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공수처법, 정권비호 사법장악 수단...사악한 문 열렸다"
  • ▲ 공수처법 표결 국회 본회의 현황판.
    ▲ 공수처법 표결 국회 본회의 현황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이 30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결국 통과됐다.‘문명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법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전원 퇴장한 상태에서 윤소하 수정안이 표결에 부쳐졌고 재석 177인, 찬성 160인, 반대 14인, 기권 3인으로 가결됐다. 

    회의 시작 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文정권 범죄은폐처 공수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의장석 주변을 에워쌌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예정된 오후 6시보다 30분 늦게 의장석에 앉았다. 문희상 의장이 회의장에 입장하며 질서유지권을 발동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자리로 돌아갔고, 문의장은 별다른 저항 없이 의장석에서 회의를 진행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희상 물러가라" "아들 세습 반대" "문희상 사퇴"를 외쳤다. 문 의장은 고개를 돌려 한국당 의원들을 바라본 후 바로 본회의를 개의했다. 

    "사법체계 말살하는 공수처법이 청와대의 눈도장용으로 전락" 개탄

    본회의가 개의되자 한국당 측 의사진행발언이 시작됐다. 공수처법에 대한 무기명 투표 진행에 대한 의사진행발언자로 나선 김정재 한국당 의원이 단상에 올랐지만 소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김정재 의원은 “민주당이 기명투표를 고집하는 이유는 청와대의 하명에 잘 따르기 위함”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눈도장을 찍고 있다. 우리 사법체계를 말살시키는 공수처법이 그저 청와대의 눈도장용으로 전락한 게 지금 현실이다. 여러분의 양심을 청와대 하명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서라도 공수처법을 반드시 무기명투표로 처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정재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이 종료되자 이번에는 민주당 소속 고용진 의원이 단상에 올라 의사진행발언을 이어갔다. 고 의원은 "국회선진화법이 왜 만들어졌고 누가 만들었냐"며 "이것을 만든 것이 바로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인데 이제는 식물국회도 모자라 동물국회까지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수의 품격은 어디갔느냐"며 "국회선진화법을 어긴 한국당을 수사당국에 고발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양당의 의사진행발언이 종료되자 무기명 투표에 대한 표결이 진행됐다. 표결방법 변경요구의 건으로 상정된 무기명 투표는 재적 295인, 재석 287인, 찬성 129인, 반대 155인, 기권 3인으로 부결됐다. 이어 기명투표안도 부결되며 국회법 절차에 따라 '기명'인 전자투표에 돌입하게 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다시 한번 강하게 항의하며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다들 마음대로 해보라"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만 하냐"는 고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공수처법 반대했으면 반대했다고 역사에 남겨야지 왜 나가느냐"며 화답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했지만 김재경 의원이 다시 한 번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며 공수처법에 대해 강하게 성토했다. 김 의원은 "깜깜이 예산 통과, 선거법 모두 일방적으로 강행하며 무제한 토론을 살라미 임시회로 원천 봉쇄한 민주당의 행태를 기억한다"며 "홍남기 탄핵을 막기위해 와병을 핑계로 본회의를 미룬 문 의장도 마찬가지"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하지만 김재경 의원이 단상에서 내려온 뒤 공수처법은 '기명' 전자투표로 바로 표결에 부쳐졌다. 첫번째로 표결에 붙여진 권은희안은 재석 172인, 찬성 12인, 반대 152인, 기권 9인으로 즉시 부결됐다. 이어 윤소하 수정안이 재석 176인, 찬성 159인, 반대 14인, 기권 3인으로 가결되며 공수처법안이 통과됐다. 

    한국당은 공수처법이 통과되자 본회의장 앞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의 행태를 규탄하며 애국가를 제창했다. 

    민주당 "환영" 한국당 "사악한 문이 열려"… 우리공화당원 분신 시도

    공수처법이 통과되자 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공수처법 통과로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엄정하게 수사하고 기소함으로써 공직사회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의 투명성과 반부패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자유한국당과 검찰의 가짜뉴스와 불법폭력, 패스트트랙수사 뭉개기 등 정치적 행태를 모두 극복하고 공수처법이 처리된 것은 검찰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과 힘이 이뤄낸 성과"라고 자평했다.

    반면 한국당은 공수처법 통과를 두고 "'사악한 문'이 열렸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민주주의 시계는 멈추어 버렸고 기어이 거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피로 이룩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의장, 소신도 용기도 없는 국회의원들에 의해 더렵혀졌고 역사의 퇴행이 시작됐다"고 성토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개혁으로 포장한 공수처가 정권비호를 위한 검찰수사 개입과 사법장악의 수단이라는 것은 이제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며 "대통령 손에 쥐어져 있는 공천권이 무서워 나라의 미래와 민주주의 역사를 팔아버린 민주당 의원들과 4+1이라는 추악하고 부끄러운 이름의 역사의 죄인들을 국민이 기억할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한편, 공수처법 통과 사실이 알려진 직후, 공수처법 저지를 위한 우리공화당 시위에 참석해 행진 중이던 안모(남성, 59세)씨가 바른미래당 당사 옆 주유소 근처 차로에서 분신을 시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