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브리핑 없이 침묵… 통일부만 "서로 존중하고 지키자" 낮은 수준의 유감 표명
  •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올해 첫 국무회의에 앞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올해 첫 국무회의에 앞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스포츠 교류협력에 박차를 가하려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구상에 북한이 "나서지 말라"며 찬물을 끼얹으면서 청와대의 처지가 난처해진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 답방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지도록 남북이 함께 노력하자”며 대북제재 위반 논란까지 감수하며 다양한 남북협력을 제안했다. 이후 청와대의 관심은 북한의 반응에 쏠렸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화답할 경우, 이를 토대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주도하는 백악관을 설득하겠다는 복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11일 김계관 외무상 고문 명의의 담화에서 청와대를 향해 “끼어드는 것은 주제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미국과 직접 해결할 테니 한국은 빠지라’는 것.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전달한 것과 관련 “북한과 미국 사이에 특별한 연락통로가 있다”면서, 한국이 미북관계에서 패싱당한다는 인상도 남겼다.

    북한의 새해 외교전략을 읽을 수 있는 김계관 담화에는 문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협력 방안은 물론 문 대통령도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접경지역 협력,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행사 등은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북구상을 다시 한번 밝힐 예정이다.

    청와대는 김계관의 담화에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문 대통령은 통상 월요일에 개최하던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열지 않았고, 출마설에 올라 사퇴를 앞둔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북한이 화답은커녕 철저한 무시전략으로 나오자 마땅한 대응을 내놓기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13일 브리핑에서 북한을 향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남북이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또 서로 지켜야 할 것은 지켜나가는 노력을 하자"며 낮은 수준의 유감을 표명했다.

    文의 일방적 러브콜… 北 제재완화 안 돼 실망감

    김계관 담화를 두고 북한이 최근 '통미봉남' 기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데도 우리 정부만 일방적 '러브콜'을 보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은 지난해 4월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촉진자 행세하지 말라"고 했고, 10월 금강산 시찰 때는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다.
      
    끝없이 손을 내미는 한국에 북한이 이렇게까지 면박과 무시로 일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북한은 청와대가 좀 더 통 크게 협력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동안의 이벤트성 협력에 질린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그간 평창동계올림픽 선수단 파견, 개성연락사무소 개설 등에 협조했지만, 북한이 기대한 것만큼을 한국에서 얻어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로 인한 불신 증폭도 주된 이유로 꼽힌다. 북한은 2018년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에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에 합의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해제 등이 담보된 것으로 이해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당 "중재자·촉진자는 문 정권 ‘말의 성찬’에 불과"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3일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북한 양쪽에서 모두 매몰차게 외면당하고 있다"며 "‘빈 수레가 더 요란하다’더니,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중재자니 촉진자니 하던 말들이 결국 ‘말의 성찬’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라고 비판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북한이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김정은의 바지춤에 계속 매달려보겠다는 문 대통령의 태도는 우매함의 극치"라며 "문 대통령 조롱에 재미를 붙인 북한은 문재인 정권과 어떤 협력도 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김정은만 바라보며 구애 스토킹을 하니까, 김정은과 북한의 버릇만 나빠지는 것 아니겠는가. 제발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민의 자존심을 생각하시고, 대한민국 대통령답게 행동하시기 바란다"며 "북한은 문 대통령을 북한 수석대변인으로도 취급하지 않고 있으니 제발 꿈 깨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