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관광에 이어 만물상 사이트까지 국내접속 가능…정부는 뚫린 지도 몰랐다
  • 북한 당국이 직접 운영하는 '조선관광' 홈페이지가 뚫린 데 이어 북한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만물상'도 국내에서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만물상'은 2015년 2월 26일 설립된 북한의 연풍상업정보기술사가 운영하고 있다. 신발과 가방, 화장품, 식료품, 특산품 등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일종의 북한판 인터넷 쇼핑몰이다. 인터넷 주소를 보면, 북한 사이트임을 의미하는 'kp'로 끝난다.  

    PC·스마트폰으로 자유롭게 접속 가능

    북한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는 정보통신법 제44조의7(불법 정보 유통금지)에 따라 통상 국내에서는 접속할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대부분 접속을 차단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북한 사이트에 접속하려면 가상사설망(VPN)를 통해 우회 접속해야 한다. 그러나 19일 오전 11시 현재까지 '만물상' 사이트는 VPN을 이용하지 않은 일반 PC와 스마트폰을 통해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는 상태다. 

    '만물상' 홈페이지를 보면 "연풍상업정보기술사는 주체 104(2015)년 2월 26일 설립된 조선에서의 전자상업 및 각종 무역, 봉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입니다. 《만물상》전자상업홈페지의 개설로 전자상업봉사의 첫 걸음을 뗀 연풍상업정보기술사는 현재 전자결제체계와 운송체계를 다 갖춘 완벽한 전자상업봉사체계를 구축하였다"고 기업을 소개하고 있다. 

    또 "조선에서 가장 우수한 전자상업봉사업체의 지위를 차지하고 그 운영을 확대해나가고있습니다. 우리는 평등과 호혜, 신용제일주의원칙에서 전자상업과 무역 및 봉사업에 대한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 합작을 희망하며 호상 협조와 뉴대를 더욱 긴밀히 해나갈것입니다"라고 돼 있다. 

    경영전략을 보면, △전자상업봉사 및 경제정보봉사 △전자은행업 △운송업 △각종 무역 및 상품판매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만물상》전자상업홈페지를 세계적인 전자상업홈페지로 발전시켜 국가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 적극 이바지하도록 하며 조선과 세계를 련결하는 다방면적인 경제교류의 창구로 만드는것입니다"라며 비전도 제시하고 있다. 

    또 "《만물상》전자결제체계는 콤퓨터망과 이동통신망에서 전자결제를 진행할수 있도록 하는 가상은행방식의 3자지불체계입니다. 현재 《만물상》전자결제체계는 전국가적인 통합결제체계의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조선의 많은 은행카드들을 련결하여 리용할수 있도록 함으로써 활용범위가 날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만물상》전자결제체계를 세계적 수준에서 더욱 발전시키며 여러가지 다양한 금융 및 전자결제봉사를 진행해나가려고 합니다"라며 전자결제로 상품구매도 가능한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
  • ▲ 만물상 홈페이지에 등록된 사옥 사진 캡처. 합성이 의심된다. ⓒ전성무 기자
    ▲ 만물상 홈페이지에 등록된 사옥 사진 캡처. 합성이 의심된다. ⓒ전성무 기자
    전자결재 가능하다더니 결제 수단 없고 가격도 안나와…위장기업 가능성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신발·가방 △화장품·위생용품 △식료품 △보건의료품 △악기·체육기재 △관광 △특산물 등을 소개하고 있다. 개성고려인삼단물, 금강산술, 개성고려인삼꿀, 개성고려인삼구기자차 등 상품이 등록돼 있다. 그러나 "3자지불체계를 이용한 전자결제가 가능하다"는 기업소개와 달리 홈페이지에 등록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지불수단은 연계돼 있지 않았다. 심지어 개별 상품의 가격조차 나와있지 않아 실제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맞는지 의심이 된다. 기업소개에 나와있는 '만물상' 사옥도 배경과 건물이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조잡하게 합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만물상'이 다른 목적을 띤 북한의 위장기업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물상' 홈페이지에는 △조선금강산합작회사 △평양대흥모피무역회사 △천연건강제품회사 △조선강안무역회사 △조선화장품무역회사 △조선만경석암무역회사 △영흥무역회사 △조선묘향무역총회사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 △삼일포무역회사 △은하약수무역회사 △메아리사격관 △조선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조선대양총회사 △금강산국제관광특구개발총회사 △조선국제체육협력회사 △금강산무역회사 등 총 17개 북한 기업을 소개하고 있었다. 

    통일부 "몰랐다…방통위 통해 원인 파악 중"

    정부 당국은 '만물상' 홈페이지가 국내에서도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만물상도 접속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만물상도 주소가 'kp'로 끝나는 북한 사이트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접속이 불가능하다"며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