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전체 위원회의서 "비례○○당 못 쓴다" 결정… 한국당 '플랜 B' 가동
  • ▲ 권순일 선관위원장과 위원들이  '비례00당 명칭의 정당명칭 사용가능 여부에 관한 결정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중앙선관위 전체 위원회의가 열린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회의실에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 권순일 선관위원장과 위원들이 '비례00당 명칭의 정당명칭 사용가능 여부에 관한 결정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중앙선관위 전체 위원회의가 열린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회의실에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선거 대비 위성정당인 ‘비례자유한국당’의 명칭 사용을 불허했다. 한국당은 중앙선관위의 이 같은 결정을 “야당 탄압이자 폭거”라고 규정하고 불복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오후 전체 위원회의를 열고 “기성 정당 명칭에 ‘비례’만 붙인 경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을 왜곡시켜 선거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례자유한국당·비례민주당·비례한국당 등 '비례ㅇㅇ당' 등의 명칭 ‘사용불가’ 결정을 내렸다.

    중앙선관위는 “‘비례○○당’은 이미 등록된 정당의 명칭과 뚜렷이 구별되지 않아 정당법 제41조(유사 명칭 등의 사용금지) 제3항에 위반되므로 그 명칭을 정당 명칭으로 사용할 수 없다”며 “이는 유권자들이 정당의 동일성을 오인·혼동하여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이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이어 “유권자의 기성 정당과의 오인·혼동 여부는 정당 명칭의 단어가 중요 부분에 해당하는지뿐만 아니라 투표권 행사 과정, 정당·후보자 등의 선거운동, 언론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서 “투표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배부받은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투표’ 용지에 게재된 내용에 비추어 ‘비례○○당’의 ‘비례’의 의미를 지역구 후보를 추천한 정당과 동일한 정당으로 인식할 수 있는 이른바 후광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비례’는 사전(事典)적 의미만으로는 정당의 정책과 정치적 신념 등 어떠한 가치를 내포하는 단어로 보기 어려워 그 자체가 독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고, ‘비례’라는 단어와 결합으로 이미 등록된 정당과 구별된 새로운 관념이 생겨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앙선관위는 현재까지 결성 신고된 비례자유한국당중앙당창당준위원회 등 '비례ㅇㅇ당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는 정당법 제41조에 저촉되지 않는 다른 명칭으로 정당 등록을 재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당, 불복 소송 및 효력정지가처분 등 검토

    이에 대해 한국당은 “좌파 독재정권의 폭거이자 야당 탄압”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원영섭 한국당 비례정당 추진 태스크포스(TF) 팀장은 “일단 선관위가 어떤 이유로 ‘비례○○당’ 명칭 사용을 불허했는지 확인하겠다. 구체적 대응책은 그에 맞춰 검토할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최교일 한국당 법률자문위원장도 이날 오후 의원총회 도중 “법적으로 소송할지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우리 당은 비례한국당과 별개의 정당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한국당과 비례자유한국당을 다른 정당이라고 한 의미’를 묻자 “형식상 두 정당은 명백히 다른 정당”이라면서도 “비례자유한국당을 추진하는 쪽에서 소송할지 여부는 그쪽에서 결정해야 해서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한국당 법률지원단에서는 지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내부적으로는 할 수 있지만 형식이 다르다”면서도 “불복 소송이나 효력정지가처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당초 비례자유한국당의 명칭 사용 불허에 대비해 ‘플랜B’를 구상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새로운보수당 등과 통합보수정당을 창당해 지역구 선거를 치르고, 비례대표 선거는 한국당‧새보수당 등 기존 정당으로 치르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자유한국당이나 새보수당 등 지지자들에게 이름이 널리 알려진 정당을 그대로 비례전문 자매정당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통합 신당을 새로운 이름의 정당으로 출범시킨 뒤 기존의 자유한국당을 역으로 비례 자매정당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한국당의 자체 법률 검토 결과 이 방법은 정당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