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은 개혁공천…충청·수도권은 당선가능성 최우선 고려할 듯
  • “영남권은 새 인물, 충청권은 당선가능성으로 갈 것. 다만 차기 대선을 고려해 대여투쟁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현역의원은 살아남을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선임된 후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가운데 한국당 한 관계자가 공천방향성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김형오 위원장은 16일 “구닥다리는 쓸어내야 한다”며 “한국당을 확 바꿀 것. 다만 선거가 코앞인데 새 인물이 과연 한국당에 들어오겠느냐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형오 위원장은 황교안 대표와 공식 회동한 17일에는 “청년과 여성을 (공천의) 핵심 방점으로 삼겠다”며 밝히기도 했다.

    김형오 “물이 오염됐으니 물고기 갈아봐야 허사”

    김형오 위원장은 또 “오염된 물에 물을 갈지 않으니 아무리 새 물고기를 집어 넣어봐야 죽거나 오염에 적응하게 된다”며 “그래서 판을 갈아야 한다. 21대 국회만큼은 물갈이, 판갈이 되는 국회의 모습을 보이고, 새로운 인재들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거듭 밝혔다. 

    김 위원장은 공천제도부터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한국형 오픈프라이머리(open primary·완전 국민경선제)로 가야 한다”면서 “다만 미국식의 완전한 국민경선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한국형 국민경선제를 한국당에서 실현해, 정치 신인이 진입장벽 때문에 턱을 넘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경선제는 당원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정당 후보 공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으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0대 총선에서 추진하고자 했던 방식이다. 다만 김무성 전 대표가 완전한 국민경선을 주장한 반면, 김형오 위원장은 ‘한국형’이란 단서를 단 것이 다르다.

    김형오 “황 대표가 전권 줘... 일단 믿고 끝까지 하는 것”

    김형오 위원장은 “당이 싫어 떠났지만, 황교안 대표가 진지하고 진솔한 말씀을 많이 해서 흔들렸다”며 자신을 공관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데 황교안 대표가 적극 나섰다고 고백했다. 김 위원장은 “누구에게도 휘둘리거나 간섭받지 않을 것”이라며 “황 대표가 ‘전권을 주겠다'고 했다. (황 대표에게) '일단 믿으라. 믿지 않을 거라면 공관위원장 위촉도 하지 말라'고 했다. 믿었으면 끝까지 다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내에선 “황교안 대표가 공천 전권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김형오 위원장의 말을 신뢰하는 분위기다. 한국당 관계자는 본지에 “황 대표가 평소 보수당을 살릴 수 있다면 자기를 버리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공천권 전권을 김 위원장에게 넘겼다는 말은 평소 언행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보수통합 과정에서 공관위원장 교체 요구가 나오면 수용할 것인가’란 질문에 “감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을 자리를 찾아왔다는 생각인데 살 사람으로 비친다면 지적해달라”고 답했다. 황 대표의 출마 여부 관련해 "공관위 혼자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여러가지 각도에서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

    영남은 새 인물로, 충청은 당선가능성으로... 투트랙 공천 예상

    한편 한국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공천 방향성을 묻는 질문에 “영남 쪽은 상당히 큰 폭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한국당 현역의원이 다 그쪽이잖나”라며 “당에 기생하며 성과없이 있는 듯 마는 듯했던 그런 의원들은 결단력 있게 정리하실 것”이라고 김형오 공관위원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충청권 등 스윙 스테이트(경합지역)에선 무조건 인물을 바꾸지는 않을 것 같다”며 “지역에서 신망이 얼마나 두터운지 그리고 당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가 최우선 고려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한국당에 우호적인 영남권은 개혁 공천을 통해 당의 이미지 쇄신에 주력하고, 수도권과 충청권에선 의석수를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 것이란 예측이다.

    TK 새 인물 얼마나 나올지 주목... “대여투쟁 역량 높이 살 것”

    실제 17일까지 불출마를 선언한 총 12명 현역의원 중 5명(김무성·김정훈·김세연· 김도읍·윤상직)이 부산에 지역구를 둔 현역의원이다. 부산에선 새 인물이 다수 낙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당 TK 의원 19명 가운데는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이 한 명도 없다. 김형오 위원장이 TK 지역을 얼마나 새 인물로 채우게 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국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여투쟁에서 핵심적으로 역할을 했던 분, 기여도가 높으신 분은 그대로 갈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 총선은 대선과 연결되기 때문”이라며 “무조건 다 바꾸기보다는 핵심인재는 유지하고 나머지 부분을 개혁공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