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리용호 경질한 듯… 2018년 '통미통남' 재등장, 대미 강경태도 취할 것"
  • ▲ 북한 외무상이 된 것으로 알려진 리선권.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 외무상이 된 것으로 알려진 리선권.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리선권이 문제의 ‘냉면 목구멍’ 발언 덕분에 기존의 외교관들에게 실망한 김정은의 눈에 띄어 외무상이 됐을 것이며, 리선권은 향후 대미 협상에서 한국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018년 초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를 앞세워 미북정상회담을 열었던 것처럼 ‘통미통남’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리용호, NPT 탈퇴와 핵실험 등 주도한 전략가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는 지난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리용호 경질 이유와 리선권이 외무상에 기용된 이유, 향후 북한의 대남·대미전략 변화와 관련한 분석을 올렸다.

    태 전 공사는 리용호 대신 리선권이 외무상이 됐다는 보도에 “사실이라면 정말 상식 밖의 인사라 잘 믿어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정일 때부터 인정받던 외교전략가 리용호를 경질한 것은 김정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리용호의 능력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리용호는 1993년 북한의 NPT 탈퇴와 제네바협상을 시작으로 두각을 나타내, 20년 넘게 대미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 ‘책사’이자 ‘전략가’로 김정일의 신임을 얻었다고 태 전 공사는 설명했다. 제네바합의로 석유와 경수로 건설 대가를 얻은 것, 2006년 핵실험 등도 모두 리용호의 작품이었다고 한다.

    “김정은이 자기 아버지의 외교책사 리용호를 내쳤다”며 “이는 북한 외교로서는 천군만마를 잃었고, 미국과 한국에는 예상치 못했던 호재”라고 태 전 공사는 주장했다. 리용호와 같은 대미전략가를 경질함으로써 앞으로 김정은 주변에는 아첨꾼만 가득 찰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이 리선권을 외무상에 앉힌 이유도 대미전략의 변화라기보다 즉흥적이고 감정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선권이 기용된 배경도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막말이 김정은의 눈에 띄어 외무상에 기용됐을 것이라고 태 전 공사는 추측했다. 또 향후 김정은의 대남·대미정책은 김정은의 기분을 맞추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국 이용가치 달리 평가하는 외무성과 통전부
  • ▲ 김정은이 내쳤다는 리용호 전 북한 외무상.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정은이 내쳤다는 리용호 전 북한 외무상.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태 전 공사는 리용호·리수용 등 ‘외무성 라인’과 리선권·김영철 등 소위 ‘통일전선부 라인’이 생각하는 대미 협상전략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전략에서 가장 큰 차이는 한국의 이용가치를 어떻게 보느냐다.

    외무성은 ‘통미봉남(미국과 소통하는 대신 한국을 고립시킨다)’ 전략으로, 미국과 핵군축협상을 해서 핵보유국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전략에서 한국은 미국에 의해 움직이는 세력에 불과하다. 따라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 한국이 낄 틈은 없다.

    반면 통전부는 ‘우리민족끼리’ 정신으로 한국을 조종해 미국을 움직인다는 ‘통남통미’ 전략을 갖고 있다. 통전부의 전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일이 2018년부터 시작된 남북 화해 무드와 미북정상회담 개최다.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를 앞세워 미국을 설득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이 북한의 대화 제의를 미국에 전달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한 것이 대표적인 일이다.

    통전부는 한국 내 반미자주세력(북한에서 종북세력을 지칭하는 말)의 영향력이 강하므로, 이들을 이용해 한미동맹을 흔들고 미국을 구석에 몰아넣으면 결국 미국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고 대북제재도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태 전 공사는 설명했다.

    하노이 미북회담 결렬 뒤 전문성 상실한 북한외교

    태 전 공사는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외교는 전문성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외교전략이나 협상력은 사라지고 김정은의 기분에 맞춰 지시만 따르는 형태가 됐다는 지적이다. 그 근거는 대남 비방과 미국을 향한 연말 시한 발표 등이었다. 김정은의 분노가 고스란히 드러난 성명은 북한의 외교전략이 사라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실 리용호는 5년 정도 미국을 끌고 다니면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과 대북제재 해제가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단기간 내에 대북제재를 풀고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김정은의 급한 성격에 맞을 리 없었다”면서 결국 김정은은 자신의 성미 때문에 리용호를 내치고 리선권을 기용하는 실책을 했다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영어를 모르는 리선권은 미국과 협상에 자신이 없을 것”이라며 “본의 아니게 외무상에 앉은 그에게 미국을 움직일 묘책은 없을  테니 결국 김정은에게 과잉충성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에 강경한 자세를 취할 것이고, 그 결과 미국과 실무협상은 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한국이 지금 취할 자세는 기다리는 것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