출간한 것으로, 김일성을 우상화하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우리 국립중앙도서관은 특수자료실에 소장하며, 일반인은 열람할 수 없도록 '신청제한' 도서로 분류했다. 

    이런 서적을 북한 웹사이트를 통해 내려받는 게 가능하다는 것은 우리 국민이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에 해당하는 자료와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에 따르면, 북한을 찬양하는 등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칠 위험이 있는 '이적표현물'을 소지하거나 유포·유통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